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위한 마음 챙김 철학 (안광복 지음, 창비교육 펴냄, 216쪽, 1만 8,000원) 교직생활 30주년을 맞은 1세대 철학교사가 감정노동과 관계노동으로 지친 교사들을 위해 건네는 철학에세이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온몸으로 느끼는 고통과 무력감에 절실히 공감하며, 철학으로 영혼을 돌보는 24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아우렐리우스의 휴식 기술, 쇼펜하우어의 관조하는 자세 등 교사들이 부딪히는 고민과 문제에 꼭 맞는 철학자들의 지혜를 제시한다. 밑줄 긋지 못한 문장들 (조성현 지음, 계단 펴냄, 224쪽, 1만 7,600원) 교사와 학생 서른 명이 부딪치며 살아가는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경험한 고민과 성찰을 담은 에세이다. 다툼이 생길 때마다 CCTV나 명쾌한 판결을 바라는 아이들 앞에서, 저자는 즉각적인 판사가 되기보다 서로 눈을 맞춰 대화하고 사과할 시간을 내어준다. 교과서나 문제집 문장으로는 배울 수 없는 신뢰와 양보, 책임감을 교실 속 일상을 통해 스스로 배워나가는 아이들의 단단한 성장을 따뜻하게 그렸다. 날마다 이기는 게임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이소담 옮김, 김영사 펴냄, 44쪽, 1만 5,500원) 유쾌하게
다다익선의 시대에서 ‘단 한 채’의 시대로 과거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던 부의 공식은 명확했다. 바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주택 수를 늘려가는 갭투자는 가장 확실한 자산 증식 수단이었고,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는 늘 시장의 승자로 통했다. 특히 2015년 이후 집값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 때, 주택 수에 비례해 자산 가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주택 수를 늘리는 것 자체가 최고의 재테크였다. 그러나 시장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다주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보다 그에 따라붙는 세금과 대출 규제의 부담이 훨씬 커진 시대가 도래했다. 무리하게 여러 채의 주택을 유지하는 것은 이제 자산 증식은 커녕 과도한 세금 부담과 자산 가치의 정체라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책과 규제의 압박이 가중되자, 시장 참여자들은 빠르게 ‘자산 압축’에 나서기 시작했다. 가치가 애매하거나 미래가 불투명한 비선호 지역의 주택들을 정리하고, 그 자금을 모아 결코 무너지지 않을 단 하나의 입지, 즉 더 우량한 자산으로 모으는 현상이 본격화된 것이다. 불확실한 시장의 풍파를 헤쳐나가기 위해 위험 요
HOPE(감독 나홍진), 스파이더맨: 뉴브랜데이(감독 데스틴 크리튼),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3파전으로 폭염보다 뜨거웠던 2026년 여름 극장가는 가을에도 여전히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9월에만 한국 영화 기대작 5편이 개봉하기 때문. 9월 24일부터 시작하는 추석 연휴를 겨냥한 작품도 보인다. 과연 5편의 한국 영화 중 마지막에 웃는 작품은 무엇일까? 9월 극장가를 풍성하게 할 5편의 한국 영화를 알아본다 No.1 _ 톱스타 부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딸을 구해라! 류승룡·하지원의 비광 미쓰백(2018)으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드라마 클라이맥스(2026)로 연출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이지원 감독이 두 번째 영화 비광에서 한 번 더 찐한 가족 연대기를 그려낸다. 한국 야구의 간판스타 중구(류승룡)와 올타임 레전드 배우 남미(하지원)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톱스타 부부다. 갑자기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가 등장하면서, 차마 딸을 외면할 수 없던 중구와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상처받은 남미는 파경을 맞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던 8년 후 어느 날, 우림천 여중생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동주가
한겨울인 1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마주한 공기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햇살 아래 거리를 걷는 일이 즐거웠고, 겨울 여행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밝은 햇빛을 머금은 건물과 오렌지나무, 낯선 문양과 색채로 채워진 거리는 화사하면서도 이국적이었다. 그 아름다웠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정취를 함께 느껴보자. 세비야 _ 오렌지 향으로 가득 찬 안달루시아의 다채로움 세비야에 도착해 처음 마주한 것은 눈부신 햇살이 아니라 세찬 겨울비였다. 그런데 흐린 풍경 속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것이 있었다. 거리 곳곳에 줄지어 선 오렌지나무였다. 짙은 초록색 잎 사이로 주렁주렁 매달린 주황빛 열매는 흐린 하늘 아래에서 오히려 더욱 선명해 보였다. 이 낯설고도 화사한 풍경을 마주한 순간, 이것만으로도 세비야 여행은 이미 다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찬 비바람에 떨어진 오렌지 몇 알은 돌바닥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껍질이 터진 열매에서는 상큼하면서도 쌉싸래한 향이 퍼졌다. 비가 내리는 세비야의 좁은 골목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일도 즐거웠다. 화려한 관광지를 찾아다닌다기보다 비를 피해 처마 아래로 몸을 옮기고, 작은 상점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거주형태, ‘전세’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거주 형태가 있다. 바로 매매·전세·월세다. 매매와 월세는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지만, 전세는 매우 드문 형태이며 사실상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독특한 제도다. 외국인들에게 전세 제도를 설명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낯선 개념이지만, 전세는 수십 년 동안 우리 주택시장에 계속 남아있었다. 또한 만기 때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으니 사회초년생 입장에서는 주거비를 낮추는 동시에 자산 형성의 종잣돈을 모으는 경로로 많이 활용됐다. 이토록 특이한 임차 형태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고도 성장기와 고금리 시절,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은 은행 대출보다 저렴하고 유용한 ‘무이자 사적 금융’이었다. 이를 통해 집주인은 자산을 증식하거나 또 다른 부동산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세입자 역시 매달 생돈이 나가는 월세를 아껴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즉 전세는 집주인도 세입자도 모두 만족한 공생의 산물이다. 전세는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매끄럽게 잇는 윤활유 세입자가 이처럼 매달 나가는 고정 주거비 없이 자산을 축적하는 동안
올여름 전 세계 영화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영화 중 한 편은 누가 뭐라 해도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임에 틀림없다. 고대 그리스신화의 정수이자 현대 문학의 근간이 된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아에서 트로이 전쟁부터 함락 이후 오디세우스가 10년 동안 미지의 세계를 거쳐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웅장하고 장대한 서사시로 스크린에 그려냈다. 이번 ‘시네마 톡톡톡’에서는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들과 함께, 그리스신화를 다룬 영화들도 함께 복습해 본다. 609km 분량 IMAX 필름에 담은 이탈리아·스코틀랜드의 광활한 자연 “영화감독으로서 아직 채워지지 않은 영화적 영역,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늘 찾게 된다. 내가 자라면서 봐온 수많은 신화적 영화가 있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예산과 IMAX 스케일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무게감과 진정성으로 구현된 신화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오디세이는 거대한 이야기이고, 정말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놀란 감독이 누구던가! 5분마다 기억을 잃는 남자가 아내의 복
프롤로그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지리 교사로서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였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많은 지리 교과서에 실려 있는 그 사진이었다. 지면을 뚫고 치솟는 거대한 물기둥,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간헐천의 그 장면은 어린 시절부터 ‘언젠가는 직접 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으로 남아 있었다. 지구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눈앞에서 체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행의 첫 번째 동기가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이 장소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1872년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옐로스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보전이라는 철학이 처음으로 법제화된 장소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연을 개발과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대에 이 땅만큼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결단이 어떤 풍경을 만들어 냈는지, 두 발로 걸으며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을 결정적으로 이끈 것은 아이들을 위한 주니어 레인저(Junior Ranger) 프로그램 워크북의 존재였다. 옐로스톤을 방문하기 전후로 꾸준히 접해 온 이 프로그램은 교육자로서 큰 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