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학생의 작은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아챈다. 아이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면 무슨 일이 있는지 묻고 살핀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변화에는 둔감하다. 피곤해도 ‘괜찮다’ 버티고, 힘들어도 ‘조금만 더’하며 다독인다. 그렇게 번아웃은 조용히 시작된다. 소진은 단순히 피곤해서 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오래 버텼기 때문에 찾아온다. 교사들의 번아웃은 일반적인 직무 소진과는 조금 다르다. 교사는 온종일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감정노동자다. 아이들의 감정을 살피고 갈등을 중재하는 동시에 학습과 생활지도를 책임진다. 여기에 행정업무와 예측 불가능한 각종 민원, 학부모와의 관계까지 더해진다.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교직의 특성은 번아웃을 더욱 심화시킨다. 감정노동‧교권침해가 소진 키워 신체적 피로 못지않게 감정노동은 큰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정작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나 돌보기 어렵다.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정서적 탈진이 커진다. 특히 교권침해를 경험했다면 소진은 더욱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폭언이나 폭행, 위협을 당한 경험은 교실을 더 이상 안전한 공간으로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몸은 늘 경계 상태에
드라마 ‘참교육’에 많은 사람이 이 작품에 관심을 보인 것은 단순히 강한 훈육이나 응징 장면에 대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이면에는 학교가 학생의 행동과 태도, 공동체 생활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담겨 있다. 학교 교육을 둘러싼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육은 학생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고, 자신 행동에 책임을 지며,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를 익혀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참교육’이라는 말이 주는 통쾌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교육을 통해 어떤 인간을 길러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묻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유아교육, 초·중등 의무교육, 고등학교 무상교육, 대학 재정지원, 청년층 취업 지원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성장 과정 전반에 대한 국가책임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이는 개인의 배경과 여건에 따라 교육 기회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노력이다.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 다만 교육의 국가책임이 확대될수록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국가는 교육의 기회를 넓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을 분명히 세워야
지난 10년 사이 학령인구 175만 명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학교는 더 분주해지고 선생님들은 더 힘들어졌다. 기초학력이 무너진 아이, 마음이 아픈 아이들, 특수교육과 다문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더 늘고 있다. 여기에 늘봄학교가 더해지고, 유보통합이 얹어지고, AI 교육이 더해졌다. 아이는 줄었지만 아이 한 명에게 국가가 약속한 것은 몇 배로 늘었다. 이것이 오늘의 학교다. 교육에 경제 논리 대입 부적절 그런데 지금 정부는 학교의 현실과 다른 계산서를 제시했다. 기획예산처는 반세기 가까이 유지된 내국세 연동 원칙, 즉 내국세의 20.79%를 교육에 배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근간을 없애버리는 개편안을 보고했다. 학생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이자는 것이다. 언뜻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치명적인 전제가 숨어 있다. 교육을 학생 수에 단가를 곱한 비용으로 본다는 전제다. 교육은 경제 논리를 따르는 사업이 아니다. 교육재정은 학생 수가 아니라 학교가 감당하는 책무의 총량에 따라 집행돼야 한다. 국가는 학교에 과업을 더할 때마다 교부금을 근거로 삼았다. 일은 늘리면서 돈은 줄이겠다는 것은 계산이 아니라 모순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정성이
교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주배경학생(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날로 증가하며 우리 교육 현장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이에 발맞춰 학교 현장에서는 주로 ‘다문화 이해 교육’(‘다문화 감수성 교육’, ‘다문화 수용성 교육’ 등으로도 불림)이라는 이름으로 연간 2시간 이상 필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는 미묘하다. 이주배경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밀집학교’는 물론이고, 반대로 이주배경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 모두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해야 하지?”라며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밀집학교는 이미 학생들이 서로의 배경을 이해하며 잘 어울려 지내고 있기에 인위적인 교육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느끼며, 이주배경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는 당장 우리 반에 낯선 배경의 친구가 없으니 이를 남의 일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통계 수치를 통해서도 일부 확인된다. 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를 살펴보면,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 점수는 타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즉, 현장에서 ‘아이들이 생각보다 편견 없이 잘 지낸다’라고 느끼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다.
최근 학생들이 주로 소비하는 미디어 형태는 단연 짧은 영상이다. TikTok,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15초에서 1분 내외의 숏폼 플랫폼이 청소년의 일상을 점령하면서, 일반적인 강의나 텍스트 중심 수업은 집중력 유지에 명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짧은 영상은 핵심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하고 직관적인 시각 자극을 통해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탁월하다. 휴일에 15초짜리 영상을 잠깐 보려다 몇 시간을 훌쩍 소비할 정도로 흡인력과 중독성이 강하다. 이 강력한 중독성을 교실 안으로 가져와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새로운 수업법으로 활용한다면 어떨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숏폼을 교실의 새로운 학습 도구로 품어내려는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지식 파편화 부르는 부작용 짧은 영상을 교육에 적극 도입할 경우 몇 가지 명확한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높은 몰입도와 동기 유발이다. 수업 도입부에서 핵심 개념을 직관적이고 시각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청소년 학습자의 호기심을 즉각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둘째, '마이크로 러닝(Micro-learning)'의 구현이다. 복잡한 공식, 역사적 사건, 핵심 개념을 1분 이내로 압축해 부담 없는 반복 학습과 복습
진정한 의미의 교육은 교사 중심도 학생 중심도 아닌 관계 중심에서 비롯된다. 배움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과 신뢰, 그리고 협력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의 중심에서 학교를 변화시키고 소통이 살아 숨 쉬는 문화를 만드는 핵심 동력이 바로 ‘교사 리더십’이다. 지속적 성장 이끄는 원동력 과거에는 주로 관리자 중심의 리더십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교사 리더십은 학교 관리자나 행정업무 중심의 제한된 프레임을 벗어나, 모든 교사에게 필요한 교직 생활의 핵심 요소다. 교사는 수업과 생활교육, 동료 교사와의 협의 및 학부모와의 상담 등 각 상황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이러한 리더십이 하나로 연결될 때 비로소 소통이 있는 행복한 학교문화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복한 학교를 위한 교사 리더십은 과거의 지시와 통제 방식과는 달라져야 한다. 진정한 교사 리더십은 행정적 직위에서 나오는 위계적 권위가 아니라, 교사로서의 전문성, 신뢰,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전문적 권위’를 바탕으로 한다. 이는 동료 및 학생과의 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학교 현장의 변화를 이끄는 윤리적이고 능동적인 힘이다. 교사로서의 수업 전문성과 도덕성, 교육
새 교육감들이 취임 한 달을 넘긴 지금, 하반기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비서실과 별정직, 개방형 직위부터 본청과 직속기관의 주요 보직까지, 새 교육감의 국정 철학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교육청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 첫 인사가 임기 4년의 성패를 가르는 첫 단추가 된다. 교육청현실 녹록치 않아 교육감의 인사권은 생각보다 넓다. 일반 행정직은 물론 별정직과 개방형 직위, 각종 위원회 위촉직까지 교육감이 사실상 임의로 앉힐 수 있는 자리가 적지 않다. 선거를 도운 이들에 대한 보은과 측근 챙기기의 유혹이 스며드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그러나 교육청 인사는 무게가 다르다. 그 결정의 끝에 교실이 있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 인사가 정치 인사로 흐르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조직도가 아니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다. 제주의 사례는 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좋은 거울이 된다. 제주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무부교육감이라는 직위가 있다. 2024년 전임 교육감과 도의회가 공론의 과정을 거쳐 조례로 신설했고, 임명에 앞서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로 양 기관이 합의했다. 2년째 공석이던 이 자리의 임명 논의가 새 교육감 취임과 함께 다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