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보다 챗GPT가 더 잘 가르치는데요?” 이 말은 가상의 질문이 아니다. 이미 오늘의 학교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이 피부로 느끼며 던지는 솔직하고도 서늘한 물음이다. 실제로 2024년 발표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미래교육 인식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의 60% 이상이 “단순 지식 습득이나 문제 풀이 설명은 교사보다 인공지능(AI) 튜터가 더 효율적”이라고 응답했다.(한국교육개발원, 《AI 시대 학교교육의 역할 재정립 연구》, 2024) 전통적으로 지식의 전수자(Knowledge Transmitter)로서 교사가 가졌던 독점적 권위는 이미 완전히 해체되었다. 왜냐면 AI는 지치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학생 각자의 수준에 맞춰 24시간 1:1 맞춤형 해설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식 전달의 속도와 정확도 면에서 인간 교사는 더 이상 AI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문명사적 대전환기 앞에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본질적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미래 교육에서 교사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그리고 지금과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이 글에서는 몇 가지 관점에서 이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첫째, 지식의 공급자에서 ‘맥락의…
2026-08-24 13:12학교에서는 조용하고 예의 바른데 집에만 오면 짜증을 내는 아이가 있다. 부모는 상담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수업 태도도 좋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답답해진다. ‘학교에서는 잘하면서 왜 집에서만 이럴까.’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던지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면 “몰라”라고 대답한다. 숙제 이야기를 꺼내면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가 커진다. 부모에게는 자신을 만만하게 여기거나 버릇없이 구는 모습처럼 보인다. 고쳐야 할 말투와 행동도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학교와 집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부모를 가볍게 여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학교에서 아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조절한다. 수업 시간에는 몸을 움직이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친구의 말이 기분 나빠도 관계가 틀어질까 봐 웃고 넘기기도 한다.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신경 쓰며 가만히 앉아 있는다.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집에 돌아오면 하루 동안 붙잡고 있던 힘이 풀린다. 학교에서 참은 감정이 집에서 짜증으로 나타나는 이유다. 집이 안전하다는 뜻일 수 있지만, 안전한 관계가 함부로 행동해도 되는 면허는 아니다. 집에서 감정이 터
2026-08-24 13:10최근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나름 위원들의 노력의 산물로 총체적인 하나의 안(案)을 국민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위원장이 직접 “설명드립니다”라며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한눈에 띄는 요지는 독일의 저명한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표방한 것으로 다가온다. 우리에게 이는 과거 전범국가였던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교육을 통해 완전한 민주시민 국가로 발전한 것에 대한 부러움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계기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러한 발표의 배경으로는 최근 교실까지 침투한 혐오와 차별을 배격하고, 사회적으로 갈등이 첨예한 시의성 있는 공적 논쟁을 교실 안으로 끌어들여 학생들의 자율적 판단력과 민주시민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학교가 침묵하면 그 공백은 유튜브가 차지한다”라는 국교위 위원장의 발언은 학교가 정파적 시비를 두려워해 침묵하는 사이, 학생들이 숏폼과 자극적인 댓글, 검증되지 않은 정보망 속에서 혐오의 언어를 학습한다는 국가기관의 진단 자체는 매우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선언 뒤에 숨겨진 현실적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위험천만한 오판이 눈에 띈다. 현장의 준비와 구체적인 방어 시스
2026-08-18 10:54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고 간에 많은 실수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게 가진다.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과연 자신은 실수와 잘못을 하면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진정으로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이다. 여러 말 중에서 ‘미안합니다’라는 이 짧은 한마디가 왜 이리 어려울까? 우리는 종종 이 말을 해야 할 순간들을 마주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자존심이 상할까 약해 보일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인다. 그러나 진정한 용기는 때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됨을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어떤 학습활동 평가시간이다. 평가 후 풀이하는 과정에서 문항 출제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차 어떻게 하지 망설인다. 변명하여 나의 잘못된 부분을 감추어야 하는가, 아니면 솔직하게 출제에 오류가 있음을 알려주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바른길인가? 선생님이 제일인 줄 아는 학생들이지만 이때 용기를 내어 자신이 출제한 문제가 잘못되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사과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괜찮아요. 선생님도 사람이잖아요’로 대답한다. 이와 비슷한 일이 어느 한…
2026-08-10 14:09교직 사회에는 오랜 세월 전설처럼 내려오는 슬프고도 현학적인 명언이 하나 있다. 바로 “학기 중에 교사가 미칠 만하면 방학이 오고, 방학 때 교사가 살아날 만하면 개학이 온다”는 말이 그것이다. 이보다 교사의 생체 주기를 완벽하게 입증한 의학적·심리학적 진단이 또 있을까? 3월의 설렘으로 시작한 학기는 5월의 잔혹한 행사 퍼레이드를 지나, 6~7월에 이르면 교실 전체가 거대한 ‘멘탈 탈곡기’로 변신한다. 30여 명의 혈기 왕성한 아이들이 뿜어내는 정열과, 산더미 같은 행정 서류, 여기에 때때로 걸려 오는 서늘한 학부모의 민원 전화까지 겹치면, 교사의 멘탈은 어느새 OMR 카드의 채점 오류처럼 새하얗게 질려버린다. 바로 그 순간,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혹은 절벽 끝에 나타난 밧줄처럼 ‘방학(放學)’이라는 신성한 구원투수가 등판한다. 세상 사람들은 교사의 방학을 보며 “팔자 좋은 철밥통”, “달콤한 놀음”, “여행을 위한 선물”이라며 부러움이 지나쳐 야유를 보낸다. 하지만 단언컨대, 교사에게 방학은 단순히 놀고먹는 유흥의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타들어 간 영혼에 수분을 공급하는 ‘의학적 치료(Healing)’이자, 타인에게 나눠줄 지혜를 다시 채워
2026-08-10 14:06
한류가 지구촌 곳곳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는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분위기다. 한국의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기관 코이카 파견으로 현재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직 후배는 현지 초등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어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란다. 최근에 접한 K- 신드롬 현상은 세계를 들썩이기에 충분하다. 변방의 나라였던 한국의 문화와 국방, 기술력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그런데 정치만은 서로를 적으로 삼아 국민의 마음을 갈라놓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최근에 필자가 읽은 도산의 사상에 비춰보면 선생은 이미 이 나라의 미래를 통찰하시면서 남기신 말씀이 이 시대에 교훈으로 들려온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국토가 좁아서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좁아서입니다.국민의 힘이 약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성품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라를 살리는 길을 군사력이나 경제력보다 먼저 민성혁신(民性革新)에서 찾았습니다. 민성은 국민 개개인의 성품을 지칭합니다. 참된 민주국가는 정직한 국민과 책임 있는 지도자 위에 세워진다고 믿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서 저마다 거짓을
2026-07-29 12:12짧은 늦장마가 이 땅을 온통 훑고 지나간 지금, 많은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2026년의 7월 말로 접어들면서, 수온주가 미친 듯이 치솟으며 전국이 가마솥처럼 들끓고 있다. 에어컨 바람 아래 가만히 누워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이런 계절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우리 선조들의 신기한 지혜가 하나 있다. 바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전국은 섭씨 33~39도를 오르내리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과거 우리 선인들은 얼음물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삼계탕이나 뚝배기 보신탕에 숟가락을 얹었다. 실제로 땀을 뻘뻘 흘리며 한 그릇 비워내고 나면, 신기하게도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해방감을 맛보곤 한다. 열로써 열을 제압하고, 내면의 생명력을 끌어올려 무더위를 극복했던 이 역설의 지혜는 오늘날 사계절 내내 ‘열병’을 앓고 있는 한국 교육에도 아주 매력적이고 획기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현재 우리 교육 현장을 돌아보자. 역설적이게도 한국 교육은 지금 너무나 ‘차갑게’ 식어있다. 학교 현장은 갈등과 불신, 그리고 책임 회피라는 싸늘한 냉기가 지배하고 있다. 수업 시간 교실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냉동실에…
2026-07-29 12:12“사람은 사흘만 보지 않아도 눈을 비비고 다시 보라.”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괄목상대(刮目相對)’의 유래다. 오나라의 장수 여몽(呂蒙)은 무예만 아는 장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손권의 권유로 학문을 시작한 뒤 뛰어난 식견을 갖춘 인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본 노숙은 “이제는 예전의 여몽이 아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야 할 사람이다”라고 감탄했다. 사람을 바꾸는 데 꼭 1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 번의 방학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가 이달 중순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드디어 방학이다!”를 외치지만, 부모들은 “이제 시작이네”라며 한숨을 쉬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뉜다. 학생은 자유를 꿈꾸고, 부모는 생활지도를 걱정한다. 그러나 방학은 어느 쪽의 승리도 아니다. 방학은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값진 시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같은 교과서, 같은 교실, 같은 시간표로 배운다. 하지만 방학만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30일 정도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질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5분만…” 하다가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2026-07-27 09:36여기 한 사람의 위대한 민족의 스승이 있다. 60평생을 혁명의 정치가로 산 그 이름이 도산 안창호다. 그는 애국자의 본보기요, 지도자의 귀감이요, 수양인의 사표요, 민족의 등불이었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민족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심정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고 행동해야 할지 몸 소 본보기로 가르쳐 준 위대한 이가 바로 도산 안창호 선생이다. 오늘날 많은 청년은 빠른 성공과 큰돈을 꿈꾼다. 주식, 가상자산, 로또, 단기간의 고수익을 추구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땀 흘려 일하는 가치'보다 '한 번에 성공하는 방법'이 더 주목받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번영은 결코 일확천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19세기 말 어두운 시절이었지만 도산 안창호 선생은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꿰뚫어 보았다. 그는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기술자를 장(匠)이라 부르면서도 생산기능을 천시하는 폐습이 있었고, 그 결과 일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려는 불로(不勞)의 악습이 생겼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풍토에서는 민족의 번영과 부강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도산은 "일인일기(一人一技), 만인개업(萬人皆業)"
2026-07-22 13:24오락가락하는 늦은 장맛비가 내리며 지독하게 습하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계절, 7월이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스팔트는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고, 에어컨 바람 없이는 단 한 순간도 버티기 힘들 것 같은 이 여름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종종 지친 얼굴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학교 현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1학기의 마무리를 앞두고 지치고 힘겨운 교사들과 학업 스트레스 및 더위에 지쳐 활기를 잃은 학생들로 교실은 어느 때보다 무겁고 정체된 공기가 가득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여름, 특히 7월은 단지 ‘버텨내야 할 더위’에 불과할까? 자연의 섭리 속에서 7월은 가장 치열한 성장의 계절이자, 가을의 결실을 위해 온몸으로 햇빛을 받아들이는 성숙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교육 역시 이 7월의 태양을 닮아야 한다. 당장의 시원함이나 편안함만을 좇는 유약(柔弱)한 온실 교육에서 벗어나, 때로는 뜨거운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내면의 단단한 성장을 이뤄내는 ‘생명력의 교육’이 필요하다. 여기, 여름과 7월을 노래하며 우리 교육에 깊은 울림을 주는 시 두 편을 통해, 오늘날 우리 교육이 되찾아야 할 본질적인 가치를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시는 도종
2026-07-20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