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된 드라마 「참교육」은 다소 과장되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장면들도 있지만, 교사의 교육활동과 교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교사에게 일종의 ‘사이다’ 같은 감정을 안겨주고 있다. 그만큼 오늘날 교권이 위협받고 있으며, 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명의 교사를 지원하는 것은 수천 명의 학생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는 철학으로 교사들을 존중하고 지원해 온 이가 있다.바로 두산연강재단 박용현 이사장이다. 한 명의 교사로서, 그리고 그의 진정성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많은 분이 그 가치를 함께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나는 현재 경남 교사와 학생 200여 명이 함께 활동하는 「상상을 현실로 사제동행 봉사단」의 회장과 소외계층 영재학생들을 지원하는 경남 최대 규모의 학생·교사·학부모 공동체인 「경남 영재키움 프로젝트」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나의 교육 철학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기에 놓인 학생들이 사제동행 봉사단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바탕으로 다시 학교에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
2026-06-22 14:05초등학교 1학년, 체격이 큰 남자아이의 학부모와 처음 마주 앉은 자리였습니다.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어머니의 표정에는 이미 여러 해의 걱정이 묻어 있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표정을 저는 여러 번 본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아이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체격이 큰 아이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조용히 저를 바라봅니다. “조금만 부딪혀도 더 크게 보이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도 억울한 경험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습니다. “친구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다른 학부모님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으신 적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작은 행동도 더 크게 보이다 보니 지적을 받았던 경험도 있었을 것 같고요.” 그 말을 하는 동안 어머니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설명해야 한다는 긴장감은 조금 내려놓은 듯 보였습니다.저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였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2026-06-22 13:38
“아프지 않아도 가고 싶은 한의원” 누군가 병원을 향해 이런 표현을 쓴다면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그러나 지난해 말,경기도 이천의 한 한의원에는 실제로 이 제목의 시가 액자에 담겨 걸렸다.시를 쓴 이는 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전근배(78)·박경순(72)부부.오랜 통증과 질환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부부가 치료 과정을 통해 느낀 감사의 마음을 시로 남긴 것이다. 최근 리포터는 이천의 명소‘나랏님이천쌀밥집’에서 이 시의 주인공인 전근배 씨와 시 속에 등장하는 이근우(27)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인터뷰는 단순한 의료 이야기를 넘어‘교육’과‘사람의 성장’이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전근배 씨는 경기도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존경받아 온 원로 교육자다.국경일 태극기 달기 운동,독도 사랑 교육,폐건전지 수거 분리 배출,횡단보도 우측통행 생활화 홍보 활동,마약중독예방교육 연구회 운영 등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활동에 힘써 왔다. 그는 초임교사 시절이던 1960년대 용인 장평초에서‘사랑의 종 울리기’ 새마을 운동 실천으로 상록수 교사 활동 이야기가 중앙 일간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평생 ‘올곧은 교사의 길’을 걸어온 그는 이번 인터뷰를 주선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26-06-15 14:13교실에서 아이들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종종 한 가지 착각에 빠집니다.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모습이 그 아이의 ‘본모습’이라고 단정 짓는 것입니다.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알게 됩니다.그 생각이 얼마나 성급한 판단이었는지를요. 아이의 모습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납니다.그래서 부모들은 종종 놀랍니다.집에서는 말이 많던 아이가 학교에서는 조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활발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해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어느 모습이 진짜 우리 아이일까?”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알게 됩니다.아이는 상황보다 관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친구들 사이에서는 밝고 장난기 넘치던 아이가 교사 앞에서는 말을 아끼고 눈치를 보기도 합니다.반대로 어른에게는 스스럼없이 다가오면서도 또래 관계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아이의 행동은 타고난 기질이기 이전에, 그 순간의 관계 속에서 선택된 반응이기 때문입니다.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시험합니다. “여기까지 해도 괜찮을까?” “이 집단에서 나는
2026-06-08 08:50아이를 키운다는 것은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거리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하지만 그 변화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집니다.함께 걷던 길에서 아이가 한 발 앞서 나가기 시작하고,손을 잡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의 발걸음은그날따라 조금 느려집니다. 그 순간, 어른의 마음에는 공백이 생깁니다. “이제 내 말을 안 듣는 걸까.” “왜 이렇게 멀어진 것 같지.” 이 감정은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관계의 방식이 달라질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반응입니다.하지만 이 순간,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아이의 ‘거리 두기’는 성장의 신호입니다.성장은 의존에서 벗어나스스로 선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아이에게 그 과정은어른과의 거리를 조정하는 일입니다.어른의 눈에는 거절처럼 보일 수 있지만,아이에게는 기준을 세우는 과정입니다.부모의 생각에 의문을 품고,교사의 말에 질문을 던지는 과정 속에서아이의 ‘자기 기준’이 형성됩니다.그래서 이 시기에는 개입보다거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를 붙잡는 대신,스스로 설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는 것.그 거리만큼 아이는자신의 기준에 가까워집니다.이제 아이의 뒷모습이 멀어졌다면,
2026-05-29 09:41
23일, 필자는 남해군 독일마을 광장 일대에서 열린 마이페스트 행사에서 관광객 체험 프로그램인 독일 포크댄스 ‘탄츠(Tanz)’를 진행하며 뜻깊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포즐사(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 회원 6명이 자원봉사자로 함께 참여해 관광객들과 호흡하며 더욱 따뜻하고 풍성한 현장을 만들었다. 남해군이 주최·주관한 이번 마이페스트는 독일마을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독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축제였다. 그 가운데 독일 포크댄스를 배우고 함께 어울려 춤추는 체험 프로그램은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으로 큰 의미를 남겼다. 마이페스트는 독일의 봄 축제 문화에서 유래한 행사다. 독일에서는 마이바움(Maibaum)이라는 장대를 세우고 봄의 도래를 축하하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 남해 독일마을은 1960~70년대 독일에 파견돼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던 교포들이 정착한 마을로, 독일식 건축양식의 주택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색 문화관광지이자 봄 마이페스트와 가을 맥주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포즐사 회원들은 행사 하루 전 남해에 도착해 숙박하며 자원봉사자
2026-05-28 09:27교실은 평온한 날보다 소란스러운 날이 훨씬 많습니다. 한 아이가 “제가 먼저였어요!” 하고 목소리를 높이면, 옆자리에서는 “아니거든요!”하는 말이 겹쳐집니다. 뒤쪽에서는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는 연필을 떨어뜨린 채 허둥지둥 주워 담습니다.짧은 말들이 부딪히고 감정은 쉽게 엉키며, 교실은 금세 소란으로 채워집니다. 이 장면 앞에서 어른들은 묻습니다.“왜 이렇게 어수선할까?”“언제쯤 차분해질까?”이 질문에는 지금의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싶다는 어른의 조급함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소란은 단순한 무질서가 아닙니다.아이들이 ‘자기’라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집을 지을 때를 떠올려 보면, 기초를 다지고 구조를 세우는 과정은 언제나 시끄럽고 어수선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혼란스러워 보여도, 그 안에서는 집의 뼈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아이들의 교실도 다르지 않습니다. 툭툭 던지는 말, 이해되지 않는 고집, 감정의 요동은 내면의 기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부딪히며 ‘경계’를 배우고, 갈등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익혀 갑니다.어른의 눈에는 소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성
2026-05-19 11:31
오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산의 푸르름이 쥐어짜면 연두색 물이 주르르 흐를 것만 같다. 눈을 더 들면 산줄기마다 엷은 초록 너울을 드리운 듯 아늑하고 평화롭다. 어쩌면 아름답다고 하기보다는 정겹다는 표현이 알맞을 것 같다. 피천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며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라고 했다. 시보다 아름다운 수필의 한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는 젊음, 청춘, 화려함이 묻어난다. '청춘' 참 좋은 말이다. 이 오월은 일 년 사계절 중의 화려한 청춘이다. 오월은 해마다 반복되지만, 사람에게 있어서 청춘은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다. 돌이켜 보면 순간으로 걸어온 길은 짧게만 보인다. 오월은 가정의 달, 감사의 달이라고 하지만 스승의 날이 있어서 그 의미가 깊다. 종착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38년이란 교직 생활을 하면서 우여곡절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전에 비하여 교육 현장 변화의 파고는 자꾸만 높아지는데 기쁨과 아픔을 몸으로 부딪치면서 고개를 넘다 보니 어느덧 지금에 서고 있다. 지난 삼월을 돌아본다. 이제 처음으로 교단에 선 신규 선생님 두 분이 동 학년이 되었다. 첫 부임지 첫날의 기분이 어떨지 나의 신규 교사 시
2026-05-12 13:17
아카시아꽃 향기 시처럼 날리는 길섶에 형형색색 들꽃들이 향기를 뿜어낸다. 고개 들면 연초록의 물결이 높은 산으로 달려가며 윤기를 진하게 발한다. 부드러운 오월 훈풍의 푸른 날갯짓! 계절은 약속처럼 꼭 그 시간에 닮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맘쯤 오월 하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오월은 막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의 청신한 얼굴이라는 피천득의 말로, 이 오월 앞에서는 나이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유년의 오월을 돌려본다. 마냥 좋은 명주바람이, 신록이 좋아 공부하기도 싫어지는 시기다. 오월이면 토끼풀이 무성한 들판을 헤집고 토끼풀 시계를 만들고 네 잎을 찾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 날들은 청춘에서 먼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리움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오월은 윤이나는 달인 만큼 사랑과 행복, 감사의 마음이 넘치는 날이다. 슬픔이라는 말은 꽃으로 피어나고 외로움이란 단어는 바람으로 다가오며 절망이란 손짓은 푸른 잎으로 돌아와 오월 하늘 가득하다. 신록은 이런 가난한 마음에 희망을 품게 하고 향기를 불어넣어 준다. 너무 여리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은 부드러운 색감의 나뭇잎, 차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결, 맑은 하늘의 몇 점 뜬구름은 빈 마음을 행복으로 채
2026-05-11 11:52어느 날 아침,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의 공기가 어제와 사뭇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선생님!” 하고 달려오던 아이들이 그날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가방을 내려놓고도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책상 위를 만지작거립니다.눈이 마주칠 듯하다가도 금세 시선을 떨구는 그 짧은 순간이, 평소보다 길게 느껴집니다.어느 순간부터는 시선을 피하고 자기만의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부모 곁을 맴돌며 이야기를 쏟아내던 아이가어느 날 갑자기 입을 닫고 자기만의 공간으로 물러납니다.이 낯선 변화 앞에서 어른의 마음은 흔들립니다. “내가 알던 그 아이가 맞을까?” “왜 이렇게 예민해졌을까?” 이 질문은 아이를 이해하기보다,어른의 기준으로 해석하려는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이 질문은 곧‘나를 무시하는 걸까’, ‘반항하는 건가’라는 오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하지만 아이들의 이 갑작스러운 ‘침묵’은 단절의 선언이 아닙니다.오히려 자아를 세우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열두 살, 열세 살 무렵의 아이들은 감정은 커졌지만,그것을 다루는 힘은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마음속에서는 여러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지만,
2026-04-30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