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이네….’ 학생의 문제행동이 반복될 때 교사는 여러 감정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걱정됐던 마음이 점차 답답함에서 짜증으로, 화도 났다가 종국에는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게 무뎌지기도 한다. 교사가 지치는 이유는 행동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다루는 과정에서 감정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어렵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와도 억누르고 표면 감정만 드러내게 된다. 이렇게 실제 감정과 표면 감정 사이의 부조화가 커질수록 정서적 고갈은 심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교사는 온종일 학생들의 감정을 살피며 수업과 생활지도, 학부모 소통까지 여러 관계를 다뤄야 한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며 감정 소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직업적 특성과 연결된다. 어차피 소모될 수밖에 없다면 덜 쓰이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알아차림’이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무시하고 버티면 오히려 예민해지거나 포기하고 싶은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억누르지 말고 알아차려야 상담에서는 감정을 없애거나 통제하기보다 먼저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때 도움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정답을 내놓는 시대에, 정답을 고르는 능력만으로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실제 교실에서도 학생들은 질문을 깊이 탐구하기보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데 익숙하다. 사고 과정과 논리적 표현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은 분명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아직 준비 안 된 교실 그러나 서·논술형 평가를 운영해 보면 정책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피드백이다. 서·논술형 평가의 핵심은 학생의 사고 과정을 살피고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며 성장을 돕는 데 있다. 하지만 고교 교사 1명이 여러 학급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 학생의 답안에 10분만 써도 100명 기준 16시간이 넘는다. 지필평가와 수행평가가 반복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결국 피드백은 사라지고 점수만 남는 평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채점과 민원도 현실적인 벽이다. 같은 문항을 채점하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기준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학생들의 답안은 예상보다 다양하다. 수학 서술형만 해도 풀이 방향은 맞지만 계산에서 실수한 답안, 정답은 맞지만 논리가 비약된 답안에 몇 점을 줄
교육의 가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 그 출발점에 학교가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시작된 배움은 졸업과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교육 신뢰 회복은 공동의 책무 오늘날 우리 학교 현장은 빠르게 변화한다. 2026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유·초·중등 학생 수는 전년보다 약 19만 명 감소한 반면, 이주배경학생은 21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교사의 권위는 단순히 법과 제도만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교사의 전문성이 존중받고, 학부모가 학교를 신뢰하며, 지역사회가 교육의 가치를 함께 지켜나갈 때 비로소 굳건해진다. 그러나 학교가 마주한 모든 과제를 학교와 교사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교육은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공동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평생교육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학교는 졸업해도 배움은 졸업하지 않는다.” 평생교육은 학
그동안 교육 현장은 끊임없는 디지털 전환의 파도를 맞아왔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상세계와 현실이 융합된 ‘메타버스’와 ‘생성형 AI’ 등 첨단 기술이 교실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스마트 기기 활용 수업’의 차원을 넘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삶의 생태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과거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고 텍스트나 영상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에 집중했다. 메타버스와 초연결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체험형·참여형 공간에서의 윤리적 주체성’과 ‘디지털 시민성’을 지도하는 능력으로 확장돼야 한다. 가상세계와 새로운 윤리적 도전 메타버스 환경에서의 미디어는 단순히 시각이나 청각으로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다. 아바타를 통해 공간에 직접 개입하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경험을 ‘생성’하는 주체적인 활동이다. 예를 들어, 독도 문제를 다룰 때 기존 수업이 독도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기사를 읽는 방식이었다면, 메타버스 수업에서 학생들은 아바타로 독도 지형을 탐험하고 직접 전시물을 배치하는 등 공간적 체감을 경험한다. 이때 교사는 가상세계에서의 경험이 현실의 가치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수업 시간, 교사의 설명이 멈추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한국어가 서툰 중도입국 학생을 위해 쉬운 단어로 다시 풀어내거나, 개별적으로 안내하는 사이 교실의 흐름은 잠시 멈춘다. 이 짧은 단절이 반복되면서 전체 학생의 몰입도는 떨어지고, 때로는 학급 전체의 학습 진도와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는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에서 비이주배경학생들이 매일 겪고 있는 뼈아픈 현실이다. 다문화 교육 정책이 현장에 자리 잡아가면서 이른바 ‘역차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이 특정 학생들에게 집중될 때, 일반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는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학교에 배치된 튜터나 협력 강사들의 지원이 주로 이주배경학생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기초학력 보장이 필요한 비이주배경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과 후 기초학력 교실조차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비이주배경학생이 겉돌기도 한다. 그 결과 학습 태도가 우수한 비이주배경학생들의 전출이 이어지며 학교 전반의 학력 저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단순히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나 이기심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공교육 안에서 모든 학생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질
지난 9월 발표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은 2.9%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이는 2020년의 세 배가 넘는 수치이며, 초등학생은 무려 5.7%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신체 폭력과 집단 따돌림 비중도 늘었다. 반면 가해 응답은 줄었다. 가해 이유 1위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였다. 맞은 아이는 폭력으로 기억하고, 때린 아이는 장난으로 기억한다는 뜻이다. ‘합의’라는 단어에 숨겨진 그늘 온라인 미디어에서 비롯된 ‘야차룰’은 보호장구나 규칙 없이 맨몸으로 맞붙는 길거리 격투 방식을 뜻한다. 학생들은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거나 구두 합의를 맺은 뒤 공터나 주차장 등에서 주먹을 휘두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를 지켜보는 무리가 휴대전화로 촬영해 SNS에 올려 조롱거리로 만들거나, 패자에게 굴욕감을 주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서로 동의하고 한 대결인데 왜 학교폭력인가요?”라고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착각이자 위험한 합리화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야차룰은 결코 ‘합의된 대결’이 아니다. 그 기저에는 또래 집단의 암묵적인 위계와 권력관계, 그리고 대결에 응하지 않으면 겁쟁이로 낙인찍히는 ‘보이지 않는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교실에 앉아 있다고 해서 같은 출발선에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주배경 학생에게는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이들에게 한국어 교육과정은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에 참여하고 학습권 실현을 돕는 공교육의 기초다. 이주배경 학생 크게 증가 초·중등 교육에서 이주배경(다문화)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이 처음 고시된 것은 2012년이었다. 이후 현장의 적용 사례들을 검토 보완해 2017년에 교육과정이 개정·고시됐다. 고시 후 10년이 지난 지금, 교육과정 적용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교육부 교육통계서비스(KESS)의 자료에 의하면,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은 2017년 대비 2025년 약 85% 증가했다. 전체 학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9%에서 4.0%로 2배 이상 높아졌다. 학생 수의 증가와 더불어 출신 국가, 입국 시기, 가정의 언어 환경과 이전의 학교 경험에 따라 교육적 요구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편, 일반 교과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다. 학생 변화와 교과 교육의 변화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한국어 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