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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졸업식이 진짜 졸업식 됐다

오늘은 우리학교 졸업식 이야기를 좀 해 보려고 한다. 필자는 지난해에 졸업식 개선이라는 주제로 서울 중등 컨설팅 위원을 했다. 교과나 생활지도에 비해 컨설팅을 의뢰해온 학교가 많지는 않았다. 1년에 딱 한 번만 하는 졸업식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졸업식을 좀 더 학생들 위주로 진행하고자 컨설팅을 의뢰 하기도 했다. 많지는 않지만 컨설팅을 몇 학교 했다. 지금까지 우리학교와 다른 학교들의 졸업식 진행자료를 모아서 컨설팅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우리학교의 졸업식은 지난해와 큰 차이 없이 진행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우리학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졸업식을 실시 했었고, 실제로 졸업식 문화가 많이 개선되었다. 밀가루 투척등의 행위는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다고 가운을 준비하거나 타임캡슐을 제작하는 등의 프로그램은 하지 않고 있다. 졸업가운이 학생들의 일탈행동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볼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일탈행동을 막을 수 있다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근의 학교에 비해 졸업생 수가 상대적으로 많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졸업식을 진행하면서 올해와 같은 졸업식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 무서워서 북한에서 남침을 못한다는 이야기가 한창 돌아다닐 때 2학년 이었던 학생들이 바로 올해 졸업생들이다. 우리학교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2학년 담임과 교과담당 선생님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안이 발생했고, 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다른 해에 비해 많이 열렸었다. 그런 학생들이 졸업을 한다고 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졸업식 하루전에 있었던 예행연습에서도 아이들의 특징이 나타나서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았다. 겨우 겨우 마쳤다.

우리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 중에 실전에 '강하면 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졸업식 당일이 되었다. 식전행사를 간단히 진행했다. 대체로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행사인데, 사물놀이 동아리와 밴드 동아리, 댄스 동아리 등이 공연을 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제대로 보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으로 나누어져 있는 상태에서 공연이 끝났다. 10분의 휴식시간을 가진후 본 행사가 실시되었다. 졸업장을 학생들 개개인에게 수여하는 순서가 가장 염려되는 순서다. 단상에 올라온 학생들은 졸업장 수여에 집중하지만 올라오지 않았거나 졸업장 수여가 끝난 학생들은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어디 그런가. 플로어와 단상은 천지차이가 나게 된다. 일순간에 졸업식 분위기도 사라지고 만다. 학생들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마음에 안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실전에 강한 모습은 이때부터 나타났다.

이런 일들이 일어날 것을 각오하고 졸업장 수여를 시작했다. 당연히 소란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빨리 졸업장 수여를 마쳐야 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기현상이 발생했다. 1반, 2반, 3반까지 수여를 했는데도 졸업식장은 너무나 평온했다. 돌아다니는 학생이 한명도 없었고, 잡담을 하는 학생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두가 단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졸업장 수여가 끝날 때까지 혼란스러운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단상에서 모든 담임선생님들이 학생 한명 한명을 포옹하면서 졸업축하 인사를 나누었다. 400여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단 한명도 빼놓지 않았다. 3학년 담임선생님들 모두가 단상에서 학생들과 축하 인사를 나누었다. 어쩌면 이 장면이 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모두가 단상을 주시했을 것이다. 둘째는 졸업식 전날 모든 학생들에게 자신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글귀를 적어 내라고 했다. 그 글귀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 아닐까. 친구들이 졸업장을 수여 받을 때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집중이 된 것은 아날까.

졸업식 수여가 끝난 후에도 식장의 분위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중학교 생활을 담은 영상상영, 학부모들의 축하메시지, 재학생들의 축하메시지가 차례로 나갔다. 영상의 내용에 따라 웃고 즐겼지만 무질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으로 담임선생님들의 '마지막종례'영상 상영에서는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이 울고 있는 모습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더이상의 졸업식 분위기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졸업식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정적에 가까운 졸업식장의 분위기였다.

그렇게 졸업식이 끝났다. 대방중학교 개교이래 오늘 같은 분위기의 졸업식은 없었다. 너무나 잘 참여해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강당 바깥쪽에 설치된 포토죤은 이런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차례를 기다려서 가족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다보니, 일탈행동은 나올 수가 없었다. 졸업식 끝나고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상황은 종료됐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졸업식은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감성자극이 필수적이다. 일탈행동을 할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운동장이나 현관앞에 포토죤을 설치하면 어떨까 싶다. 이영관 교장선생님의 리포트에서 힌트를 얻었다. 약간의 예산이 필요하긴 하지만 졸업식 문화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면 졸업식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졸업식이 진짜 졸업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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