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가 주는 교훈

2009.03.26 11:57:00

어느 퇴직하신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새끼 고양이와 어미 개를 함께 키웠더니 개가 자기 새끼처럼 젖을 먹이면서 키우더라는 것이다. 또 함께 공동생활을 하니 새끼 고양이가 어미 개의 행동을 닮아가더라는 것이다. 개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고 짖으면 함께 흉내 내고...

또 선생님이 어떤 모임에 참가할 때는 좌석까지 마련해 줘 함께 하는데 조용하게 회의가 잘 진행되면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만 듣고 앉아 있다가 소리가 높아지면 두리번거리면서 눈이 말똥말똥해진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회의분위기가 점점 험해지면 말없이 자리를 떠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있었다. 먼저 어미 개의 헌신적 사랑이었다. 어미 개가 자기가 낳은 새끼가 아닌데도 젖을 먹여 주었다. 생명의 귀함을 알고 새끼 고양이를 살려보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다. 한 울타리 속에 생활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사랑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새끼 고양이를 자기 강아지 사랑하듯 사랑을 베푼 것이었다. 잘 자라나도록 젖을 주었다는 것은 사랑이 메말라가는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이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우리들에게도 묵시적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 함께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어미 개와 같이 사랑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기의 가진 것을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줄 때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더욱 가깝게 다다오지 않을까 싶다. 선생님이 갖고 계시는 사랑, 열정, 지식, 온갖 아름다운 것을 나눠주면서 학생들을 사랑스럽게 잘 이끌어 갔으면 한다.

어미 개처럼 나의 자식이 아닌데도, 나의 형제가 아닌데도,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포용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나와 행동이 다르고 나와 환경이 달라도 그런 학생들을 가슴에 안아주면 학생들은 더욱 감동을 받고 선생님의 가르침에 잘 따르지 않을까 싶다. 특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학생,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학생, 환경이 어려운 학생, 힘들게 하는 학생까지도 안아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렇게 하면 그 학생은 분명 선생님 닮아갈 것이다.

어미 개의 사랑을 받고 함께 자라난 고양이는 개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갔다. 소리내는 것도 행동도 그대로 따라하며 본받는 것과 같이 우리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성장하는 학생들도 선생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리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마음 속에는 부모님 못지않게 선생님을 기대려고 하고 있음을 알고 선생님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좋은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들이 너무 많다 보니 손이 미치지 못할 경우가 많겠지만 학생들은 선생님의 작은 손길을 아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고 많은 학생들에게 골고루 손이 미쳤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개가 선생님들이 회의하는 자리에서 취한 행동도 눈여겨 볼 만하다. 조용하게 회의가 진행될 때는 조용하게 앉아 있다가 회의장에 큰 소리가 나면 눈이 둥그레지고 분위기가 더 험하면 자리를 떠나는 개를 생각하면서 우리의 모임에서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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