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은 가정에서 먼저

2009.03.27 15:00:00

언젠가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출장을 간 일이 있었다. 울산공항에서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 이상기류로 인해 보통 때보다는 심하게 흔들렸고 온 몸이 멍해지고 둔해지며 소름이 끼쳤다. 그러면서 내 시선은 내 앞좌석의 왼쪽에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소년에게 맞춰져 있었다. 비행기의 흔들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는 소년이 부럽기도 하였다. 옆에 어머니가 함께 타고 있었고 가방을 메고 있었다.

아마 체험학습을 가든지 아니면 나름대로 중요한 일이 있었을 것으로 보였다. 이 소년은 비행기가 그렇게 많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는 마음도 없이 태연하게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얼굴도 준수하였고 똑똑해 보였다.

비행기 안에서 그것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중에도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면 평소에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겠는가? 많은 젊은이들이 시간이 나는 대로 책을 읽는 습관을 본받을 만하였다. 책이 보배라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은 것 같았다.

올해 울산 관내 전 초,중,고등학교에서 독서인증제를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도 길러주고, 꼭 읽어야 할 책을 다 읽도록 하며, 책을 읽고 느낀 점들을 글로 남기는 연습도 많이 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울산교육이 바라는 학력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 읽는 훈련도 100%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겠다. 흉내만 내는 독서 말고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독서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년에게 안타까운 면도 볼 수 있었다.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주먹으로 앞좌석의 뒤를 주먹으로 두들기기도 하고 계속 긁어대기도 했다. 방금이라도 부서질 것 같기도 했다. 옆에 어머니는 그 행동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아쉬웠다.

부모님의 자녀교육에 있어서 우선 되어야 할 것이 인성교육이 아닌가 싶다. 공부도 아니다. 책읽기도 아니다. 사람됨 교육이다. 해야 할 일 바로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 안 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자녀가 해야 할 바른생활 습관을 가지도록 교육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바른 행동과 그른 행동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고 자기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도 있어야 할 것 같다.

비행기의 좌석이 망가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어머니의 태도가 안타까웠다. 이런 행동은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바로 일깨워 주어야 하지 않을까? 왜 모른 체하고 있을까?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인성교육의 출발은 가정이다. 부모님이 자녀의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 애의 사람됨에 대해 크게 기대할 수가 없다. 기초기본질서는 말할 것도 없고 바른생활습관, 기초예의범절 등에 대해 가정에서 철저하게 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자녀의 사람됨 교육이라 생각된다.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우선 기본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인사하는 것부터 가르치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부터 가르치고, 거리질서를 지키는 것부터 가르치고,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것부터 가르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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