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순천효산고 교장인 최상경 시인이 시집 『그냥 바람이면 돼』를 최근 출간하였다. 이 시집을 읽고 나면, 그리움이란 말이 오래 입안에 남는다. 그리움은 지나간 시간의 회고에 그치지 않고, 그것은 오늘의 일상을 견디게 하는 힘이고,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는 손길이며, 사라진 것들이 아직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알려주는 희미한 기척이다. 시인은 밤하늘의 달, 시장의 생선, 식탁 위의 사과, 요양원 복도, 빈집의 마당, 바닷가의 바람 같은 사소한 장면들 속에서 그리움의 흔적을 찾아냈다. 이 시집의 세계는 이런 평범한 일상의 일들이 깊이를 획득하는 순간들의 기록이다. 첫 시 「밤이면 달섬이 날 기다린다」에서부터 그리움의 정조는 선명하다. “가끔 그리움에 목메면” 대낮에도 창백한 얼굴로 떠오르는 달섬은, 밤이 되면 기다림의 얼굴로 다시 나타난다. 멀거나 가깝거나, 깊거나 얕거나, 그 섬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기에 섬은 섬이 되고, 아침이면 화자 또한 “다시 섬”이 된다. 이처럼 최상경의 시에서 그리움은 대상에게만 머물지 않고, 그리워하는 사람 자신의 존재 방식이 된다. 우리는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어느새 하나의 섬이 된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