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통해 배우는 어울려 사는 '법’

2017.02.11 12:42:47

'법교육 마일리지 최우수' 광주 어등초 임승현 교사
교실자치법 제정부터 재판까지 학생 중심으로 운영
제재·처벌 아닌 배려심·자성습관 길러주는 데 초점



"OO은 평소 지각과 결석을 자주합니다. 친구들 말로는 게임 하느라 늦게 자서 그렇다고 합니다. 선생님 말씀도 소용 없었습니다. 따라서 선생님께 모닝콜 하기 9회, 교실자치법 쓰기 2회를 해야 합니다“ - 검사

"OO이 매번 무단 결석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일의 경우 점심 때 일어나 학교 오기가 창피했다고 합니다. 선생님 말씀을 이행하지 못한 건 카톡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증거로 카톡 내역을 제출합니다“ - 변호인

법정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이 대화는 지난해 광주 어등초(교장 진화봉) 6학년 1반 학생자치법정에서 실제로 오고 간 학생 법조인들의 변론 장면이다. 

최근 '2016년 법교육 마일리지 전국 최우수 교사'에 선정된 담임 임승현 교사는 지난해 학기 초에 학생 간 협의를 통해 교실자치법을 제정하도록 했다. 서로 협력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스스로 지켜야 할 약속과 원칙을 만들어보라는 취지였다.
 
22명의 학생들은 6개의 모둠으로 나뉘어 각각의 초안을 작성한 뒤 학급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받았고, 이를 모아 학급 전체 협의를 통해 5개 조 30개 항의 교실자치법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 임 교사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한 번 정한 법은 쉽게 고칠 수 없다"는 말에 학생들은 약 3주에 걸쳐 신중히 내용을 결정했다. 

주요 내용은 1조 '육체보다는 마음으로 행동하기', 2조 '학교생활 예의 지키고 실천하기', 3조 연중 내내 단체활동 팀워크 지키기', 4조 일심동체로 사랑과 감사 표현하기', 5조 '반규칙 지키기' 등이다. 학생이 반드시 지켜야 할 세부 내용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지향해야 할, 사회로 치면 '헌법'적인 내용이다.

학생들은 이렇게 만든 교실자치법과 학교생활규정을 근거로 자신의 상·벌점을 기록하고 반성하는 '법 없이 배려하고 협력하는(법·배·협) 통장'도 만들었다.

학생자치법정은 벌점 2단계(7~14점)인 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했다. 벌점 3단계로 넘어가기 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였다. 

법정은 판사 3명과 배심원단 4~6명, 변호사와 검사 각 1~2인, 재판사무관 2명으로 구성된다. 변호사는 규칙위반학생이 직접 선임하고, 그 외는 학생 신청을 받아 선정하되 고른 기회 배분을 위해 참여 경험이 없는 학생에게 우선권을 줬다. 다만 판사 3명 중 한 명은 지난 재판에서 피고로 법정에 섰던 학생을 반드시 참여하도록 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재판은 판사 3명이 역할을 나눠 진행하되, 최종 결정은 4~6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의견을 반영하는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운영했다.

임 교사는 "1년 간 법교육을 지속한 결과 학생들의 언행과 행동이 개선됐다"면서 "특히, 다문화가정, 저소득 가정 학생에 대한 배려심과 협동심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 어등초는 임 교사 외에도 모든 교사가 학급 별로 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법무부가 주관하는 '2016 법교육 마일리지 전국 최우수 학교'에 선정됐다. 지난해 '제3회 전국학생자치법정 우수사례 경연대회'에서는 은상을 받았다. 올해는 4~6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학생자치법정을 확대하는 등 법교육을 지속할 계획이다. 
강중민 기자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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