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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寸志)를 돌려보내며


학급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가 있었다.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아이였으나, 입학 후 치러진 몇 번의 시험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 후 성적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 듯 점차 학교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듯 했다. 많은 기대를 갖고 입학한 고교생활이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특별히 큰 문제가 있는 학생은 아니었으나, 학생으로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사항을 점점 벗어나기 시작했다. 때로는 일과 중 담임교사에게 사전 양해도 없이 집으로 가는 일마저 발생했다.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기에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아이의 행동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오히려 죄송스러워했다.

그런 일이 있은 며칠 후, 아이가 교무실로 찾아와 어머니가 밖에 와 계시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면 당연히 교무실로 안내했어야지 왜 너만 왔느냐고 꾸짖으며, 빨리 나가서 어머니를 모셔오라고 했다. 잠시 뒤 교무실 출입문에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다. 들어오시라는 담임의 권유도 가볍게 사양하며 조용한 곳에서 상담하기를 원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처음에는 열심히 노력했으나, 계속해서 성적이 떨어지다 보니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며 담임교사가 따뜻하게 감싸주기를 부탁했다.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으나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새롭게 알 수 있었고, 담임으로선 아이가 성장해온 과정을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대화를 마치고 일어서려는 순간 하얀 봉투를 꺼내 미리 사온 음료수 상자에 넣어 극구 사양하는 손에 쥐어 주었다. 처리 문제로 고심하다가 아이 어머니가 오해하지 않도록 간단하게 편지를 써 돌려보냈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보내주신 성의는 마음으로 충분히 느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님이 있어 교사가 존재합니다. 그러니 아이 문제라면 언제든 부담 없이 학교를 믿고 찾아오세요. 저에게 주신 성의는 아이가 필요한 책을 사는데 보탰으면 합니다."

부모님의 노력 덕분인지 다행히 아이는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아이 문제라면 언제든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만나 진지하게 상의하는 것이 당연하다. 아이는 학교에 맡겨진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만남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는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 또한 당사자들의 신뢰 속에서 과감하게 떨쳐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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