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고 야구부 학생들이 야구대회 중 연출한 표현이 우리 사회를 뜨거운 논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맥락을 모르는 훗날 사람들이 이 문구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래의 그들에게 이 주술 같은 표현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욕도 없고 조롱도 없고 비난도 없다. 하지만 그 맥락을 이해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조롱의 언어, 혐오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가차 없이 많은 질문을 쏟아낸다. ‘탱크 데이’ 같은 표현이 현재 우리에게 조롱과 혐오로 받아들여지는 맥락은 무엇인가?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렇게 조롱과 혐오 문화에 빠져드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더 근본적으로 혐오 또는 혐오 문화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논의들은 대부분 청소년 혐오 문화가 발생하는 배경과 원인,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방안 제시 등에 집중되어 있다. 그 고민과 노력을 응원하면서도 실제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현장성의 측면에서 삐딱한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청소년 혐오 문화는 학교와 학생만의 책임인가? 청소년 혐오 문화는 학교와 학생만의 책임인가 ○○고
지난 6월 ○○고 야구부 더그아웃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하나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온라인에서 놀이처럼 떠돌던 혐오가 공교육 현장에서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는 단지 특정 학교, 특정 학생의 일탈이 아니다. 교실 깊숙이 스며든 혐오 문화의 한 단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에 가깝다. 작가 한강은 이 사건을 두고, “혐오를 ‘문제’로 인식하는 데서부터 희망이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혐오 표현이 주목받는 지금이 해결책을 만들 골든타임이다. 교실 안 현실, 놀이가 된 혐오 오늘의 학생들은 이른바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세대다. 이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흐릿하다. 커뮤니티와 게임·SNS에서 접한 극단적 표현을 무심코 따라 하고, 여성 혐오나 세대 혐오 발언을 농담처럼 즐긴다. 교실에서 목격되는 혐오는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니다. 학생들은 ‘○○충’, ‘틀딱’ 같은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쓴 지 오래다. 처음엔 온라인 은어였지만 이제는 교실의 일상어가 되었고, 그사이 혐오의 폭력성은 옅어져 ‘그냥 재미로’ 던지는 말장난으로 인식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놀이가 스스로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지역과 성별, 역사적 피해를 겨냥한 새 은어와
서·논술형 평가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넓다. 문제는 교육 여건이다. AI 채점이 교사의 채점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지금 학교가 가진 시간과 인력, 재정으로 그 기대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업무보고가 남긴 과제 지난 8월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가교육위원회는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과 고교 내신·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차정인 위원장은 “오지선다는 남이 쓴 정답을 고르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진단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객관식 중심 평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논술 사교육이 커질 가능성과 제도 변경이 부를 혼란을 우려했다. 교육부는 평가전문교사 국가인증제를 2027~2028년 시범 운영을 한 뒤 2029년 도입하고, 2030년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교육평가출제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내놓았다.국교위는 10월 말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공개하고 내년 3월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방향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교육 여건 때문이다. 여기서 여건은 시간과 인력, 예산, 그리고 교사를 지켜 줄 제도적 울타리를 뜻한다. 네 가지를 갖추지 못한 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 ‘어른들이 채점하기 편하려고 아이들을 망가뜨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명쾌하다. 문제의 원인을 축소하고, 진단을 쉽게 내리며, 해결책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수학여행을 기피하는 이유는 ‘책임 회피’이고, 교육자로서 그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을 담가야 한다’는 논리다. 교사와 교육을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객관식 시험을 치는 이유는 교사들의 ‘편리함’ 때문이니, 아이들을 괴롭히는 입시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단순함에 있다. 현상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실타래가 어떻게 엮였는지 들여다보지 않는다.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는 영리한 정치가의 화법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유능한 정책가로서의 세밀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문제는 형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교육당국은 서·논술형 시험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로 AI 시대로의 변화를 내세운다. 주어진 질문에 정확한 정답을 내놓는 일은 AI가 대신할 수 있으니, 정답 맞히기식 교육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인간에게는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다시 떠오른 서·논술형 평가, 15년간 반복된 시도와 좌절 지난 8월 5일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서·논술형 평가가 교육 분야 핵심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여러 정부가 반복적으로 시도했던 정책이라서 서·논술형 평가 도입의 타당성은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초학력·문해력·사고력 신장이라는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없다. 다만 단기간에 준비할 수 없고 면밀한 사전 장치가 많이 필요하다는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서·논술형 평가 전면 전환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초등학교 내신평가는 거의 모든 교육청에서 수행평가 100%로 시행되고 있으며, 서·논술형 평가는 교과목에 따라 수행평가의 한 영역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그 비율을 하나로 정하기 어렵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내신은 수행평가와 정기시험(지필고사)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의 모든 교육청에서 수행평가는 40% 이상, 서·논술형 평가는 정기시험 혹은 학기 총점의 20~50%를 반영한다. 수치와 기준이 교육청별로 달라서 좀 복잡하지만, 서·논술형 평가의 비중은 대략 20~50%라고 할 수 있다. 15년 전에 발표된 당시 교과부의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2011.
사실 초등 교실에서 서·논술형 평가라는 단어가 낯설지는 않다.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평가 계획을 보면 대부분의 학교가 이미 수행평가의 형태로 서·논술형 문항을 오랫동안 운영해 왔다.국어 시간의 글쓰기 평가, 사회 시간의 서술형 문항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아이들의 수행평가 답안지를 앞에 두고, 채점 기준표와 아이의 글씨를 번갈아 들여다본 적이 있다. 표현은 서투르지만 핵심을 정확히 짚어낸 답안과, 문장은 매끄럽지만 겉도는 답안 사이에서 점수를 가르는 일은 조심스럽다. 정해둔 핵심어는 쓰지 않았지만,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낸 아이 앞에서 손이 멈춘다. 그런 순간마다, 이 채점 방식이 아이의 사고력을 온전히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다가올 변화 지난 8월 5일, 이 대통령은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현행 객관식 중심의 수능 평가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국가교육위원회 역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포함한 중장기 대입 개편을 공론화하겠다고 했다.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33학년도 대입부터 새 제도가 적용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그렇다면 이 변화 앞에서
최근 드라마 참교육을 계기로 ‘교권보호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현실의 교육행정이 드라마처럼 작동할 수는 없다. 교육활동 보호는 감정적 응징이나 즉각적 제재가 아니라, 법령과 절차에 따라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회복하는 공적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교사가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에 공감한 이유는 분명하다. 악성민원, 반복 민원, 생활지도 이후의 아동학대 신고,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뒤섞일 때 교사는 여전히 혼자 대응해야 한다고 느낀다. 제도는 늘어났지만, ‘내가 보호받고 있다’는 체감은 충분하지 않다. 최근 민주연구원에서 제안한 교육활동보호국 논의의 핵심은 별도의 ‘응징 조직’을 만들자는 데 있지 않다. 교사 개인에게 전가되어 온 민원·신고·분쟁 대응 부담을 학교·교육청·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교육활동보호국은 교사 대신 싸워주는 조직이 아니라, 교사가 혼자 싸우지 않도록 만드는 국가책임형 교육활동 보호체계의 상징이다. 서이초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서이초 사건 이후 정부는 교권 보호와 학부모 민원 대응을 위한 여러 대책을 추진해 왔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