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내 집 마련의 의미 한국 사회에서의 ‘내 집 마련’은 단순히 거주 공간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집은 일상을 이어가는 삶의 기반이자 자산을 축적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집은 실거주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전세나 월세로 거주할 때는 계약 만료라는 불확실성이 따라붙고, 아이 학군이나 생활권을 유지하는 데에도 늘 제약이 생긴다. 반대로 자기 집을 가진 순간, 최소한 거주만큼은 안정이 확보되고 삶의 흐름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 안정감은 가족의 생활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그러나 집은 단지 편안한 거주의 수단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가장 확실한 자산 축적의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오른다는 믿음이 강하게 작동하고, 실제로 부동산 보유 여부가 세대 간 자산 격차를 크게 갈라놓았다.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노후와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사회적 가치까지 덧붙여진다. 집을 가졌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결혼을 앞둔 청년 세대에게는 중요한 선결…
2025-10-02 10:00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 (최재천 지음, 창비 펴냄, 100쪽, 1만 3,000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와 학교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력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섣부른 응원이나 무분별한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그들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의욕과 동기를 끌어낼 구체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 (최준영 지음, 교보문고 펴냄, 304쪽, 1만 8,800원) ‘경제·주택·에너지·인구·기후’ 5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리적 조건이 국가의 운명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관적인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한다. ‘경제·주택’ 편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주택 가격 안정 비결과 최저임금·퇴직금·상속세가 없는 스웨덴의 사례 등을, ‘에너지’ 편에서는 수소·셰일·희토류 등 핵심 자원을 둘러싼 국제 관계를, ‘인구·기후’ 편에서는 인도·카자흐스탄·플로리다의 인구정책과 중국·호주의 기후 위기 사례를 살핀다. 머리 좋은 아이는 이렇게 키웁니다 (에일린 케네디 무어·마크 S. 뢰벤탈 지음,…
2025-10-02 10:00어쩔수가없다에서 전 세계가 공감한 ‘해고’ 사태 9월 24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영화 어쩔수가없다는 국내 개봉 이전부터 전 세계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먼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이자 칸국제영화제·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8.27~9.6)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박찬욱 감독이 20년 전 원작소설(액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저)을 읽고 영화로 만들 기획을 했다. 이번에 완성한 어쩔수가없다가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베니스를 꼭 20년 만에 다시 찾은 박찬욱 감독은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담담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9월 4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는 주목할 만한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문인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고, 9월 2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리는 제63회 뉴욕영화제의 메인 슬레이트(Main Slate)에 초청됐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초청됐던 가장 주요한 부문이다.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 제…
2025-10-02 10:00정지아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고향에 내려와 빨치산 출신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며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문 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간 몰랐던 아버지의 삶을 알아가는 내용이다. 전직 빨치산이자 ‘순수한 사회주의자’인 아버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늘 ‘혁명을 목전에 둔 혁명가처럼 진지’한 태도로 살아갔다. 겨울 어느 날 소쿠리를 팔러 왔다가 나갈 때를 놓친 방물장수 여인을 재워주려고 데려오자, 어머니는 “베룩(벼룩)이라도 옮으면 워쩔라고”라고 타박했다. 어머니도 빨치산 출신이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자네, 지리산서 멋을 위해 목숨을 걸었능가? 민중을 위해서 아니었능가? 저이가 바로 자네가 목숨 걸고 지킬라 했던 민중이여, 민중!”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어머니는 당신 딸은 절대 담배 태우고 그런 애가 아니라고 계속 항변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넘의 딸이 담배 피우먼 못된 년이고, 내 딸이 담배 피우먼 호기심이여? 그거이 바로 소시민성의 본질이네! 소시민성 한나 극복 못헌 사램이 무신 헥명을 하겠다는 것이여!”라고 했다. 화자는 ‘환갑 넘은 빨갱이들이 자본주의 남한에서 무슨 혁명을 하겠다고 극복 운…
2025-10-02 10:00프롤로그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네팔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평을 듣는 곳이다. 나는 대학 시절 네팔에 세 번 방문했고, 그중 한 번은 8개월 넘게 머무르며 도시·산촌·평야는 물론, 깊은 계곡까지 다양한 네팔의 지형을 느끼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는 동안 네팔 사람들의 순한 성품과 향신료 가득한 음식, 그리고 히말라야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네팔에 가게 되었다. 동행인은 네팔이 처음이었기에 대표적인 여행지인 카트만두와 포카라를 중심으로 일정을 계획하였다. 1월의 네팔 여행은 어디로 가면 좋을까? 따뜻한데 추운 곳? 수공예 장인들의 나라에서 쇼핑은 못 참지! 네팔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위도에 위치하여 카트만두는 서울에 비해 낮 기온은 약 15℃ 정도 높고, 밤 기온 역시 다소 온화하다. 대체로 한국 초봄 날씨보다 조금 더 따뜻하다고 할 수 있다. 출국 당시 기모 맨투맨과 패딩 점퍼를 입은 채로 트리부반 공항에 도착하면 후텁지근함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경량패딩으로 갈아입은 뒤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낮 기온만 고려해 인…
2025-10-02 10:00프롤로그 어릴 때 쓰던 학용품 중 ‘루니툰’이라는 캐릭터가 그려진 것들이 있었다. 토끼·병아리 캐릭터와 함께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 중 ‘짓궂은 표정을 하면서 늘 화가 나 있는 모습의, 곰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태즈(Taz)’이다. 태즈는 곰도 강아지도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태즈메이니아데빌’이다. 2024년 1월,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은 ‘태즈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주로 여행하는 시드니·멜버른·골드코스트 등이 아닌, 루니툰 태즈의 모델이 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본토의 남쪽에 있는 섬 ‘태즈메이니아’ 일정을 여행 중 가장 많이 할애했다. 호바트에서 가장 높은 산, 웰링턴산? kunanyi? 태즈메이니아는 섬의 명칭이기도 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을 구성하는 주(state)의 명칭이기도 하다. 태즈메이니아주의 가장 큰 도시이자 주도는 호바트(Hobart)이다. 시드니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이지만, 인구는 약 2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계 이주민들은 남반구에 새롭게 발견된 거대한 땅인 오스트레일리아에 ‘새로운 영국’을 만들고 싶어 했고, 그 결과 호바트 도심은 19세기 어느 영국 도시…
2025-09-08 10:00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의 1938년 작품 The Frame은 자신의 정면 모습을 묘사한 자화상이다. 1939년 루브르 미술관이 이 작품을 사들임으로써 칼로는 루브르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된 최초의 20세기 멕시코 예술가가 되었다. 어릴 적 사고로 고통 속에서 살았던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자화상은 미술사에서 예술가의 자아 탐색과 정체성을 담은 형식으로 그려졌다. 예술가에게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 묘사를 넘어서서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고 선언하는 장르이다. 1938년 작 The Frame은 작가 자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자화상이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민속적 감성과 현대적 자아 표현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형식으로, 정체성과 타자의 시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멕시코 여성이자 예술가로서 칼로가 겪은 고통과 열정,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이 한 폭의 그림에 담아냈다. 자화상에 담긴 내면의 강인한 모습 프리다 칼로의 The Frame은 유채 물감으로 그린 자화상 위에 멕시코 민속 양식의 꽃과 새 무늬 유리 액자를 겹쳐 놓은 혼합 매체 작품이
2025-09-08 10:00학군지란? 학군지란, 우수한 학교들이 밀집해 있어 교육여건이 뛰어난 지역을 말한다. 특히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가 가까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학군지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시세가 높다. 또한 전통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으며, 전세가 역시 강세를 보여왔다.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은 자녀의 학습환경을 위해 학군지 아파트를 선호해왔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지역은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강남 8학군이나 목동·대치동처럼 교육특구로 알려진 곳들은 오랜 시간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며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과연 학군지 프리미엄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군이 있는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였지만, 인구 구조가 변하는 지금도 같은 흐름이 유지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맹모양천지교’의 나라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자의 어머니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
2025-09-08 10:00상처 없는 인간관계는 없다. 친하면 친할수록, 믿었던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쉽게 상처받는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문자 보낼 시간조차 없었다고?’, ‘너라면 날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는데….’ 좋아했던 만큼 배신감은 크고, 기대했던 만큼 서운함이 커진다. 관계의 역설이다. 허물없이 지낼수록, 빈번하게 만날수록, 많은 것을 공유할수록 ‘나의 영역’이 침범됨을 느낀다. ‘아,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이건 좀 선 넘는데’, ‘언제까지 내가 이걸 해줘야 하는 거지’ 등 너와 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에 불편감이 느껴진다. 인간관계는 이처럼 언제나 어렵다. 관계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위로받으며, 나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종종 피곤하고, 때론 상처받고, 문득 외롭고, 어떨 땐 깊이 실망스럽다. ‘너무 가까이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리하지도 못하는’ 관계의 딜레마를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The Hedgehog′s Dilemma)’를 통해 들여다보자. “추운 겨울날, 여러 마리의 고슴도치가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가까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곧 서로의 가시에…
2025-09-08 10:00노력이 재능이라면 (미야구치 코지 지음, 송지현 번역, 또다른우주 펴냄, 196쪽, 1만 6,800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와 학교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력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섣부른 응원이나 무분별한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그들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의욕과 동기를 끌어낼 구체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번역, 지베르니 펴냄, 316쪽, 2만 2,000원) 인간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야기’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소비하거나 재생산하는 행위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부정적이기만 한 이야기’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무력감에 빠져든다며, 부정과 절망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이수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312쪽, 1만 8,000원) 발달장애를 가진 두 아
2025-09-08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