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등교시간. 서울애화학교 교정에 관악기 5중주가 잔잔히 울려 퍼졌다. Harmony, 도레미 송, 영화 007 OST 등 귀에 익숙한 음악들이지만 청중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애화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들리지는 않지만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은 진지함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연주를 감상했다. 박수를 치기도 하고 옆 친구와 손을 잡고 연주를 듣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울성북강북교육지원청(교육장 안성철)과 서경대 음악전공 학생들은 11월까지 총 10개 학교를 찾아가 개교기념일, 운동회, 이벤트 등 학교의 의미 있는 날에 등굣길 음악회를 연다. 지역연계 학교 예술교육 활성화 사업 ‘함지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첫 음악회였던 이날은 애화학교의 개교기념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안성철 교육장은 “학교와 지역이 연계한 협력 종합예술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애화학교와 같이 청각, 지적 장애가 있는 학생들도 직접적인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음악회에 참여한 이충희 서경대 학생은 “첫 시작이 애화학교라는 말에 순간 놀랐지만 오히려 마음으로 소통하고 울림을 줄 수 있는 연주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욱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전예진 (고2) 학생은 “등교하는 길에 음악회를 감상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며 “잘 들리지는 않지만 멋진 분위기와 언니 오빠들의 표정을 보면서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