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가 적은 학교들이 서로 연결되면 아이들의 배움도 넓어질까. 강원 홍천의 5개학교가 함께 추진한 교육협력 연구에서는 기대와 함께 생각해 볼 만한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의 협력에 대한 인식은 일부 개선됐지만 학부모 평가에서는 엇갈린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홍천 모곡초에서 열린 강원교육청 지정 연구학교 수업 공개 및 운영보고회에서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개별 학교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도 학교 간 협력을 통해 학생의 교육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 자리였다. 이날 연구 결과를 접하며 떠오른 질문은 하나였다. 작은학교를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학생들이 충분히 배우고 성장하도록 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이 질문은 홍천지역의 일부 학교만이 아닌 강원교육 전체가 마주한 과제이기도 하다. 작은학교 유지 기조 속, 풀어야 할 과제 강원교육청이 공개한 2026년 3월 1일 기준 소규모학교 현황에 따르면 도내 초등학교 355개교 가운데 학생 수 60명 이하 학교는 202개교(56.9%)에 달한다. 중학교 역시 160개교 중 67개교(41.9%)가 같은 규모다. 특히 광역학구를 통해 주소지 이전 없이 전입학한 학생을 제외하면…
2026-11-02 15:54매년 10월의 마지막 밤이 오면 거리는 기괴하고도 화려한 유령과 괴물들로 메워진다. 아이들은 손에 호박 바구니를 들고 집집마다 벨을 누르며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를 외치고, 청년들은 평소의 모습을 벗어던진 파격적인 의상(Cosplay)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한때 특정 문화권의 전유물이었던 할로윈(Halloween)은 이제 국경과 인종을 넘어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글로벌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할로윈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복잡미묘하다. ‘상업주의의 침투’, ‘외래문화의 무분별한 수용’, 혹은 ‘위험하고 무질서한 유흥’이라는 비판적 시각과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장’이자 ‘글로벌 문화 체험’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 할로윈을 단순히 즐기고 소비하거나, 혹은 반대로 배척해야 할 외부 문화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할로윈의 뿌리를 깊이 탐구하고, 왜 세계가 이 낯선 축제에 열광하는지 파헤치며, 나아가 한국 사회와 교육 현장에서 이 축제가 갖는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해야 할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근래 새롭게 할로윈 축제의 모습을 다시 쓴 참극의 역사가 우리에게 존재하기 때
2026-11-02 15:38
교육의 성과는 단시간에 평가하기가 어렵다. 입시결과나 학생 개개인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기억하고 있는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교육의 핵심은 학생이 '배움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의 '학습 태도'를 돌아보며,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현장의 모습이 중요하다. 필자는 1987년 10월부터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일본교육 현장을 살펴보고 최근에도 학교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한국교육원장으로 2회에 걸쳐 총 9년간을 근무하면서 때로는 일본 학교의 요청이나 한일 교류관련 업무가 있을 때마다 일본 학교의 모습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특히 한국어 교육 확대 업무로 고등학교의 한국어 교육과정 개설이나 사회교육기관의 한국어 강사 요청이 있을 때마다 강사를 소개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특히 부산에서 가까운 쓰시마는 한국과 교류가 활발한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쓰시마시의 시장 초청으로 쓰시마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국어 학습,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특강을 실시하였다. 이때 고등학교 담당교사는 나의 강의에 대한 수업 소감을 전 학생이 기록하도록 하여 우편으로 보내왔다. 다음은 2학년 학생
2026-10-29 14:14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평생을 항일(抗日)과 극일(克日)의 정신을 지침 삼아 교단을 지켜온 원로 교육자의 고백 하나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에게 일본은 오랜 시간 동안 ‘가깝고도 먼 나라 그 자체’였다. 뉴스에서 빈번하게 들려오는 독도 문제나 역사 왜곡 소식을 들을 때면 여전히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토종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종국적으로 이 글의 진의를 알아채게 되면 앞선 말과는 다른 상황에 “(당신도) 별도리가 없군요”하고 살짝 미간을 찌푸릴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정치적 앙금을 잠시 내려놓고 교육, 문학, 그리고 스포츠 등 전반적인 영역으로 확대경을 통해 들여다본 일본은, 세간에서는 “저무는 나라”라고 평가하거나 “대한민국이 일본보다 잘 산다”라며 다소 들뜬 기분에 있을지라도, 솔직히 ‘부럽고도 무서운 나라’라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참고로 필자는 금년 6월에 일본 홋가이도를 다녀와 느낀 소감을 일차적으로 언론 매체에 글로써 피력한 바가 있다. 특히 금년에 치러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보여준 일본 축구의 발전 모습은 비록 상위권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축구 최정상 국가들과의 비등한 경
2026-10-28 17:25최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씁쓸하고도 치명적인 지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일종의 신사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이 시대 청년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공정성을 파괴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연인즉, 올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최종 합격자 152명 중 서울대 출신이 94명으로, 전체의 61.8%에 달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 우리 사회를 씁쓸하게 만든 것은 그 과정의 공정성에 던져진 의문이다. 타 대학들은 모두 ‘세로 형식’의 성적증명서를 사용하는 반면, 오직 서울대만 ‘가로 형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신사협정(Gentlemen's Agreement)이란 국가 간 또는 개인·단체 간에 법적 구속력이나 문서화된 계약 없이, 상호 간의 신의와 명예를 바탕으로 맺는 비공식적 약속(또는 합의)을 말한다, 이는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쪽이 이를 어기더라도 법적인 처벌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어렵다. 하지만 도덕적·정치적 구속력은 사회가 기대하는 강한 약속에 기인한다. 법 대신 ‘상호 신뢰’, ‘명예’가 이행의 원동력이 되어 위반 시에는 도
2026-10-26 13:33경기교육청이 민선 교육감 핵심 공약 추진을 이유로 '학교 관리자 성과상여금 평가지표' 개편을 추진하면서 교육 현장의 반발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고 평가의 공통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평가 대상자인 학교 관리자와 현장 교원들의 공감은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1년간의 다양하고 자율적인 교육활동 평가를 배제한 채 교육청의 일방적인 지침으로 지표의 50%를 고쳐 추진하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그 목적과 타당성을 둘러싼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우선핵심 정책의 강제 반영이 단위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교육청은 '경기교육 핵심 정책에 대한 단위학교의 실행력과 책임성 신장'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미 예체능 및 통합교육, 지역사회 협력 스포츠 활동 등 'RAS(체육·문화·예술 활동)' 성격의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구안·적용되고 있다.그럼에도 교육청이 이를 마치 기존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인 양 이슈화하고, 성과급 평가 지표의 절반을 강제 할당하는 것은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다. 진로·과학·수학·환경·발명·영재·디지털활용·AI·통일교육 등 각 학교가 여건에
2026-10-22 16:14매년 가을이 되면 문득 마음이 작아지고 헛헛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강원도 평창의 봉평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입맛을 돋구는 전통 메밀국수 한 그릇에 마음이 녹아내리고, 소금이라도 잔뜩 뿌린 듯 하얗게 피어난 메밀꽃밭 위에 달빛이 쏟아지면 방문객 누구나 숨을 멈추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금’과 ‘솜사탕’ 사이, 그 찬란하고도 애틋한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효석 문화제'는 우리에게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 장돌뱅이 허생원의 낡은 메밀국수 한 그릇, 그리고 봉평 장터에서 대화 장터로 넘어가는 밤길, 그 길 위에서 피어나는 인연과 삶의 우여곡절은 단순한 문학 작품을 넘어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우리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문학은 이처럼 삶을 예술로 바꾸고, 평범한 사람들의 발걸음에 숭고한 서사를 부여한다. 그래서 이 가을, 메밀꽃 향기 속에서 떠올리는 하나의 질문은 오늘날 우리 교육의 가장 깊은 곳을 파헤치게 된다.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자신의 인생이라는 소설을 스스로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인가?” 이효석의 문학 《메밀꽃 필 무렵》은 수십 년간 대한민국 국어 교육과 인성 교육의 가장 굳건한 기둥의 하나가 되
2026-10-20 09:23최근 경기부천교육지원청이 추석 연휴를 기해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한 “가르치기만 하십시오.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은 짧은 문장이지만 그 속에는 오늘날 우리 교육이 처한 현실과 교육행정의 책무가 함께 들어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이 현수막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교육청의 의도와 지향점을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으나 가르침을 본업으로 하는 교사들에게 이 글만큼 격려와 응원이 되는 정책이 있을까 싶다. 이 글에서는 교사의 측면에서 이 슬로건이 내세우는 의미와 목적을 살펴보고 교육 당국의 의지와 비전을 높이 사기 위한 방안으로 이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한때 교사는 교실의 주인이었다. 학생을 가르치고 생활을 지도하며 학부모와 소통하는 일이 교사의 본업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교사는 수업만으로도 부족한 존재가 되었다. 민원에 답하고, 갈등을 중재하고,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하며, 때로는 자신의 교육적 판단 하나하나를 설명하고 방어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특히 교육에도 ‘소비자주의’가 널리 침투함에 따라 공교육을 서비스로 간주하며 마치 학부모라는 고객이 왕인 양 교사의 교육활동에 지나친 요구와 간섭,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교사가 이러한 서비스
2026-10-19 11:28강원지역 초등학교 10곳 중 약 6곳은 학생 수 60명 이하의 작은학교다. 앞으로 5년 동안 초·중·고 학생은 2만 명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학교의 규모는 작아지고 있지만 학생들이 살아갈 세계는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강원교육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학력 향상과 대학 진학도 중요하지만 AI문명사회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으로 세계 어디에서든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의 목표를 확장해야 할 때다. 강원교육청의 ‘2027~2031학년도 중장기 학생 추계’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학생 수는 2026년 13만113명에서 2031년 10만7522명으로 17.4%(2만2591명) 감소할 전망이다. 초등학생은 같은 기간 5만8433명에서 4만5661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도교육청의 2026년 3월 1일 기준 자료에서도 초등학교 355개교 중 202개교(56.9%)가 학생 수 60명 이하의 작은학교로 나타났다. 문제는 학생 수 감소 자체보다 학교 규모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교육기회다. 농산어촌 작은학교에서는 다양한 심화과목과 전문적인 진로교육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규모가 작은학교의 교육적 가능성까지
2026-10-15 09:58매년 10월 11일은 고려대장경이 완성된 1251년 10월 11일의 역사적 의미를 기리기 위해 출판계가 1987년에 제정한 ‘책의 날’이다. 수백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숭고한 염원을 담아 목판에 한 자 한 자 새겨 넣었던 그 거대한 지혜의 유산은, 오늘날 디지털 화면의 불빛 속에서 파편화된 정보와 자극적인 영상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격년 발표) 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연간 종합독서율(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 등을 제외한 일반도서를 1년간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비율)은 충격적이다.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 즉,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이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독서 인구 저하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뼈아픈 현실 속에서, ‘책의 날’이 갖는 무게감은 우리에게 단순한 기념일 이상의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 침묵의 시대에 오직 책을 통해 삶의 변혁을 이뤄낸 생생한 다독가들의 증언은, 왜 우리가 다시 활자의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등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 각계에서 독서를 통해 자신
2026-10-15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