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를 놓는 교원승진규정

2006.12.27 10:01:03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교육공무원승진규정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한다. 사회적 변화에 맞는 법령의 개정은 언제라도 환영할 일이다. 이 법안의 제안 이유로는 첫째는 연공서열중심의 승진구조를 능력중심으로 개선하는 것이고, 둘째는 지나친 점수 경쟁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안된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학교 현장의 분위기가 반영되지 못했고, 또한 특별히 개선되어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장 교사들에게 혼란과 심적 부담을 주는 법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견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다수의 기득권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어느 조직이나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성장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늘 준비하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번 승진규정개정령에는 이렇게 노력해 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런 변화가 있을 때마다 그것을 자신의 운으로 돌렸다. 수혜자들이야 좋겠지만 피해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개인의 불운이라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제도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제도는 그만큼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100%가 만족하는 완벽한 제도라면 지금 당장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제안한 제도는 그 자체로서 많은 것을 간과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신의 성장프로그램을 가지고 노력해 온 사람들에 대한 아무런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또 다른 갈등을 가져오게 되어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점진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

둘째, 능력 중심의 단선 승진구조보다도 다양한 자기성장 프로그램을 갖도록 해야 한다. 모든 교사를 관리직 중심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경쟁을 심화시키고 갈등을 조장하게 된다. 교사의 역할 기대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승진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관리직으로 진출하고자 한 사람은 이에 맞는 성장 프로그램을 갖게 하고, 전문적 교단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거기에 맞는 성장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 좋은 예가 한국교총에서 제안한 수석교사제이다.

셋째, 지나친 승진 경쟁을 강요하는 제도이다. 근무평정 점수를 십 년이나 반영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교직 경력 20년이면 승진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10년 경력 이상의 모든 교사들을 근무평정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11년차 교사나 20년차 교사는 근무평정이 자신의 승진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만큼 피 말리는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슷한 경력과 위치에 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경쟁에 익숙해 왔다. 세상에 이렇게 경쟁을 시키는 제도는 아마 없을 것이다. 20년차 교사가 11년차 교사에게 근무평정 경쟁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해 보라. 그래서 이 승진규정개정령이 현장의 나이 많은 교사들을 물갈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충분히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하다. 십년에 걸친 근무평정이 승진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인이 되는 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것은 뻔하다. 심한 경쟁만큼 거기에 변칙이 난무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넷째, 점수 공개가 가져올 파급효과가 우려된다. 모든 평정자들이 높은 전문성과 도덕적 상식을 갖추고 객관적 준거 마련하지 않는 한 구성원의 갈등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교감 교장의 평정 공개에 따른 문제점도 많다. 평정자와 평가대상자의 상이한 관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평가 결과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또한 교사의 다면평가를 공개하는 것도 문제다. 교원들이 특정 단체에 가입하여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인가. 오히려 교원단체간, 출신학교간, 연령간, 계층간에 집따돌림이 난무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모든 교사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교원단체에 동시에 가입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야말로 승진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점수의 노예로 만드는 제도라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에 제안한 공무원승진규정 개정안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현행 제도보다 특별히 개선된 점이 없다. 개선된 점이라고는 능력중심이라는 그럴듯한 포장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제도나 규정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따르는 문제는 있다. 지금까지 학교 현장에서 성실하게 준비해 온 사람들이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단순 승진 구조로 교원을 지나친 경쟁으로 몰아넣는 것을 지양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능력발휘를 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확대하는 제도나 방안 마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점진적인 개혁을 제안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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