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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放學)의 방학화(尨學化)를 위해

교단의 프리미엄
교사에게는 방학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다. 일반 직장에서는 누릴 수 없는 천금(天金)같은 시간이다. 그런데 이 시간이 교사들을 나태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낀 것은 퇴직하고 나서 훨씬 후의 일이었다.
재직 중에 농담으로 이런 말이 있었다. ‘무사분주 3, 4월’이요 ‘얼렁뚱땅 5, 6월’이라, ‘싱숭생숭 7, 8월’이요 ‘오다가다 9, 10월’이라는 말이다.
3월이면 개학을 해 새로 맡은 학급 아이들의 이름도 알아야 하고 각자의 특징이나 성격, 가정환경을 파악하기에 바쁘다. 특히 국경일과 휴일, 놀토를 합치면 24일이 훌쩍 지나가버리고 만다. 교수 · 학습보다 교육과정과 새로 분담된 업무를 파악하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다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난다. 4월도 ‘과학의 달’을 맞이해 과학탐구대회 같은 학교 내외부 행사와 업무, 결재에 쫓기다 보면 금세 한두 달이 가고 만다. 학습지도보다는 생활지도를 더 많이 한 것 같고, 목을 많이 써서 몸도 무겁고 개운치 않다.
이렇게 3, 4월은 무언가 분주하게 일을 하긴 했는데 딱히 남는 것 없이 바쁘다.
5, 6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어린이날, 스승의 날, 어버이날이 있고 징검다리 연휴까지 있으면 교사는 무엇인가에 쫓긴 듯 종일 마음이 바쁘다. 운동회, 전시회 등 행사 준비에 바빠지고 가정 행사도 겹쳐 삼중고(三重苦)를 겪게 마련이다. 행사에 쫓기느라 교과 지도에 신경 쓸 시간이 줄어들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는 달이다.
방학이 다가오면 선생님들은 교무실이나 동학년 모임에서 여행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국내여행도 그렇지만 특히 해외여행은 미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7, 8월이면 싱숭생숭 마음이 들뜬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와서는 정리하느라 피곤하다. 이렇게 방학 중에 여행을 하거나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하고 나면 금세 한 달이 지나가 버린다.
그러다 9, 10월이 되면 운동회, 학습발표회, 연구발표회 등 큰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인사(人事) 이동을 앞둔 교사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도 심란하다. 그렇게 1년이 잃어버린 듯 가버리고 만다.
사회에서는 1년이 365일이지만 학교는 220일이다. 145일은 방학에 공휴일이기 때문에 연간 40% 가까이 덤으로 받는 ‘Bonus Time’ 이다. 외국에서는 무노동 무임금인데 우리는 월급이 들어온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교직을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job, work, occupation, career, vocation, profession, trade 등의 단어는 모두 직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전에 calling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소명(召命)을 뜻하는 말이다. ‘부름을 받는다’는 뜻으로 성직자(聖職者)나 교사(敎師)를 뜻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교직을 성직으로 봐 몸담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수입도 괜찮고 민형사상(民刑事上) 책임질 일만 없으면 평생을 보장받는 ‘철밥통’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방학이 변수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더욱 바빠진다. 일정한 과업이 있거나 자율학습을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주해진다. 학교에서는 방학 중에 부모님과 함께 유적지도 답사하고 학교생활에서 하지 못한 것을 체험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보람찬 방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자녀 교육관과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성적에 관심이 많은 대부분의 부모들은 여전히 학원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학교에서는 자율학습이라 하여 방학숙제를 따로 내는 경우가 적고 부모도 의도적으로 아이를 가르칠 계획이 없다 보니 방학이 되면 여느 사람들처럼 아이를 데리고 유원지에 가거나 피서를 가는 일이 많다. 여기서는 그저 먹고, 마시고, 뛰고, 뒹굴며 놀기에 바쁘다. 또 집에서는 밤늦게까지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학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시간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방학 동안 독서를 많이 하면 추리력, 분석력, 논리와 탐구력이 증가해 사고의 변화를 가져오고, 학문적인 유적 탐사나 역사 현장 체험은 학습력을 제고해 국가관을 심어준다. 또 1인 1기(技)를 키워오는 아이들도 있다.
결국 방학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능력에 우열이 생기고 학력의 차등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학부모는 교사의 대역(代役)을 감당해야 하며 학교에서는 학부모 연수가 필요하다.
대체로 그동안 학교에서 실시해 온 학부모 연수는 해당 분야에서 지명도 높은 인물이나 대학 교수를 초빙한 일회성 연수를 많이 했는데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로 첫째는 연수 내용에 체계가 없고 단편적이기 때문이다. 여러 계층의 인사가 오기 때문에 종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둘째, 교수 · 학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포괄적이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보다는 이론적인 경우가 많다. 셋째, 명사들을 불러 학부모들로 하여금 단순히 즐기는 시간이 되기 쉽다.
특히 방학생활이 중요한 만큼 학부모는 방학 중에 자녀들에게 ① 묻는 자, ② 생각하는 자, ③ 노는 자의 자질을 길러주어야 한다.

‘묻는 자’(Questioner)의 양성
우리 사회는 무언가를 묻는 데 익숙하지 않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물으면 실례라고 생각하거나 버릇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것들이 풍토화 되어 교수 · 학습장에서도 교사 혼자서만 외치고 학생들은 침묵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일단 모르는 것이 있거나 의심이 생기는 부분이 있으면 거침없이 묻는 사람으로 기르는 것이 역동적인 교수 · 학습의 장이 될 것이다.
듣는 이(Listener)가 아니라 묻는 자(Questioner)를 기르는 교사(학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자’(Thinker)의 양성
생각하는 사람을 기르기 위해서는 유대인들의 ‘TADA(Think, Ask, Decide, Action)’식 교육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주입식으로 가르치기보다 생각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한다. 결론은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의 TADA식 교육을 살펴보자.

T는 Think
학생(자녀)들로 하여금 늘 생각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부모)는 말하기보다 잘 들어주어야 한다. 소언다청(少言多聽)하라는 뜻이다.
학생(자녀)이 질문을 했을 때 되도록이면 교사(부모)가 판단해 일방적으로 결과를 알려주지 말고 학생(자녀)에게 반문(反問)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주도적 학습에 관심이 많은 교사와 부모는 학생이나 자녀에게 ‘사랑’을 줄지언정 결코 ‘생각’을 주지 말아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으로 ‘짓기 학습’이 있다. 그림 A는 사물과의 대화(Talk to Thing) 프로그램을 응용한 것으로 나무와 대화를 유도했다. 나무 그림을 보고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의인화(擬人化)의 심리적 속성을 자극해 사고 작용을 촉진하고자 했으며, 나무를 생각하며 글을 지어보도록 했다. 작품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나무와 1:1 대화문(Dialogue) 형식으로 쓰거나, 독백(Monologue) 형식 혹은 서간문(Lettering) 형식으로 써도 좋다.
다음은 편지글 형식의 작품이다.
이 학습 프로그램의 목적은 작품을 만들고 기록하기보다는 가족들 앞에서 발표하고, 가족이나 집단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발표를 마치면 작품을 실내에 전시하는 것도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림 B는 유원지나 여행지에서 가지고 온 물건이나 사용할 수 있는 용품(컵)을 대상으로 대화문 형식으로 써본 것이다.
그림 C는 식품이다. 식사하기 전에 특정한 식품을 골라 대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편식하는 자녀들에게 식습관 지도를 할 수 있고,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할 수 있다.

이어서 그리기 학습 프로그램을 소개해 보겠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누구나 즐긴다. 그림 그리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평가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는 절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구도, 원근, 명암, 채색, 원근을 따지지 않고 우열도 가리지 않는다. 다만 그릴 뿐이다.
가급적이면 그리는 사람도 다른 사람보다 잘 하려고 하지 말고 특별한 테크닉도 필요 없다. 자유롭게 그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기 학습 프로그램 그림 D는 연상화(聯想畵)이다.
미리 제공한 그림(굵은 수직선)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그리는 것이다. 그 사람의 생각과 잠재된 의식을 진단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이 사람은 수직선을 보는 순간 야구 경기가 연상된 모양이다.
그림 E는 보충화(補充畵)이다. 가족이 집단으로 만드는 작품으로 첫 번째 사람이 한 가지 그림을 그리고 나면 그 다음 사람이 보충한다. 마지막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가족(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함께 감상하고 그 느낌을 서로 나누게 한다.
그림 F는 발명화(發明畵)이다.
이것은 컵이다. 두 번째 사람은 앞에서 그린 컵을 그리면 안 된다. 세 번째 사람은 첫 번째와 두 번째와는 다른 컵을 그려야 한다. 결국 나중에 그리는 사람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때 논리적 타당성이나 실용성은 따지지 않는다. 다만 앞에서 그린 작품이 아닌 다른 것을 그리면 된다.

A는 Ask
학생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를 주어야 한다. 우리 문화권에서 자라는 학생들의 특징 중 하나가 질문이 없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안다고 했다. 질문은 학생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러나 우리 학교나 사회에서는 어린이들의 질문이 거의 없다. 학교뿐 아니라 각급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수 · 학습이나 강의는 쌍방이 아닌 교사나 강사의 일방통행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학생들 스스로 사소한 일이나 현상에 의문을 갖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묻는 태도야말로 자기 주도적 학습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D는 Decide
결정은 교사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 교사가 조언하고 토론하며 협의하되 주도적 결정권은 학생 자신에게 주어져야 한다.
결정 능력이 부족한 저학년의 경우라 할지라도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동기 부여나 조언은 할 수 있지만 결정을 교사가 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학원에 왜 가냐고 물으면 어머니 때문이라는 경우가 많다. 또 미래의 꿈이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고 해서 왜 그렇게 결정했냐고 물으면 선생님과 어머니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학생의 꿈을 교사나 어머니가 대행하는 꼴이 된다.

A는 Action
학생이 생각하고 질문해 고민한 후 결정한 것은 곧 실행에 옮겨야 한다. 행동할 수 있을 때만이 앞서 행한 생각하고, 묻고, 결정한 것이 유효하게 되는 것이다. 행동으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앞의 것들은 실행이 따르지 않는 실속 없는 말에 불과할 뿐이다.

‘노는 자’(Player)의 양성
사회에서 노력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중에 걷는 놈 위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말을 한다. 요즘에는 ‘나는 자(Flyer)’보다 ‘즐기는 자(Enjoyer)’를 으뜸으로 여긴다. 그런데 ‘즐기는 자’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친 자(Crazier)’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영역에 몰입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들이 추구하는 교수 · 학습의 장에서는 그렇게까지 비약할 수는 없지만 일단 ‘노는 자’를 만들어볼 필요는 있다. 교사(부모)와 함께 웃고 즐기며 놀았는데 학습이 되었다면 가장 바람직한 교수방법이 아니겠는가. 이것을 위해 필자가 창안해낸 것이 <# 4분의 4박자> 연산놀이 학습이다.
아이들은 방학 중에 몸과 마음이 자라서 개학을 하는 날이면 보통 모습이 변해 있다. 방학은 아이들의 성장에 중요한 시기이다.
방학 기간 중에 학교에서 학습하지 못한 또 다른 분야의 다양한 학습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도움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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