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교원·일반직공무원·교육공무직원(이하 ‘공무직’으로 약칭)등 다양한 직종의 구성원이 학생의 성장과 배움이라는 공동의 교육목표 실현을 위해 협력하는 조직이다. 학교에서도 과거부터 갈등은 있어 왔으나, 최근에는 그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갑질 신고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과거에는 주로 학교 경영자와 구성원 간의 수직적 관계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원과 공무직 간 수평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갑질 신고 주요 대상이 학교 경영자였으나, 최근에는 보직교사를 비롯한 교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 운영이 민주화되고 학교 구성원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학교 내 갈등 양상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과거 갈등이 주로 학교 경영자의 이른바 학교 내 ‘큰 권력’의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일상적인 업무 지시·협조·분장 등 학교 내 ‘작은 권력’, ‘생활 권력’의 문제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학교 경영에서 공무직과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학생의 안전·복지·급식·시설 등 교육환경을 지탱하고,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협력적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직과의 협
2026-09-08 10:00
어떻게 하면 위기에 처한 농촌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도시와의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까? 이는 최근 들어 수없이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뾰족한 답은 없다. 아니, 반대로 생각하면 답은 너무 많고 또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질문을 AI에게 문의하면 그럴듯한 답변을 1초 만에 쏟아낸다. 예를 들면 우수 교원을 확보하고, AI 기반 디지털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학교를 지역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평생학습의 전초기지로 전환하는 한편, 학교와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를 구축한다는 내용들이 그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왔고, 얼마나 많은 연구 결과와 기록들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으면, AI가 제시한 답변이 이 정도로 설득력 있을까? 소위 농촌 교육의 상황 개선을 연구한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이와 크게 다른 대안은 찾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현시점에 농촌 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학교에 다닐만한 아이들이 없고, 그래서 학교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정 지역은 교사들이 근무를 기피하여, 아예 그 지역 근무를 전제로 교사를 선발해야 한다(서울신문, 2026). 과거…
2026-09-08 10:00
드라마 참교육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덩달아 학교폭력, 교권 추락과 교실 붕괴, 악성민원으로 학교가 흔들리는 현상 등 교사와 학교의 현실이 사회적 조명을 받으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11년간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며 느낀 점은 점점 우리의 학교는 어려워지고 교실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답답한 마음에 해결책을 고민했고,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기에 법을 바꾸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길로 대학원 전공으로 법학을 선택하여 일과 연구를 병행하였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문제의 시작은 어디일까? 결국 「헌법」 제31조를 비롯해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등 관련 법률일 것이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로 교권 추락과 교실 붕괴를 막기 위해 교권 5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계속해서 법률 개정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법들이 교육과정부터 교실 현장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교실과 학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다지 실효성 있게 개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해외 교육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은 어떠할까? 미국·핀란드·일본·영국·독일·싱가포르 등 필자가 연구한 국가들 대부분이 비슷…
2026-09-08 10:00
우리 강서중학교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에 위치하고 있다. 작년부터 사서교사가 배치되었다. 교육청의 한시적 기간제교사 배치의 결과였다. 정년퇴직을 하고 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을 하던 중 한시적 기간제 사서교사 채용 공고를 보고 미련 없이 사직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우리 학교는 강당이 없다. 우천 시 체육활동이나 축제 활동 등에 어려움이 있다. 학교도서관은 종합 교육활동의 장이자 커뮤니티 공간이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고 독서를 하는 공간이 아니다. 항상 개방되어 있고, 도서 대출·반납에 일정한 기간 제한이 없다. 반납기간이 지나면 가끔 반납을 확인하는 정도이다. 도서관은 입학식, 사회적 정서학습, 자치활동, 교무회의, 기타 전교생 대상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1·2·3학년 통합학습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여기에 그중의 몇 가지 도서관 활용 수업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금 아쉬운 것은 선배 교사라는 입장이 조심스러워, 후배 교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2학기에는 최대한 동료 교사들에게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실시해 볼 계획이다. 내 인생을 바꾸는 아침독서 ● 독서시간 - 매
2026-09-08 10:00
교실에서 마주한 세 가지 목소리 지난 수 년여간 담임 및 교과교사로서 해마다 비슷한 유형의 학생들을 마주해 왔다. “잘 모르겠어요”라며 진로와 취향을 묻는 질문 앞에 답을 못하는 학생, “제가 이걸 왜 해야 돼요? 저만 손해 보는 거 아닌가요?”라며 학급활동과 모둠활동에 마음의 문을 닫는 학생, 그리고 “안 할래요. 최하점 받을게요”라며 작은 어려움 앞에서 쉽게 포기하는 학생. 언뜻 보면 저마다 다른 결핍처럼 보이지만, 필자는 세 목소리의 바탕이 하나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해 보고, 함께 풀어 보고, 막혀도 다시 해 보는, ‘직접 해 본 경험’이 그동안 부족했다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인간상으로 제시한다. OECD 학습나침반 2030이 가리키는 방향도 다르지 않다. 배움과 삶의 주인이 되어 자신이 속한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참여하는 학습자다. 그렇다면 교실의 세 목소리는 몇몇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작금의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인 셈이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이 신호에 응답하기 가장 좋은 자리에 있는 교과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교과서 속 지식과 조립 실습에 머무르
2026-09-08 10:00
AI 시대, 학생 맞춤형 영어수업과 서·논술형 평가를 설계하다 영어과 교육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다. 단어와 문법을 익히는 것은 의사소통을 위한 과정일 뿐,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의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영어교육의 목적이다. 그러나 교실 안에는 영어를 자신 있게 말하는 학생도 있는 반면, 알파벳을 읽거나 한 문장을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마다 영어학습 수준과 흥미, 성장 속도가 서로 다른 현실에서 모든 학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영어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영어 교과교사의 중요한 과제이다. 최근 AI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고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AI는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반복학습과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여 학생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교육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어수업 역시 단순히 단어와 문장을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실제 맥락에서 영어를 활용하여 소통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영어 의사소통…
2026-09-08 10:00
보수화와 극우화는 같은 말이 아니다 진보를 표방한 교육감이 또다시 다수 당선됐다. 그런데 정작 그 ‘진보교육’을 받고 자란 10대와 20대에게서는 보수화, 더러 극우적 정서까지 번진다는 진단이 나온다. 동의한다. 다만 ‘보수화’와 ‘극우화’라는 두 단어부터 갈라 보고 싶다. 뭉뚱그리면 진단을 그르치기 때문이다. 먼저 질문 자체를 의심해야 한다. ‘진보교육을 받은 세대라면 진보 성향을 띠어야 한다’는 전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시민교육의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특정 성향을 심어 주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주입이며, 진보가 주입의 방식으로 전수된다면 그것은 이미 진보가 아니다. 시민의 정치적 성향은 교육감이 몇 해 재임했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사회가 놓인 사회경제적 조건, 그리고 그 조건에 대해 누가 더 설득력 있는 비전을 내놓고 공감을 얻어내느냐에 따라 형성된다. 교육감에게는 애초에 진보의 비중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권한도 능력도 없다. 다만 기대를 꺾는 것은 일정 부분 가능한 것 같다. 어떤 학생이 보수적 가치관을 갖게 되었다면,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작은 정부와 시장, 개인의 책임과 전통을 중시하는 입장은 진보와 마찬가지로 한 사회가
2026-08-05 10:00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한 교사가 갑자기 아동학대로 신고되고, 교육활동 침해를 호소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한 뒤 다시 고소를 당한다. 한 번의 신고가 혐의없음으로 끝나도 항고와 재정신청, 다른 혐의를 덧붙인 고소가 이어진다. 그사이 교사는 수업을 멈추고 진술서를 쓰며, 병가를 내고 변호사를 찾아다닌다. 필자가 국회 토론회를 준비하며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이후 확인된 사건만 중복을 제외하고 15건이었다. 학교폭력 처리와 연동된 사례가 10건, 교권보호 절차 개시 뒤 신고가 제기된 사례가 9건이며, 두 유형이 겹친 사건도 4건이었다. 이는 공식 통계가 아니라 보도자료들로 선후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 사건군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교원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는 1,870건이었다. 이 가운데 수사가 종결된 993건의 90.4%(898건)가 입건 전 종결·혐의없음·불기소로 마무리됐다. 물론 무혐의가 곧 허위신고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을 보호하고 선의의 신고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신고 가능성이 학교폭력 조치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작동하는 문제까지 외…
2026-08-05 10:00
‘딸깍’ AI 시대, 우리에게 ‘질문하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 “선생님, 그래서 정답이 뭐예요?” 교실에서 가장 흔히 들리는 질문 중 하나이다. “정해진 정답은 없으니 자유롭게 생각을 이야기해 보자”고 격려해도, 학생들은 여전히 교사의 입만 바라보며 ‘정해진 답’을 기다린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누구나 손가락 클릭 한 번, 이른바 ‘딸깍’하는 것만으로 AI 광고, AI 뉴스, 심지어 AI 책까지 손쉽게 만들어 내는 환경이 되었다. 이처럼 정보가 범람하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답을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AI가 제공한 정보가 정확한지, 다른 관점은 없는지, 혹은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깊이 고민하는 과정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AI 시대, 이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답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판별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질문하는 연습’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발맞추어 우리 학교는 올해 ‘질문하는 학교’로 선정되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실 안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아몬드와 함께한 비경쟁 독서토
2026-08-05 10:00
체육관 구석의 목소리에서 시작된 물음 체육교사로서 운동장 라인을 그리고, 공을 챙기며,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은 늘 역동적이고 보람차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에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는 듯한 부채감이 존재해 왔다. 학기 초가 되면 어김없이 마주하게 되는 체육관 구석의 두려운 눈빛들 때문이다. “선생님, 어차피 운동 신경은 타고나는 거 아닌가요? 전 원래 몸치예요. 체육시간은 잘하는 애들만 신나는 시간인데, 굳이 힘들게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땀을 흘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학생건강체력평가(PAPS)를 측정하는 날이면 고개를 숙인 채 위축되어 있던 아이들, 팀 스포츠 경기가 시작되면 실수하여 팀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지, 공이 자기에게 오면 어쩌나 두려움에 눈을 피하던 아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한국 체육교육이 기능 중심, 교사 주도의 서열화된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아픈 단면이다.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확산된 비대면 문화는 아이들에게서 대면 소통과 협력의 기회를 앗아갔고, 이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에서 신체 능력 저하와 사회적 고립, 정서적 불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자기주도성
2026-08-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