凡戱(범희)보다 惟勤(유근)이 더 유익하다

2009.03.05 21:47:00

명심보감의 정기편에 “凡戱(범희)는 無益(무익)이요 惟勤(유근)이 有功(유공)이니라.”라는 말이 나온다. “무릇 유희(遊戱)는 무익하고 오직 근면만이 공이 있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戱(희)는 무슨 뜻일까? 유희, 즉 놀이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戱(희)는 단순히 놀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놀이를 의미한다면 놀이 자체가 모두 무익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놀이가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 삶의 활력소가 된다. 삶의 비타민이 된다. 삶의 도움이 되고 삶의 보탬이 된다. 유희라고 해서 모두가 보탬이 되지 않고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기의 戱(희)는 그냥 기분 전환을 위한 놀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노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게으름을 말하는 것이다. 한문의 문장 구성은 대구로 되어 있는 것이 많다. 위의 문장도 대구로 되어 있다. 凡戱(범희)는 惟勤(유근)과 대구로 되어 있다. 無益(무익)은 有功(유공)과 대구가 된다. 凡과 惟는 부사의 역할을 한다. 무릇, 오직의 뜻이다. 그리고 戱(희)는 勤(근)과의 반대의 의미이다. 無益(무익)이 有功(유공)과 반대의 뜻으로 미루어 보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戱(희)는 勤(근)과 반대 의미인 게으름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공부를 하지 않고 노는 것이 바로 게으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모든 유희가 결국은 게으름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유희는 무익하다고 한 것이다.

놀기만 좋아하고 공부를 게을리하는 것이 무익하다는 뜻이다. 놀기만 좋아하고 게으르면 성공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부지런하면 공이 있다는 말은 성공한다는 말이다. 성공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등식을 세워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유희 자체가 유익하다 할지라도 유희에 너무 몰두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니 자신에게 보탬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을 나태하고 게으르게 만드는 오락에 빠지는 것도 자신에게 유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놀이가 뭐 나쁘냐고 항변하지 말고 젊음의 시절,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惟勤(유근) 즉 오직 부지런함이 성공의 비결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오직 근면만이 유익이 있고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되지만 모든 놀이는 자신에게 무익하고 해가 되고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떤 이는 戱(희)를 희롱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는데 그게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남을 희롱하는 것 자체도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음도 알아야 할 것 같다. 남을 희롱하면 자신도 희롱을 당하게 된다. 한 사람만 남을 희롱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으로 남을 희롱하고 따돌리고 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독일에는 ‘근면한 자에게는 일 주일 동안 일곱 개의 오늘이 있지만, 게으른 자에게는 일곱 개의 아침이 있을 뿐이라’라는 격언이 있다고 한다. 근면한 자에게는 하루하루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지만 게으른 자에게는 하루하루의 빼앗기고 말 것 아닌가? 게으른 자에게는 일 주일 동안 일곱 개의 오늘이 없고 일곱 개의 아침만 있다고 하니 점심 저녁은 다 빼앗긴 꼴이 되고 만 것 아닌가?

배우는 이들에게는 분명 凡戱(범희)보다 惟勤(유근)이 더 유익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오직 부지런함으로 배움에 임하면 좋을 것 같다. 범희는 일시적 유익이 있을 뿐이요 유근은 오랜 유익이 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