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준결승이 주는 교훈

2009.03.23 09:14:00

오늘도 기분이 좋다. 어제 통쾌한 뉴스 때문이다. 어제 뉴스는 시간마다 야구 승리 소식이 톱뉴스로, 온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요즘처럼 살기 힘든 때 야구선수들이 들려주는 기쁜 소식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WBC 준결승에서 10:2로 승리를 가져온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메이저리거가 단 한 명에 불과한 한국대표팀이 전체가 빅리거 출신으로 구성된 베네수엘라를 물리쳤다는 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대등한 실력이 아니고 2진을 다루듯이 큰 점수차로 이겼으니 얼마나 통쾌한지 모른다.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WBC 준결승이 교육을 담당하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많다. 승리가 단순히 행운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우선 김인식 감독님의 예리한 선수들의 파악 능력을 들 수 있다. 선수들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그것이 용병술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모든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하면서 상대선수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은 탁월한 김 감독님의 선수 파악능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들에게 맡겨진 학생들도 장단점이 누구나 있다. 그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가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은 교육은 역시 믿음이라는 생각이다. 선수들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한 김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믿음을 심어주었다. 즉 선수들의 장점을 인정해주는 포용력이 대단했음을 알 수가 있다. 홈런을 잘 치고 안타를 잘 치는 선수가 컨디션 난조로 홈런은커녕 안타를 치지 못하므로 심적으로 불안해하고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선수를 아주 비중이 큰 대회에 나가게 해 3점의 홈런을 치게 하는 것은 김 감독님의 선수 하나하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 감독님이 믿어주었기에 마음고생을 했던 선수는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승리의 쐐기를 박는 홈런을 날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믿어주는 믿음의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한 학생, 한 학생을 믿어줄 때 그 학생은 선생님의 믿음 안에서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고 자기의 실력을 과시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학생들을 작은 것부터 인정해주고 믿어주면 좋을 것 같다.

끝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선수들 개개인의 실력이 상대방 선수들의 실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빅리거 출신이며 우리는 단 한 명밖에 없다. 이런 눈에 보이는 것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아예 주눅이 들었다면 실력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을 것 아닌가? 그런데 주저앉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방을 주눅이 들게 만들었으니 이는 오직 우리 선수들의 자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공부하기를 두려워하고 힘들어하고 공부가 부담되고 자신이 없어 할 때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음을 알고 내일 있을 결승에서 어느 나라와 상대를 하든 최선을 다하여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 본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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