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 "부장교사만 17년째, 끊임없는 도전 자기계발 자부심"

2016.12.05 10:41:59

박명종 울산 동천고 교사

2000년부터 지금까지 보직 한 해도 안 걸러
석사학위 2개, 박사학위 1개 등 남다른 열정

"부장 장점보다 부담 부각되는 현실 아쉬워
‘보직기피’ 개선 위해 수당·재량권 확대 필요
참신한 기획 추진 시 적극 밀어주는 풍토 돼야"

 

"17년 연속 부장교사는 전국에서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보직을 맡았다 안 맡았다 해서 17년 채우기도 힘든데 17년 연속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요?"


박명종(61) 울산 동천고 진로상담부장교사는 교직경력 39년째다. 그 중 절반에 가까운 세월을 부장교사로 지냈다. 2000년 울산 방어진고에서 보직(환경부장)을 처음 맡은 이후 연구부장, 학생부장, 인성부장, 진학부장, 진로진학상담부장 등 17년 연속 부장교사다. 6년 전부터는 ‘1기’ 진로진학상담교사 자격을 얻어 현 학교에서 진로진학상담부장을 수행하고 있다.


박 교사는 "40년 교직생활 동안 쌓인 지식과 경험으로 아이들이 삶과 나아갈 방향을 조언해줄 수 있는 만큼 보직교사의 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 17년 연속 부장을 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부장교사는 담임처럼 업무량이 많은데다 관리자와 뜻을 맞춰 한 분야를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데 장점보다 부담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한 부에 5명 정도 구성되는데 융화시키기가 어렵죠. 일부는 승진점수를 위해 참고 견디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도 상당수 부장교사들은 승진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과 조직을 위해 한 분야를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명감으로 한 발 한 발 걷다보니 17년 연속으로 맡은 거죠."

 

― 부담이 커 기피현상도 있다는데.
 

"관리자는 권위가 있으니 업무 분담 지시를 하면 잘 먹힙니다. 그런데 부장교사는 그럴 수 없어요. 교사에게 권한, 보너스를 줄 수 없으니 인간적인 면으로 동참을 호소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부탁해서 안 들어주면 제가 해야 하는 거죠. 특히 저보다 선배가 부원으로 배정되면 부장과 부서원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되는 어려움도 따릅니다. 이런 면 때문에 선뜻 맡길 원하지 않습니다."

 

― 선생님은 기피하고 싶지 않으셨는지.
 

"한 번은 전근한 학교가 특성화고였는데 그 당시 거친 아이들이 많아 누구도 학생부장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교장은 제게 부탁을 했고, 저는 고민 없이 단번에 맡았습니다. 새로운 학교에서 하루빨리 학생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중학교로도 전근 갔을 때도 그런 적이 있었고요. 호흡 맞추고 화합된 분위기로 첫 단추를 잘 꿰면 1년 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지내죠.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면 1년 내내 힘듭니다. 지난 17년을 떠올리면 딱 절반씩입니다. 제 뜻대로만 되지 않는 부분은 분명 있는데 그걸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습니다."

 

―자신의 발전에 도움 된다면 어떤 것인지요.
 

"입직한 이후 매년 100시간씩 직무연수를 하며 전문상담교사, 일본어교사 자격증을 땄고 만학의 길도 함께 걸으며 2개의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는 등 자기계발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습니다. 만일 수업만 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물론 입직 초기부터 공부를 꾸준히 해왔지만 업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도전을 받다보니 멈추지 않고 채찍질을 더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게 있어야 제자들에게 잘 전해줄 거리가 생기니까 꾸준히 연마하게 됩니다. 혼자 책 보고 연구하는 것보다 학위를 받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가르치는데 도움 될 것이라 여기고 해왔습니다.
 

그는 내년 2월 정년퇴임인데도 올해 100시간 직무연수를 다 받았다. 퇴직하는 마지막 날 순간까지 결손 없이 늘 해오던 대로 하자는 마음에서다.  박 교사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동료교사와 제자들에게 몸소 보여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부분이 교직생활의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 이런 노력이 현 보직 수행에도 도움이 되는지요.
 

"부장교사를 처음 담당하던 당시 사람들 간 관계형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자비를 들여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땄는데 그게 지금 진로진학상담교사를 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상담은 가정생활은 물론 학생과의 관계 증진에도 좋은 효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입직하기 전, 결혼하기 전 더 일찍 배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가부장적인 가장, 위압적인 스승이었다면 이제는 먼저 들어주고 공감하고 있는데 이전보다 가족들은 물론 제자들도 더욱 잘 따릅니다."

 

― 상담을 적기에 잘 배우셨네요.
 

"상담을 배운 뒤인 200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이 점차 난폭해지고 말썽도 많이 피우게 돼 교직생활에 회의도 많이 느꼈는데 공감과 경청 기술에 입문하고 나니 학생들과 호흡과 코드를 맞추게 되면서 평안히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 과목 특성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강요보다 공감하고 내 문제로 생각하며 함께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니까 잘 따릅니다. 학생들은 나 자신을 위해 꾸짖는지, 미워서 꾸짖는지 알고 있더라고요. 자신을 위한다는 본심을 알게 하니 조금 거칠게 말해도 잘 따르고 반항하지 않습니다."

 

― 풍부한 부장 경험이 원활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익힌 교직경험, 지식을 총망라하고 발휘한다는 면에서 딱 맞는 일입니다. ‘진로와 직업’ 과목 수업을 하고, 상담도 하는데 아이들이 시험부담이 없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니 재미있어 합니다."


― 수업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요.
 

"오늘 1학년 학급의 ‘진로와 직업’ 수업 내용인데, 일단 A4용지 한 장씩을 나눠줍니다. 지금 걱정과 고민, 지금 벗어나고 싶은 어려운 점 하나씩 적으라고 하죠. 성적, 여자친구, 부모 갈등, 용돈 문제, 친구와 싸운 일 등 한두 개 적는 애들부터 대여섯 개 적는 애들까지 다양해요. 그리고 그 종이를 꽉 구겨서 저를 향해 던지라고 합니다. 다 받아

주겠다고.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교단 근처에 떨어진 것을 몇 개 읽어주고 해결방법을 하나씩 설명해줍니다. 성적이 걱정이라고 하면 ‘걱정 하지 마라. 최선을 다해 공부했으면 그에 맞게, 적성에 맞게 진학하면 되지 꼭 유명대학을 가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더 자세한 해결책이 필요하면 상담실로 오라고 하죠."

 

― 예를 들어 아이들 진로지도 어떻게 하시나요.
 

"장차 되고 싶은 직업을 적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 이상적인 직업을 쓰는데, 그런 이후 이런 직업을 얻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기입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답을 다 알고 있어요. 물론 직업을 갖기 위해 자신이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알고 있죠. 그런데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현 상황을 직시하고 행동변화를 유도하면 어느 정도 변화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고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제게 공과대학 진학을 권유했고 그 결과 만족할 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 ‘부장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일단 보직수당이 현재 월 7만원인데 결코 생활에 도움 되는 액수는 아니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선생님이 돈을 밝힌다’고 볼 수 있겠지만 교사도 직업인이라는 면에서 어느 정도 현실화는 필요합니다. 또 학교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가능하면 부장교사에게 권한과 책임을 더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추진하는데 있어 재량권을 보장해주고 적극 밀어줄 수 있는 풍토가 됐으면 합니다. 부장 책임 하에 독창적인 운영이 어느 정도 보장되면 학교운영 민주화도 이룰 수 있죠. 요즘은 많이 달라져서 상향식으로 교사의 의견을 취합해 관리자와 의논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관리자가 독단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일은 사라지고 점차 서로 소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17년 연속 부장을 맡은 그는 ‘관계의 달인’이 된 듯했다. 전 학교에서도 현 학교에서도 학생, 학부모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박 부장은 "지금도 매년 울산 중앙고 10회 졸업(1995년) 제자들이 스승의 날마다 찾아와주고 연말 퇴직 기념 모임을 열어주겠다는데 짧지 않은 기간 부장교사로서 성심을 다한 보람이라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교육가족의 맥을 잇게 된 것도 그에게 큰 보람 중 하나다. 그는 "큰 며느리가 경남 창원토월초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궁금한 일이나 애로사항 등을 물으면 잘 조언해주는 것으로 교육발전에 이바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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