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고 교사는 상습적으로 흡연한 B학생 때문에 할 말을 잃었다. 지속적인 지도에도 말을 듣지 않아 학부모를 소환했는데 B학생은 어머니와 동석한 자리에서도 교사에게 욕을 해댔기 때문이다. 전주 C중에서는 1학년 학생이 교사의 머리를 3번이나 구타했다. 국어과 수업 중 떠들어 교사가 주의를 주자 기분 나빴다는 것이 이유였다. 서울 D고에서는 고의적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등 학교부적응으로 지도를 받던 학생 아버지가 교장실에 찾아와 교사를 불러다 놓고 “니가 무슨 교사냐”며 폭언을 퍼부었다.
지난해 발생한 교권침해 사례 중 학생·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가 가장 많은 비중(40% 정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침해 건수는 20년 전에 비해 12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총이 9일 발표한 ‘2011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 처리한 교권침해 사례는 총 287건으로, 2010년 총 260건에서 다소 증가했고, 1991년(22건) 대비 20년간 1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침해 건수는 2007년 204건에서 2008년 249건, 2009년 237건, 2010년 260건, 2011년 287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287건의 접수 사례 중 ‘학생·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가 115건(40.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교안전사고’ 45건(15.7%), ‘학교폭력 등 피해’ 42건(14.6%), ‘신분피해’ 38건(13.2%), ‘교직원 갈등’ 31건(10.8%), ‘허위사실의 외부공표로 인한 명예훼손’ 16건(5.6%) 순으로 집계됐다. 학생·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115건)를 살펴보면 ‘학생지도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이 65건(56.52%)으로 절반을 넘었다 ‘경미한 체벌에 대한 담임교체 요구, 과도한 폭언’(29건·25.22%), ‘학교 운영과 관련한 학부모, 인근 주민의 부당한 요구’(21건·18.26%) 등이 뒤를 이었다.(표 참조)
명예훼손과 학교안전사고에 의한 교권침해가 2010년 대비 33.33%(12건→16건), 32.35%(34건→45건)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학교현장의 교권침해 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교원의 사기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며 “특히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증가하는 것은 교실붕괴 현상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문제 학생들에 의한 교실의 수업 방해 및 일탈행위에 대해 선량한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교권침해를 예방하고 교육 관련 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정·해결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궁극적으로 교원이 부당행위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출입절차 마련, 교육활동전담 변호인단 설치·운영, 교권침해에 대한 엄정 조사 등의 내용을 담은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교원들의 교권 보호를 위해 지난해부터 대한변협과 공동으로 전국 모든 초·중·고에 ‘1학교 1고문변호사제’를 운영하는 한편 ‘교권119’ 위원을 위촉해 교권 사건이 일어나면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교권침해를 당한 교원이 교권회복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거나 정당한 교육활동 중 발생한 각종 사건으로 피소됐을 경우 법적 대응을 위한 소송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총 19건에 대해 4175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