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캄캄한 현실을 한줄기 빛으로

2016.12.26 16:34:28

홍성건 경기 수원공고 교사
5회 고졸취업 성공수기 금상

잠만 자던 학생 마음 문 열고
학비지원, 알코올중독 母 도와
“이제 어엿한 산업일꾼이자 가장”


불우한 가정형편 탓에 학교에서 마음 문을 굳게 닫고 수업에서 잠만 자던 제자를 변화시켜 산업일꾼으로 성장하게 도와준 특성화고 선생님의 사연이 소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교육부가 21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개최한 ‘제5회 고졸취업 성공수기 공모전 시상식’ 일반부 금상(최우수)을 수상한 홍성건(41) 경기 수원공고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홍 교사는 8년 전 수업시간에 항상 엎드려 자는데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던 제자 한만은(가명) 군의 아픔을 다독여 꿈을 꾸게 한 일화, 그리고 그 제자가 지금 어엿한 산업일꾼이 되고 화목한 가정까지 이룬 이야기를 ‘미약한 과거에서 창대한 현재로’ 제목의 수기로 옮겼다.

당시 고교 2학년 담임을 맡았던 홍 교사는 한 군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상담한 결과 딱한 사정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초등 4학년 때부터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온 한 군은 사업 실패 후 알코올중독자가 된 어머니에게 늘 얻어맞기 일쑤였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는 허리디스크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홍 교사는 “한 군은 ‘어머니로부터 도망가고 싶다’면서 많은 것을 눈물로 털어놨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한 군의 사정은 당시 경력 4년차 초임교사였던 내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래도 이런 부분을 감당하는 것이 교사가 된 사명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즉시 여기저기에 연락하고 알아본 끝에 학비지원을 신청하고 어머니를 경기 알코올센터에 의뢰할 수 있었다. 학비는 여러 증거자료를 찾아 담임추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심각했던 어머니의 알코올중독 문제는 센터 도우미가 가정방문을 통해 계속 치료하도록 약속을 받아냈고, 디스크 치료도 센터에서 진행하도록 이끌었다. 선생님의 정성으로 한 군의 고민은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이후 한 군은 기적처럼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수업시간에 무기력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찌들어 있던 인상도 활짝 펴지는 등 학교생활 전체가 매우 좋아졌다. 학업에도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런 한 군은 3학년 진학 후에는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당시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고 거의 동시에 대학진학도 하게 됐다.

홍 교사는 “졸업한지 석 달 후 한 군이 찾아와 대학생이 됐다면서 더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한 군의 인생역전 사례는 내 교직생활에도 일대 전환점을 가져다줬다”고 털어놨다.

주경야독하며 병역특례(산업수요기능인력) 혜택까지 받은 한 군은 이제 회사에서 인정받는 중견 사원으로 성장했다.

홍 교사는 한 군에게 일어난 기적에 대해 정부의 특성화고 지원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더 늘어나야 할 이런 지원책이 오히려 ‘도돌이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걱정이다. 

홍 교사는 “이번에 수기에 공모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취업에 병역혜택까지 줘야 고졸취업이 활성화 될 수 있는데 벌써 뒷걸음쳐선 안 된다”며 “2년 연속 고입업무담당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펜을 든 이유는 이런 사례를 알려 제도를 더 활성화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고졸 취업생은 국가 경제발전에 일조하고, 가정도 일찍 꾸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진정한 보배들”이라면서 “앞으로도 아이들이 기술현장에 나갈 준비를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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