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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연극을 연출하다

‘인생은 연극과 같다. 훌륭한 배우가 걸인도 되고, 삼류배우가 대감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지나치게 인생을 거북하게 생각하지 말고 솔직하게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라.’
 

일본의 1만 엔 화폐에 그려진 초상의 주인공인 일본의 계몽 운동가 후쿠자와 유키치(제국주의에 영향을 주어 우리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한)가 인생을 연극에 비유한 말이다. 연극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남긴 저술들만 보더라도 연극에 대한 이론과 가치가 얼마나 우리의 삶과 밀접한지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무대에서는 연극이 상연되고 있을 것이다. 
 

유키치의 말처럼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자기 자신이 아닌 배역으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고, 영화를 보는 일들도 작품을 접하는 순간 현실이 아닌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가 간접 체험을 하는 것이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유한한 한계를 이러한 체험을 통해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여러 장르 중에서도 연극은 그 역할 속으로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텍스트나 영상만으로 전할 수 없는 생기를 배우의 연기를 통해 객석에서 느낄 수 있다. 무대에서 전해지는 배우의 육성과 열기는 강렬하게 전달된다.

 

연기자의 입장에서 무대에 설 때는 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히 희곡의 대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특성과 상황의 맥락을 파악해 가장 적절한 언어․비언어 수단을 동원해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관객과의 소통 단계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연출도 마찬가지다. 무대 장치와 막의 전환, 배우들의 동선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연출은 고도의 의사소통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역할과 상황에 몰입하기에 좋은 장르이며, 감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연극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연극을 통해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의 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다. 연극을 수업의 방법으로 활용한 것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국어 교과의 한 갈래로 희곡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연구회의 활발한 활동과 관심 있는 교사들의 실제 적용도 많이 있었다. 특히 심리적 치유의 일환으로 연극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영역인 고전을 연극으로 바꾸는 수업을 하고 있다. 정철의 ‘속미인곡’은 48행의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현대역을 해놓은 자료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어, 희곡으로 각색하기에 좋았고, 배역 선정, 무대 연출까지 전 과정을 모둠별로 함께 해보았다. 이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는 인물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들만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모습을 보며 연극의 연출이 수업 현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됐다.
 

초등학교 5·6학년 단계에서부터 적용되는 연극 수업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함께 교차한다. 본래 취지와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연극 교육에 대한 내용 점검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상황이 어떤지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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