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준별 수업’ 여건이 문제다

2005.10.24 11:01:00

며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로 ‘수학·영어과 교육과정 개정 시안 및 수준별 수업 활성화 방안’ 공청회가 개최되고, 교육부가 이를 토대로 12월말까지 수학·영어과 교육과정 수정 고시안을 최종 확정하겠다는 입장이 나오자 수준별 수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공청회에서 드러난 방안대로라면 2008학년도부터 중학교 1학년과 고교 1년생을 시작으로 성취도 수준에 따라 상·중·하 3개 반으로 나뉘어 수학과 영어 수업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큰 영어와 수학을 수준별 이동 수업 형태로 진행하는 것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학교교육이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고 평준화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책 제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 정도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계층집단 간 학력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고 지나친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구조로 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준별 교육이 우열 경쟁을 더욱 촉진시켜 집단 간 학력 격차 등 교육 사회적으로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취지가 좋더라도 학교현장의 여건이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문제는 수준별 수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현장에서 수준별 수업을 어떻게 적용하고 시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수준별 수업에 적합한 교수·학습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고, 수준별 학습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평가의 어려움, 그리고 학생들 간의 위화감 조성과 교사들의 업무 과다 등에 대한 문제 등 시행여건을 먼저 점검하고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 만만치가 않다.

교육부는 당위성만 갖고 수준별 수업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학교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 반영하여 학생들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학교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학, 영어는 물론 교육과정 전반을 조속히 재검토하여 전면적인 주5일제 수업에 조속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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