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학생이 없는 교실 만들어야

2009.03.16 13:52:00

명심보감에 보면 “宰予(재여) 晝寢(주침)이어늘 子曰(자왈) 朽木(후목)은 不可雕也(불가조야)요 糞土之墻(분토지장)은 不可圬也(불가오야)니라.”라는 말이 나온다. 재여는 공자의 제자다. 孔門十哲(공문십철 : 공자의 제자 중 뛰어난 열 명의 제자를 말함)중 한 명이다. 齊(제)나라에 들어가 벼슬을 하여 大夫(대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공자의 제자인데도 수업태도가 가히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다가 꾸중을 들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간혹 수업을 하다 잠이 많이 쏟아지면 졸 수도 있다. 그게 습관이 되면 안 되겠지만. 혹시 나는 수업시간마다 잠이 많아 희망이 없는 것 아닌가 하고 낙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업시간에 학생이 잠을 잘 때 가르치는 선생님의 태도에 있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도 자든지 말든지 아예 상관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한다면 공자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한다. 공자는 어떠했는가? 그냥 자는 것을 모른 체 하지 않았다. 야단을 쳤다. 자신의 잘못을 깨우쳐 알도록 예를 들어 훈계를 하신 것이다.

이런 것이 필요하다. 한참 수업을 하는데 잠을 자는 학생들이 있으면 선생님은 어떠한가? 공자처럼 꾸중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보게 된다. 수업시간에 자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건 그 학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 학생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수업시간을 놓치면 수업결손으로 이어지는데 어떻게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공자께서는 뛰어난 제자의 하나일지라도 그냥 두지 않고 훈계를 하였다. “朽木(후목)은 不可雕也(불가조야)”라 하셨다. 꾸중할 일이 생기면 이 말을 인용하면 좋을 것 같다.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썩은 나무로 조각을 할 수 없듯이 바르지 못한 마음으로 불성실하게 자라나면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공자께서 하신 이 말씀은 쓰임 받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의지가 굳어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잠이 온다고 잠이나 되면 공부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의지가 약한데 훌륭한 사람이 될 수가 있을 수 없다. 굳센 의지를 가져야 함을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또 쓰임 받는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 낮잠을 자는 이는 근면한 자라 할 수 없다. 게으르면 어디 가서 대접을 받을 수 있겠나? 게으른 사람을 채용하는 회사가 어디 있나? 근면 성실해야 인정을 받고 쓰임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 배움에도 게으름을 나타내어서는 안 됨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낮잠 자는 재여에게 “糞土之墻(분토지장)은 不可圬也(불가오야)”라고 하셨다. 썩은 흙으로 쌓은 담은 흙손질을 할 수가 없는 법이다. 찰흙같이 잘 달려붙는 흙이어야 담을 쌓을 수가 있는 것이다. 썩은 흙이 아니라 찰흙같은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선생님으로 야단을 맞게 된다. 썩은 흙과 같은 인물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수업시간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잠이 와도 참아야 한다. 자기 살을 꼬집어서라도 잠을 쫓아야 한다. 오직 배움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쓰임 받는 인물로 성장할 수가 있는 것이다. 혹시 수업시간에 졸다가 꾸중을 들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철저히 잠을 몰아내야 한다.

수업시간에 자는 것은 자신을 썩은 나무와 같은 사람, 썩은 흙과 같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수업시간에 잠을 몰아내야 한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없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수업시간에 정신이 말똥말똥한 교실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생기가 돌게 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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