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부모는 자녀교육 안내하는 조력자 돼야
최근에 한 젊은 엄마와 6세 남짓한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었다. 엄마와 아이는 영어 숫자 세기를 하고 있었다. “ninety-five”하고 엄마가 말하자 유치원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ninety-six”하고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모녀의 숫자 세기는 계속되었다. 아이가 숫자를 잘못 말하자 엄마가 정색하며 “ninety-eight이잖아. 이걸 몇 번을 했는데 아직도 모르니?”하고 아이에게 면박을 주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한참 후에도 그 모녀의 대화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어린아이를 너무 일찍부터 학습으로 몰아가고 있는 모습을 너무나 명확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할 때, 이렇게 어려운 영어 숫자는 중1 때 가르쳤던 부분이었다. 학습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아무리 빨라졌다고 해도 초등학교 입학도 못 한 미취학 아동에게 이런 영어 숫자 세기는 좀 과해 보였다. 양날의 검 같은 교육열 자녀를 공부 잘하는 아이,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로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모의 교육열은 적절하면 자녀의 성장과 발달을 도울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남길 수
- 박원주 전 포항제철중 교사·교육 칼럼니스트
- 2020-08-13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