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이후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학부모가 보낸 문자입니다. "선생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내일 준비물이 원고지가 맞나요.” 짧고 정중한 문장 앞에서 교사는 잠깐 멈춥니다. 지금 답해야 할까, 아침에 답해야 할까, 그런데 아침이 되면 또 아침대로 바쁠 텐데. 이 짧은 문자 하나가 남긴 무게가 하루의 끝자락에서 오래 남습니다. 늦은 시각의 연락이 무거운 것은 응대 그 자체보다 응대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답하지 않으면 다음 날 학부모에게 또 연락이 올 것이 신경 쓰이고, 답하면 하루 종일 이어져 온 나의 시간이 문득 잘려 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교사도 퇴근하면 한 사람의 부모이고, 자식이고,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를 재우는 사람입니다. 그 시간을 지키는 일이 사실은 다음 날 교실에서 아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담을 근본에서 덜어주는 새로운 지침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함께 발표한 ‘학교 민원 대응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에 따라, 이제 교사 개인 연락처나 개인 SNS를 통한 학부모 민원 접수는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학부모와의 소통은 학교 대표번호와 온라인 소통 시스템인 이
"교실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이주배경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KSL)을 몇 년째 가르치고 있는 한국어 학급 담임으로서 매일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새삼 체감하는 말이다. 학교는 사회 변화를 가장 먼저 비추는 거울이다. 전국 초·중·고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증가하고 있고, 전체 학생 대비 비율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제 한 학급에 한두 명 있는 것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이 되었다. 특히 한국어를 전혀 모른 채 교실에 앉게 되는 중도입국학생과 외국인 가정 학생이 급증하면서, 교실 안의 다양성은 질적으로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높은 밀집학교도 빠르게 늘어, 언어 장벽으로 인한 학습 부진과 또래 관계 단절, 나아가 학업 중단까지 심각한 교육적 위기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다문화 교육 역량 강화 선행돼야 교사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어가 서툰 학생 앞에 앉아 교재를 함께 펼칠 때마다 매번 같은 질문을 되뇌곤 한다. ‘이 학생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답은 분명하다. 학생의 언어 수준과 문화적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알맞은 개별화 교육 지원을 설계할 수 있는 교사
많은 학교가 교원 성과상여금 평가기준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학교의 자율적 결정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교육부 지침이 각급 학교로 전달됐고, 그에 따라 학교들은 평가기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신뢰 약화 우려돼 평가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교사의 수업, 생활지도, 상담, 진로교육, 방과후 활동은 학생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활동이다. 그런데 평가기준이 공개되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교육적 소명보다 성과급과 연결해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교직이 교육보다는 성과급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교육의 토대인 신뢰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교육은 계약 관계가 아니라 신뢰 관계 위에서 이뤄진다. 교육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교육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다. 학생의 인성 성장, 생활 습관 형성, 정서적 안정, 위기학생 지원, 학부모 상담과 같은 중요한 교육활동은 수치로 평가하
학교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저출생으로 아이가 줄어들수록 학교에 기대하는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이제 학교는 교과교육뿐 아니라 학생 안전, 심리·정서 지원, 인성교육, 디지털 시민교육, 인공지능(AI) 교육, 환경교육, 진로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함께 담아내는 공간이 됐다. 하지만 새로운 교육은 계속 더해지는데, 무엇을 줄이거나 정리할 것인지좀처럼 논의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정책운영 방식 함께 변해야 교육은 사회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분야다. 새로운 사회적 요구가 생기면 학교는 이를 교육과정 속으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정책의 필요성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다. 새로운 정책은 빠르게 더해지지만 기존 정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책 일몰제가 운영돼도 기존 사업이 다른 사업으로 통합되거나 우수사례, 필수 운영 요소 등의 형태로 이어지는 경우를 현장에서는 자주 경험한다. 결국 교사가 체감하는 것은 학교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 계속 쌓여 간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와 함께 무엇을 정리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업무가 늘어나는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수업의 경계가 넓어
오늘날 학교 현장은 디지털 대전환의 중심에 있다. 스마트기기 보급으로 교실의 벽이 허물어지며, 학생들의 소통은 방과 후에도 SNS와 단체 대화방(단톡방)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온라인이 또 하나의 교실이자 삶의 터전이 된 것이다. 그러자 학교폭력의 양상도 달라졌다. 최근 학폭위 안건의 상당수가 온라인 내 언어 폭력과 따돌림에서 시작된다. 기기 활용 능력은 기성세대를 압도하지만, 타인을 존중하는 디지털 시민성은 미숙한 현실이다. 드라마 ‘참교육’은 단톡방 내 집단 욕설, 저격 글, 강제 초대 후 폭언을 퍼붓는 카톡 감옥 등 실제 교실의 적나라한 디지털 폭력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충격을 주었다. 이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정보 판별을 넘어, 온라인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현장 맞춤형 네티켓’ 교육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익명성 뒤에 숨은 칼날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거친 언어를 쉽게 사용하는 이유는 비대면성과 익명성 때문이다. 눈앞에 상대의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자신이 뱉은 말이 줄 타격을 체감하지 못한다. 손가락 움직임으로 타인의 인격을 말살하면서도 이를 장난으로 치부하는 이유다. 드라마 ‘참교육’ 속 감독관들이 가해자들에게 폭력의 잔인함을 직시하게
AI 시대의 참교육은 무엇일까? AI의 심기를 잘 살피고, 그것에 맞춰 답변을 하고, 좋은 점수를 받도록 하는 것일까? 아니면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하고 스스로 질문과 답변을 할 줄 아는 인재를 기르는 것일까? 당연히 후자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26년 업무보고를 보면 AI가 54번이나 나온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중점 추진과제 모두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시대 대응’에 관한 과제이다. 이미 현 정부 국정과제에도 제시됐던 방향이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나 중요한 질문하는 교육 중점 추진과제에는 ‘질문중심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포함돼 있다. 목적으로 "AI 시대에 필요한 질문하는 힘, 비판적 사고력을 학생들이 함양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선도교원 양성, 질문하는 학교 운영, 서·논술형 평가 AI 학습데이터 구축 등을 2026년부터 시작하겠다고 한다. 시·도교육청에서도 초·중·고교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질문하는 힘이 AI 시대에 갑자기 필요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살아가면서 불안과 우울, 걱정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 저변에는 인정과 칭찬에 대한 욕구를 충족해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자신을 잘못 평가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관심과 배려 절실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청소년의 내면에도 낮은 자존감이나 열등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자존감의 핵심은 자신을 수용하는 데 있다. 성장의 고통과 입시 경쟁의 스트레스에 지치고 힘겨워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장점은 물론 실수나 잘못도 인정하고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도록 따뜻하게 격려하는 관심과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 청소년의 자존감을 고취하려면 다음 몇 가지 면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우선, 자신이 잘한 일에는 스스로를 칭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칭찬이 쌓여서 마음의 자산이 누적되면 자존감도 고양된다. 자신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에 가능한 한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부족한 면도 노력하면 개선될 수 있다고 스스로 격려한다. 쉬운 일부터 시작하여 성취감을 느끼면 자신감도 생긴다. 또 무슨 일이든 남의 탓을 우선하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