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을 보내며

2009.05.24 08:14:00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5월 하늘도 흐린 오늘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당신이기에
언젠가 꼭 봉하마을에 가서
당신의 손을 꼭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인간승리의 표본이셨기에
낮은 자리에 앉기를 즐겨하셨기에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셨기에

정치에는 그리 관심이 없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정직과 솔직함
아이들처럼 꾸밈없는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권모술수가 넘치는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몇 장의 철판으로 얼굴과 얌심을
덮어야 했습니다.

인간은 아무도 완벽할 수도 없고
완벽하기도 어렵습니다.
도덕성과 진실이라는
방패에 흠이 갔어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 앞에 섰던 순간부터
스스로를 용서하셔야 했습니다.

죽음으로 진실을 말해야 하는
이 나라의 아픈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셔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바라볼 의미로 남으실 수는 없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님!
내일 당장 우리 2학년 꼬마들에게
무슨 말로 가르쳐야 합니까?

자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이 나라의 현실을 생각할 때
나라의 최고 어른이신 대통령님이
선택한 그 길은 너무도 뼈아프고 안타깝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셔서
밀집모자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며
환경 운동을 펼치는 농부의 모습을 보면서
참 행복했었습니다.

우리 국민도 자랑스러운 대통령의 모습이
국민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는 평범함이
참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보여주신 인간승리를 보며
아이들은 저마다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장래의 꿈이 '대통령'인 아이들이 늘어갔으니까요.

이제 그 아이들에게
뭐라고 가르칠까요?
어떤 일이 있어도
스스로 절망을 선택하면 안 된다고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가 아니라고
하면 될까요?

어떻게든 살아남으셔서
다시 일어서는 모습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간절히 염원했습니다.
제발 불행한 일만은 없었으면 했습니다.

당신이 선택한 죽음이
굵고 짧은 삶이라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까 봐 걱정이 됩니다.

죽음을 선택한 비장한 그 자유를
아무도 흠모하여 따라오지 않도록
지켜주십시오.

대통령님이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당신의 죽음이 초석이 되어
이 땅에 맑은 바람이 일고
백성을 아끼는 목민관이 넘쳐나도록
당신이 흘린 피로 지켜 주십시오.

삶과 죽음이 하나라고 믿으신 당신,
그 곳에서는 편안하시길 빕니다.

<노무현 대통령 님을 보내는 글입니다. 이 땅에서도 행복한 대통령이 많이 나오시길 빕니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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