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오리,토끼가 주는 교훈

2009.04.04 22:33:00

언젠가 선배 선생님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닭과 오리와 토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선생님께서는 닭과 오리 그리고 토끼를 키우는데 낮에는 마당에서 놀게 하고 밤이 되면 한 우리에서 함께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셨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잠자는 우리의 문을 열어 주면 매일 오후 7시 30분만 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제일 먼저 닭들이 줄을 서고 그 다음에는 오리들이 줄을 서고 마지막으로 토끼가 줄을 서서 한 우리에 들어간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있었다. 우선 동물들의 규칙적인 습관이었다. 사람들은 잠자리가 규칙적이 못할 때가 많지 않은가? 어떤 때는 정해진 시간에 편안하게 잠을 들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긴장 속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 잠을 놓치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잠자는 시간을 잘 지키고 있으니 감탄할 만하였다.

우리들도 규칙적인 습관은 배워야 할 것 같다. 규칙적인 잠자리 들기가 건강을 지키는 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규칙적인 습관을 꼭 배울 만하다. 공부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이 일정해야 공부에 많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하나는 자진함이다. 닭, 오리, 토끼가 주인이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으니 잠을 자러 들어가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들을 이끌지도 않는다. 그들 스스로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자진함이 아닐까 싶다. 공부를 하라고 시켜서 공부하면 공부가 능률이 오를까? 잠을 자라고 부모가 시켜서 잠을 자면 되겠나?

공부를 하는 것도, 청소를 하는 것도, 독서를 하는 것도 자진함이 필요하다. 누가 시켜서 하기보다 스스로 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 같다. 공부도 스스로 하면 얼마나 보기가 좋은가? 책을 읽는 것도 누가 시키기보다 스스로 하면 얼마나 능률이 오르겠는가? 청소를 하는 것도 스스로 하고 싶어 청소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세 동물이 주는 교훈은 공동체 속에서의 질서의식이었다. 동물들의 질서의식은 대단하였다.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하고 서로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했더라면 어떻게 되겠나? 매일 난장판이 될 텐데 그렇지 않고 질서를 유지하며 평온한 가운데 생활하는 것이 봄꽃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의 급식소에서 식사를 할 때 질서의식은 어떠한지 살펴 보아야 할 것 같다.

나는 질서를 잘 지키나? 나는 언제나 자리를 잘 양보하나? 나는 언제나 남을 배려하나? 나 때문에 식당 안에서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나? 아니면 나 때문에 식당 안에서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있지 않나?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서로 양보하면서 한 줄로 서서 잠자리에 들어가는 모습을 한 번 머릿속에 그려 보라.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질서의식 함양을 위해서는 순발력이 있고 힘센 자가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함을 알 수가 있다. 닭은 순발력이 뛰어나 가장 먼저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법한데 자리를 양보하고 있음을 보게 되고, 오리는 덩치가 커서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고 닭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너무나 아름답지 않은가?

또 한 가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은 자리를 양보할 때 날마다 돌려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양보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식사를 할 때 학년별로 돌려가면서 식사를 하면 어떨까? 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종종 보지 않는가? 하지만 토끼는 언제나 뒷자리를 차지하였다. 언제나 맨 뒤에 서서 맨 뒤에 잠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가장 불편한 자리를 차지하면서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으니 정말 칭찬할 만하지 않은가?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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