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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030 교실열전] 책 못 읽는 아이, 말 안 듣는 아이

잘못을 지적받고 선생님 앞에서는 정말 슬픈 표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복도에 나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구들과 웃고 떠듭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가식이었던 건가?’‘선생님 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아이들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며 교사 입장에서는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아이들의 매체 문화 차원에서 그 원인과 해법을 단편적이나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아이들에게 여가시간을 어떻게 지내는지 물으면, 게임을 하거나 SNS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한 클립 형태의 영상을 시청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영상을 시청할 뿐 아니라 커뮤니티의 형성, 정보의 검색도 포털이 아닌 채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대를 초월해 가장 많은 활용 빈도를 보이고 있는 유튜브는 매체를 넘어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래 희망직업의 상위권에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들어가는 것도 최근의 뚜렷한 매체 경향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클립 형태의 영상을 보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이들이 주로 보는 클립 영상은 그 길이가 4~6분 정도입니다. 하나의 영상이 끝나면 빅데이터에 의해 추출된 관련 영상을 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각각의 영상은 개별화되어 있습니다. 인과성 없이 영상을 선택하고, 그 자체를 제한된 시간 동안 소비하는 것입니다. TED 영상을 만들 때 집중의 한계 시간으로 설정한 18분의 1/3 수준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10분이 넘어가는 영상을 보여주면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영상인지 방식 변화는 활자화 된 텍스트의 인지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긴 텍스트를 한 호흡에 읽기 버거워하고, 단락 내에서 핵심 문장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텍스트를 인지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인데요. 호흡이 짧아지고, 텍스트 자체를 클립 형태로 분절적으로 인식하여 텍스트 간의 인과성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옳고 그름으로 나누어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매체의 변화에 따라 인식의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변화입니다.

 

문자 중심의 텍스트에서 영상 체제로 변화하는 매체 변화에서 나타났던 바와 같이 텍스트를 인식하는 방식의 변화는 유기체적인 성격이 큽니다. 우리 교실 현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읽고, 아이들이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원만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사건의 인과성에 대한 이해와 긴 호흡의 텍스트 이해 능력은 중요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에 적용되고 있는 한 권 책 읽기는 클립 영상 중심의 읽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아침 시간을 활용한 10분 정도 텍스트에 몰입하는 연습, 수업 시간에 호흡이 조금은 긴 영상을 보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해준다면 텍스트에 더 깊이 집중하고 이해하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과 일들이 인과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고, 상대의 입장과 감정을 헤아릴 수 있는 현명함을 배워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