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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삼복(三伏)더위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

복날은 열흘마다 오는데 지난13일에 초복(初伏)이 지나갔다. 복날이 되면 삼계탕 집과 보신탕(영양탕)집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선다. 우리조상들이 더위를 이기던 풍습이 전해지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위가 더욱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이라 삼복(三伏)을 슬기롭게 보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복(伏)자를 파자해 보면 사람인(人(=亻)部 옆에 犬(견: 개)가 엎드리고 있는 모양으로, 알을 (안다, 품다)의뜻으로 쓰일 때는(부)로 발음되는 회의문자이다.

삼복은 음력의 개념이 아닌 양력(陽曆)의 개념을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소서(양력 7월 8일 무렵)에서 처서(양력 8월 23일 무렵) 사이에 들게 된다. 하지(夏至) 다음 제3경(庚)일인 초복(初伏), 제4경(庚)일인 중복(中伏), 입추(立秋) 후 제1경(庚)일을 말복(末伏)이라 하며 이를 삼복(三伏) 혹은 삼경일(三庚日)이라 한다.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이처럼 20일 만에 삼복이 들면 매복(每伏)이라고 한다. 하지만 말복은 입추 뒤에 오기 때문에 만일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이 되면 달을 건너 들었다 해 월복(越伏)이라 한다.

복날은 장차 일어나고자 하는 음기가 양기에 눌려 엎드려 있는 날이라는 뜻이다. 복(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가을철 금(金)의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의 더운 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屈伏)는 의미로, 여름의 더운 기운이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제압해 굴복시켰다는 뜻이다. 곧 오행에서 여름은 불(火)에 속하고, 가을은 쇠(金)에 속하는데, '여름 불기운에 가을의 쇠 기운이 세 번 굴복한다'라는 뜻으로 복(伏)자를 써서 삼복(三伏)이라 했다.

복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었다. 옛날 궁중에서는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과(氷菓)를 주고, 궁 안에 있는 장빙고에서 얼음을 나눠주었다. 민간에서는 복날 더위를 막고 보신을 하기 위해 계삼탕(鷄蔘湯)과 구탕(狗湯:보신탕)을 먹는다. 또한 금(金)이 화(火)에 굴하는 것을 흉하다 해 복날을 흉일이라고 믿고, 씨앗뿌리기, 여행, 혼인, 병의 치료 등을 삼가 했다고 한다.

복날과 관련 있는 속담으로는 “복날 개 패듯 한다.”(복날 개를 잡을 때는 가마니로 말아서 두들겨 패서 잡아야 고기 맛이 좋다는 데서 유래) “삼복에 비가 오면 보은(報恩)처자(處子)가 울겠다,”(삼복 무렵에 비가 오면 대추농사가 망쳐서 보은지방의 처녀들이 시집을 갈 수 없게 되어 운다는 뜻)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삼복 기간에는 더위가 심하기 때문에 몸의 기운이 약해져서 입술에 붙은 가벼운 밥알도 무겁게 느껴질 만큼 사소한 일조차도 힘들어지게 된다는 뜻) “초복 날 소나기는 한 고방(庫房)의 구슬보다 낫다.”(초복 무렵에는 날씨가 무덥고 가뭄이 들기 쉬워서 조금의 비가와도 농사에는 매우 귀중하다는 뜻) 등이 전해지고 있다.

천간(天干)중 경(庚)일을 복날로 삼은 까닭은, 경(庚)은 속성상 약하고 오행으로 볼 때 금(金)이며,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금은 사계절 중 가을이기 때문에 금의 기운이 내장되어 있는 경일을 복날로 정해 더위를 극복하라는 뜻이다. 복날 한적한 숲속의 냇가로 가서 개를 잡아 개장국을 끓여 먹는 풍속을 복달임, ‘복 놀이’라 했으며, 함경도에서는 개 잡는 것을 ‘개 놀음’이라 불렀다. 또 복날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하여 팥죽이나 수박, 참외를 먹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끊인 것이 개장(狗醬)이다. 닭이나 죽순을 넣으면 더욱 좋다. 또 개장국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먹으며 땀을 흘리면 기(氣)가 허(虛)한 것을 보강할 수 있다.
복날 개고기를 먹는 까닭은 다름 아닌 부족한 쇠[金]의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서이다. 오행으로 보면 개는 서쪽에 해당하며 금(金)에 속한다. 화기가 극성을 부리는 복날은 불이 쇠를 녹이는 화극금(火克金)이 돼 금의 기운이 쇠퇴하기 때문에 금의 기운이 왕성한 개(황구(黃狗)를 먹어 부족해진 쇠를 보충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야만 더위로 허해진 심신의 균형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과학문명이 발달한 요즈음은 냉방으로 더위를 이기려하는데 오랜 시간 사용하면 냉방병에 걸려서 건강을 해치기 쉽다. 숲이나 계곡을 찾거나 독서삼매(讀書三昧)에 빠지면 더위를 느끼지 못하면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위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열치열(以熱治熱)하며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적극적인 방법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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