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세상, 선생님이 간다] 교육봉사로 손 맞잡고 '평생 동행' 언약

2018.04.10 09:49:41

박현성 경남 진영금병초, 구은복 경남 관동초 부부교사

2007년부터 육아원 등 봉사, 2010년 결혼 후에도 지속
"우리가 얻는 게 더 많아… 제자들, 두 아이도 함께 해요"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박현성(38·사진 왼쪽) 경남 진영금병초 교사와 구은복(34) 경남 관동초 교사는 2010년 결혼식 당시를 잊지 못한다. 우르르 몰려와 축하하는 100여명의 제자들 속에서 자신들이 봉사하던 육아원 ‘천사’들을 보고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사랑을 주면 사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은 두 교사는 평생 봉사하며 동행하겠다는 마음으로 두 손을 더 꼭 잡았다.
 
2007년 경남 삼성초에서 함께 근무하며 육아원 교육봉사를 다니다 결혼까지 하게 된 부부는 지금도 변함없이 매주 1회 이상 봉사활동에 나선다. 오히려 부부가 됐더니 더 쉽고 꾸준히 할 수 있게 됐다며 환한 표정을 짓는 이들.
 
박 교사는 “2009년 칠서초 이령분교로 발령 받은 아내는 집에서 왕복 2시간 넘게 운전으로 출퇴근했는데, 봉사를 위해 왕복 한 시간이 넘는 육아원까지 또 운전하는 건 무리라 여겨 내가 데리고 오갔다”며 “이제는 한집에서 함께 출발하니까 발걸음이 한결 수월하다”고 밝혔다. 구 교사도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빠지는 날도 더러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육아원 봉사로 만난 부부는 이제 제자들과, 또 두 아이와 함께 지역 아동센터,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으로 도움의 손길을 넓혀가고 있다.
 
2005년부터 매주 1회 이상 자비를 들여 육아원 교육봉사를 하던 박 교사는 2007년 당시 동반자를 찾고 있었다. 서로 학년이 다르고 수준차도 다른 4~5명의 아이들을 홀로 가르치기가 벅찼다. 동료 몇 명이 함께 하다 각자 사정으로 중반에 그만 두자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보지 않은 육아원 아이들은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받았다. 오랜 기간 함께 할 사람이 필요했다.
 
박 교사는 구 교사에게 봉사를 권유하면서 한두 번 하다 그만둘 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구 교사는  ‘당신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느냐’는 생각에 매주는 아니더라도 안 빠지고 열심히 할 테니까 한번 데려가 달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두 교사의 동행은 10여 년간 지속되고 있다. 
 
구 교사는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는 총각 선생님의 ‘작업’ 정도로 여겼는데 매번 회식 때마다 봉사를 가야 한다고 술마저 사양하다 중간에 일어서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결혼 후 봉사동행은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11년 임신한 구 교사가 봉사활동 중 개에 물리자 아기가 잘못될까 걱정에 출산 후 얼마까지는 남편 홀로 제자들과 봉사에 나섰다. 
 
당시엔 임신한 자신을 혼자 두고, 또 첫째 출산 후 몸도 추스르지 못한 상황에서 봉사활동을 고집한 남편이 야속했다. 하지만 그 순수한 마음을 알기에 용서하고 지금은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구 교사는 “남편은 ‘민기에게는 엄마가 있지만, 육아원 아이들은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멀리 있다. 그들 역시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빠져선 안 된다’고 했다”며 “이제는 민기, 지민이 두 아이 모두 그런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 가족 모두 봉사에 나선다”고 말했다.
 
부부교사의 사랑을 먹고 자란 육아원 아이들은 아직 영·유아 단계인 민기, 지민이를 대신 봐준다. 봉사는 그렇게 선순환을 이뤄가고 있다. 사실 말이 봉사지 배우고 얻는 게 더 많다는 이들이다.
 
박 교사는 “한명은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아 흉터가 몸에 상당히 남아있음에도 아버지니까 자신이 꼭 모시고 싶어 한다”면서 “그 모습을 보고 참용서가 무엇인지 몸소 배웠다”고 털어놨다.
 
봉사활동으로 충만해진 열정과 지혜는 고스란히 제자 교육에도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학급경영, 수업연구, 교육기부 등으로 장관상만 30개 이상 받은 비결이다.
 
최근 두 교사는 10년간 교단일기를 묶어 ‘박현성 구은복 선생님의 행복이 가득한 미덕교실 이야기’를 펴냈다. 
 
박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배려, 청결, 재능 등 모든 미덕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아직 원석 상태라 부족해보일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 원석을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게 닦아주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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