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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엄마가 학교 불까지 끄러 가야 하나


아침 TV에 학교에서 유명을 달리한 젊은 어머니들의 영결식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난 날 나도 학교에서 저런 행사를 한 두 번 한 것도 아닌데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는지 참 서글프기까지 했다. 문득 어제 21일자 조선일보 시론에 실린 여성학자요 서울 시립대강사라는 조아무개 씨의 글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본다.

글의 내용은 몇 묶음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 요약해보면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자기관리에도 충실한 한 어머니가 일주일에 한 번씩 자기 아이 학교에 청소를 하러 가는데 그 어머니에게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물었더니 훨훨 나는 자유로운 새가되고 싶다고 했는데 오죽하면 그런 생각을 하겠느냐는 것이 첫째,

학교에서 소방안전교육을 하는 자리에 왜 어머니들이 사다리차까지 타게 되었나, 그 배경에는 학교의 참석요구와 압력이 있었을 것이며 그런 요구는 대부분의 초등학교에 관행으로 존재하고 어머니들끼리는 ‘아이는 인질, 엄마는 노예’라는 자조어린 말들이 오간다는 것이 둘째,

자녀양육은 학부모, 국가, 사회 모두의 공동책임인데 국가나 사회는 책임을 유기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책임에는 관대하며 오로지 어머니의 노동만 요구한다는 것이 셋째,

학교는 어머니의 자식사랑을 볼모로 어머니 동원을 정당화 하지 말라. 등하굣길 안전은 경찰청, 급식자재 검수는 보건복지부, 다양한 부역노동들은 정식으로 고용된 전문가가, 즉 교육부, 여성가족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가 업무 조정을 통해 의무를 나누고 그 밖의 일상적인 업무는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넷째,

필자는 ‘학교에서 불이 나면 어머니들은 일하다가 불까지 끄러 가야 하나?’라고 물으면서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어머니 동원’은 비교육적이고 성차별적이라고 질타하며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 이런 부당한 착취의 고리가 끊어지기를 바란다. 오죽하면 조류로 환생하기를 바라는 어머니가 있을까하는 말로 끝을 맺었다.

맞는 말도 있고 좀 더 신중했으면 싶은 말들도 있다. 먼저 필자가 대학의 강단에 서는 선생님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 얼마나 학교의 강요된 노동에 시달렸는지는 모르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로는 좀 섭섭한 감이 넘친다. 소방안전교육은 고가사다리차를 타는 것만이 아니다. 화재예방, 소화기 종류와 사용법, 소방관들의 업무, 심지어 아이들의 소방서 상대 장난 전화의 계도까지 하는 필요한 교육임에 틀림이 없다. 고가사다리차의 탑승은 끝부분의 일종의 이벤트성으로 진행된 것으로 기억된다.
 
지역 소방관서와 학교는 서로 협의하여 교육은 소방관서가 계획실시하고 학교는 아이들의 동원과 질서유지 등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이왕 하는 교육이고 자주 하는 것이 아니니 학부모도 뜻이 있으면 동참하게 계획이 되나 대부분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를 기피하는 현실이니 주로 학급 임원 어머니들이 맡게 되는 것이 대부분인 것이다. 이 교육에서 학교의 역할이란 이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교육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허락하는 학부모의 참관을 주선하는 것 외는 없다.

학교는 소방장비가 안전한가를 검사할 위치도 능력도 없으며 교육내용에 관해서도 왈가왈부할 형편도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노라면 흡사 학교에서 엄청나게 학부모, 특히 어머니들을 혹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초등학교 선생들도 이 글의 필자가 말한 대로 일상적인 업무 말고 왜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들 도맡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소방관서의 안일한 교육준비로 학교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엄청난 재앙이 아이들의 눈앞에 펼쳐졌다는 것에 학교가 전연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같은 가르치는 길을 걷는 입장이라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갈 수만 있다면 내 자식의 배움터가 불타는데 불을 끄러 가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왜 유력지의 시론을 쓸 만큼 유능하고 힘 있는 인사이면서 이런 일이 있기 전에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력히 주장하여 학교와 교사의 짐들을 좀 가볍게 하는데 앞장 서주지 않았는지 실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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