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가정과 나라의 보배다

2009.05.06 09:01:00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는 가정의 보배요, 나라의 보배다. 샛별 같은 보배다. 어린이는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귀엽다. 그러기에 어린이를 잘 간직해야 한다. 어린이를 잘 키워야 한다. 어린이를 잘 보호해야 한다. 어린이를 인격적으로 잘 대해줘야 한다. 보배를 다루듯이 귀하게 여겨야 한다.

어린이날이 되면 부모님은 마음고생이 심하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날 애들에게 기를 죽이면 어떨까? 하면서 걱정도 많이 한다. 심지어 어린이날이 없으면 하는 이들도 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애들에게 쓸 돈이 없다고 낙심할 필요가 없다. 애들에게 돈으로 즐겁게 해주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애들을 즐겁게 해줄 수가 있다. 부모님들의 창의적 사고로 추억에 남는 어린이날을 만들 수가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어린이는 사랑을 먹고 자란다. 어린이는 맛있는 것 많이 준다고 잘 자라는 것이 아니다. 과자를 많이 사주고 선물을 많이 사주고 옷을 많이 사주고 책을 많이 사 준다고 심신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는 부모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힘이 된다. 어린이는 부모님의 따뜻한 가슴을 원한다. 어린이는 부모님의 세심한 배려를 원한다. 어린이는 부모님의 관심을 원한다. 특히 어린이는 부모님이 언제나 곁에 있어주기를 원한다.

직장으로 인해 애들이 부모와 떨어져 있는 경우를 보라. 이런 애들은 돈도 필요없다. 과자도 필요없다. 선물도 필요없다. 좋은 옷도 필요없다.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가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어린이들이 부모님 곁을 떠나 있으면 얼마나 그리워하는가? 일주일에 한 번, 두 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애들은 돈이 그립지 않다. 과자가 그립지 않다. 오직 부모가 그립다. 부모의 사랑이 그립다.

이번 주 아흔이나 되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큰집에 갔다. 조카 부부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애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라고 있었다. 조카 부부가 집에 오는 것을 본 애들의 표정은 너무 밝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날아갈 듯 좋아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서 애들은 부모의 사랑에 목말라 있음을 알았다.

큰 형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부모가 보고 싶을 때는 다섯 살밖에 안 되는 애가 ‘슬프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마음이 너무 상해 서울에서 자기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으라고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하셨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슬픈 표정은 말할 것도 없고 조그만한 어린 애가 어머니의 전화까지 받지 않을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을 보면서 아무리 멀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자주 애들에게 내려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린이날이라 하여 애들에게 하루 맛있는 것 사주고 선물을 사주고 하루를 기쁘게 해 준다고 애들이 건강하게 자라지는 않는다. 평소에 애들에게 사랑을 주어야 한다. 언제나 곁에 있어주어야 한다. 그것을 애들이 원하다. 그러니 애들과 떨어져 있어도 자주 만나 사랑을 베푸는 것이 가장 애들에게 귀한 선물을 주는 것이 되겠고 사정에 따라 그렇지 못하면 매일 전화를 해서라도 애들에게 부모의 사랑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항상 부모 곁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하다. 이들에게 오늘 같이 좋은 날, 추억을 심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많은 돈을 들여 추억을 심는다기보다 적은 돈으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뒷동산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든지 강변을 거닐며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어린이날에 애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특히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애가 혼자라면 몰라도 둘 이상이면 이들 모두에게 똑같이 대해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차별대우는 금물이다. 이 애는 장남이니까, 이 애는 막내니까 하면서 특별대우 해주면 나머지 애들에게는 오히려 어린이날이 오히려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큰 애든 작은 애든 평등하게 대해주는 것 잊어서는 안 된다. 선물을 사 주는 것도, 음식을 사 주는 것도, 옷을 사주는 것도, 책을 사주는 것도,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에게 어린이날은 기쁜 날이 아니라 슬픈 날이 되고 말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