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늪에 빠진 학교 살리자”… 범국민운동 선포

2012.01.11 13:08:17

▨ 2012년 한국교육계 신년교례회 이모저모

10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2년 한국교육계 신년교례회’는 새해 덕담을 주고받던 예년과는 달리 교육계 인사들의 학교폭력 근절의지를 다지는 장이었다. 송중길 경기대 교수(한국교총 현장대변인)와 강은숙 서울 영신고 교사(영등포교총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교례회는 송 교수의 묵직하고 낮은 저음만큼이나 진지하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참석자들의 가슴엔 ‘학교폭력 NO’라는 문구가 새긴 명찰이 달려있었고, 폭력으로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묵념, 샴페인이 아닌 음료로 건배하는 등 교육계 스스로의 자성과 근절의지를 담는 모습이 엿보였다.




근본해결책은 교권회복, ‘담임’에게 해답이 있다

‘학교폭력 NO!' 게시판에는
○…신년교례회장 입구에는 흰 종이를 씌운 커다란 나무 판이 두 개 세워졌다. 가로 150㎝, 세로 90㎝ 크기의 패널에 ‘학교 폭력 NO’라고 쓰인 ‘학교폭력 근절판’이었다. 참석 교사들은 그동안 학교폭력을 막지 못했던 교사로서의 책임과 자성, 학교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다짐들을 적어 넣었다. 적지 않은 크기의 패널은 ‘학교폭력의 근본 해결책은 교권회복’, ‘폭력 없는 학교 행복한 아이들’ 등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기를 소망하는 교사들의 글로 빼곡히 채워졌다. 김기천 전북교총 회장(62․춘포초 교장)은 “학교폭력이 만연한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까지 시행돼 교사들이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지도해 예방할 길이 없다”면서 “지난해 일을 거울삼아 올해는 학교, 교사, 학생 모두 학교 폭력이 없는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덕담을 적었다”고 말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학교폭력 근절판’에 어떤 소망을 담았을까. “2012년을 학교폭력근절의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라고 쓰고 축사를 통해 “교사의 불필요한 잡무를 경감시켜 학생지도에 전념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옥 회장은 “학교폭력 없는 학교, 한국교총이 책임집니다”라는 다짐과 결의를 담은 글을 적었다.
○…교원들이 적은 학교폭력 해법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담임’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었다. ‘아침조례, 오후종례를 부활시켜 담임이 인성교육을 하게 하자’, ‘상담교사 보다 학급 담임 교사가 우선 되어야 한다’, ‘학교폭력 해결의 주체는 담임이다’ 등 학교 밖 보다 교실 안의 ‘담임’이 나서야 함을 교원 스스로 강조하고 있었다.




제자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올 신년교례회의 백미는 ‘학생 생명 및 학교 살리기 선언문’을 채택하고 이를 위해 범국민운동을 벌이겠다고 선포한 것. 박근우 염광중 교사는 참석 교원을 대표해 “50만 교육자는 학교폭력추방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학생 대표 류일환(15·상원중3) 군은 “800만 학생들은 학교에서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폭행 등 학교폭력을 추방하는 데 앞장서며 고통 받는 친구를 보호하고 학교폭력 발생 시 학교와 선생님을 믿고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다짐했다. 학부모 대표 홍경숙 씨는 “자녀교육의 일차적 책임자로서 자녀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게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학생, 학부모, 교원 3주체가 의지를 다졌다.

스승의 날 대통령 참석해주세요
○…안양옥 회장은 이날 참석한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올해 ‘스승의 날’에 이명박 대통령 참석을 수차례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안 회장은 “스승의날 행사의 발원지 충남 논산 강경에서 열리는 올해 스승의 날 행사는 교육 본질 회복이라는 뜻이 담겨있다”며 “대통령께서 꼭 참석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교육계가 정치의 종속에서 탈피, 정치를 리드하겠다”고 밝혔다. 안 회장은 이날 참석한 국회의원들에게 “교육계의 요구를 공약으로 약속하는 사람을 4월 총선에서 지지하겠다”며 ‘교육 메니페스토운동’을 펼칠 것으로 시사했다.




획기적인 ‘○○한’ 해가 되길…
○…김민하 전 한국교총 회장은 “일제시대 이래 아무리 교육을 두들기고 비판해도 우리 교육자들은 그 엄청난 질곡을 헤쳐 나왔다”며 “지금의 위기도 충분이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이렇게 건배를 제의했다. “올해는 획기적인 교권 신장, 획기적인 교육여건 향상, 획기적인 교육력 향상의 해가 되기를!”

‘희망의 나라’에서 열린 생일파티
○…지난 연말 개최된 ‘선생님사랑음악회’가 낳은 스타 이재갑(59) 아산 배방중 교장은 축가 ‘희망의 나라로’를 열창, 앙코르까지 받았다. 이 교장은 “그래도 교육이 ‘희망’이라는 뜻에서 선곡했다”며 “신년교례회로 교육계가 화합하고 사회 전반에 ‘교육이 최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 행사가 끝나고 오찬이 진행되는 동안 세종홀 한쪽에서는 박수와 함께 생일축하 노래가 불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홍현응(57․춘천교총 사무국장) 강원중 교사의 생일을 맞아 강원교총 회원들이 축하의 자리를 마련한 것. 홍 교사는 “공교롭게 신년교례회와 같은 날이어서 함께 축하받고 생일을 성대하게 치른 것 같다”면서 “2012년은 한국교총과 교육계가 한 걸음 더 발전하는 해가 됐으면 한다”고 축원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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