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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잊혀지지 않는 기억

러시아와 브라질 월드컵 1차전이 열린 날, 학교에서 오전 7시부터 각 교실에 TV 중계방송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평소의 등교시간은 8시 30분 이었지만 이날 만큼은 아이들의 2/3정도가 7시까지 등교했다. 물론 경기를 보기 위해서이다. 집에서 중계방송을 보고 등교하면 늦어지기 때문인지 학생들이 7시반 이전에 모두 등교했다. 아무래도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인근의 치킨집이나 피자집이 일찍 문을 열어 학급마다 배달을 시켜서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학교가 일찍 등교했기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난데없는 호황을 누렸을 것으로 보인다. 각 교실을 돌아다니며 살펴보니 아이들이 교실에서 열심히 응원을 하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나눠먹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중학교 학생들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무승부로 끝난 상황이라 하루종일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냈다. 모든 수업시간에 월드컵 이야기를 한 두 마디는 꼭 하고 지나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전문가 이상으로 평을 하고 다음경기 예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지만 마냥 즐거운 하루는 아니었다.

어느 학급에선가 한 학생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세월호에 탔던 형들, 누나들도 우리처럼 월드컵을 보고 즐겼어야 하는데....' 혼잣말 비슷하게 했지만 해당 교실은 금새 숙연해 졌다고 한다. 같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기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의 상처 치유는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동안 꾸준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쉽게 잊는다고 하지만 이번의 세월호 사건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수업시간에 간혹 그런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축구경기를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할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었다.

아이들의 생각을 어른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쉽게 잊혀지고 있지는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배워야 할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지만 생각보다 속이깊고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을 겪었으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어른들이 좀더 각성하여 다시는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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