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 아들 화장실'을 보며

2009.04.12 21:19:00

'수원'하면 생각나는 것은? 효원의 도시, 세계문화유산 도시, 해피수원 등 여러 가지를 떠올리지만 '앞서가는 화장실'도 있다. 아마도 화장실 수준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지 않을까? 

수 년전 재직했던 수원시장(고 심재덕)의 앞서가는 화장실 문화 행정으로 수원에 대한 좋은 이미지 하나가 추가 되었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학교 화장실도 확 달라졌다. 재래식 화장실이 일제히 자취를 감추었다. 수세식에 화장실에는 음악이 흐르고 향기가 나고 시화(詩畵)가 등장해 화장실이 행복공간으로 변했다. 

휴지와 비누는 기본으로 놓였다. 명언과 명구가 붙어 있고...더롭고 냄새나고 빨리 떠나고 싶은 화장실이 배설의 즐거움을 느끼고 대화의 공간으로까지 발전하였다. 필자의 재직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데를 4대 설치하였다.

봄꽃 나들이로 수원에 있는 칠보산에 올랐다. 등산로마다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꽃을 감상하다보니 등산이 힘든 줄 모른다. 진달래꽃을 자세히 보니 꽃마다 분홍빛 색깔이 다 다르다. 다양함이 있기에 꽃 감상이 지루하지 않다.


하산 길에 맷돌화장실을 들렸다. 화장실 전체가 깨끗하다. 세면기를 보니 먼지 하나 없다. 감동이다. 음악이 흐르고 물비누로 손을 씻고 건조기로 말리고...그렇다면 좌변기는? 문을 여니 좌변기가  두 대. 하나는 아빠 것, 하나는 아들 것. 그 발상이 놀랍다.

눈높이를 고려한 좌변기를 보았던 것. 좌변기 하면 표준화된 성인 것만 생각하였지 누가 유아나 어린이를 고려하였던가? 이게 바로 앞서간다는 것이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이고 앞서가는 행정인가?

그 옆을 보니 화장지말이가 붙어 있고 변기 뒤에는 선반도 있다. 비닥에는 휴지통도 보인다. 휴지통 속을 보니 텅 비어 있다. 아마도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듯하다. 타인이 뒷처리한 흔적을 볼 수 없게 관리인이 제 시간마다 성실히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서울의 모 호텔이 떠오른다. 수 년 전 이야기다. 수도권 전철 통근 시 일부러 그 곳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너무도 깨끗하여 기분이 좋았기에. 관리인이 얼마나 철저히 하는지...시간대별 관리가 아니다. 한 명이 다녀가면 관리인이 곧바로 다녀간 사람의 흔적을 없애 놓았다. 이용객은 언제나 첫 손님의 입장이었다.

우리에겐 사고의 발상이 필요하다. 구태의연함, 과거의 잘못된 관행 답습은 아니 된다. 구습 타파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확대하여 말한다. '고객감동'에서 '고객졸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이제 학교 화장실도 학생들이 청소하는 학교는 줄어들고 전담 용역직원이 관리를 한다. 담당학급 청소, 벌 청소 교육에서 벗어난 것이다. 화장실이 깨끗하게 관리 유지되다 보니 학생과 교직원의 만족도 또한 높다. 그러나 아직 눈높이 화장실까지 접근한 곳을 못 보았다.

'아빠+아들 화장실'. 손 잡고 앉아 이야기 나누며 부자(父子)간의 정이 더 돈독해지지 않을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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