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이 직면한 문제는 새롭지 않다. 교육의 본질적 가치 약화, 획일적인 교육과정과 평가, 입시 중심의 서열화 문제는 오래전부터 우리 앞에 놓여 있던 숙제다. 문제는 그 숙제가 오랫동안 책상 위에 놓여 있었음에도, 아직 제대로 풀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교육개혁은 좋은 방향을 선언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예쁜 포장지에 싸인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학교 현장에는 이런 일이 자주 있다. 정책은 미래형인데, 실행 조건은 여전히 아날로그다. 비전은 AI 시대인데 학교는 여전히 ‘붙임 파일 1·2·3을 확인하고 기한 내 제출 바랍니다’의 세계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물론 행정도 필요하고 책임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물어야 한다. 학교가 바빠진 만큼 교육도 깊어졌는가. 문서로 증빙한 만큼 학생은 성장했는가. 정책이 많아진 만큼 학교는 정말 달라졌는가. 앞으로 교육개혁의 성패는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학교가 실제로 변화할 수 있는 구조와 조건을 얼마나 함께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AI 시대, 학교의 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개혁
누구를 위한 교육시스템인가?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효과와 효율을 따진다. 효과는 방향의 문제이고, 효율은 입력 대비 산출의 성능 수준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육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뭔가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 학교가 그것을 해결하도록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의 교육예산은 자그마치 106조 원이다. 그러나 지금 교육 현실은 어떤가?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탁상행정만 한다고 한다. 교장·교감은 학교 직원 간의 갈등 조정과 민원, 권한 없는 책임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교사들은 관리자에 대한 불만, 늘기만 하는 업무, 갈수록 지도가 힘들어지는 학생들, 말도 안 되는 학부모 민원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학부모는 노후를 저당 잡히며 아이들 사교육에 자신들의 미래와 영혼을 갈아 넣는다. 학원비라도 벌려고 단기 알바라도 나가는 학부모는 아이들의 돌봄 공백에 등골이 빠진다.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는 가정에 없다. 학생들은 공부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는데, 기초학력은 저하되고 있다. 이렇게 공부했는데 기업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고, 20대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우리 교육은 지금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교육시
‘학교도서관’이라고 하면 흔히 책을 읽거나 대출하는 공간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최근 학교도서관은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학생들의 삶과 배움을 연결하는 교육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체험활동과 연계한 독서교육은 학생들이 책을 보다 친근하게 경험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본교에는 사서교사 교육실습생 2명이 실습을 나오게 되었다.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 교육실습을 나오는 것은 꽤 드문 일이다. 교육실습에서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도록, 초등 1~6 모든 학년의 수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으며, 추후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행사도 직접 계획하여 실행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교육실습에서 직접 계획하고 실행한 행사들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형 독서활동을 통해 삶과 배움을 연결하고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모습을 보였기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교육실습 기간 동안 본교 도서관에서는 사서교사 교육실습생들과 함께 두 가지 체험형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하나는 슈링클스 종이를 활용한 ‘이야기가 쪼그라든다고?!’ 활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동화구연과 모루인형 만들기를 연계한
SDGs 수업을 왜 추구하는가? 기술·가정은 삶의 맥락 속에서 지식, 수행 역량, 가치 및 태도를 함양하여 생활 속 문제를 탐구하는 교과이다. 탐구 과정에서 현대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학생 개인의 일상과 연결하면, 학생들은 교실 안의 지식이 자신의 삶과 직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수업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최근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대응과 단절된 공동체의 회복은 물론, 끊이지 않는 전쟁과 다양한 글로벌 갈등 속에서 평화와 연대를 모색하는 세계시민교육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교과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경을 초월하여 얽혀 있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합적 프로젝트 기반 수업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이에 중학교 2·3학년 학생 119명을 대상으로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삶의 실천적 문제와 연계한 ‘L.I.F.E.: C.H.A.N.G.E.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단순히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적 문제를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미래세대의 필수적인 사회정서학습(SEL)을 의미하는 ‘C.E.L.E.B.’ 역량을 기르는 데 있다. 이러한
국제공동수업을 통한 글로벌 역량 신장의 중요성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전쟁·자원문제 등이 우리나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지구촌 시민으로서 살아갈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가치와 태도를 바탕으로 인류 공동체의 발전에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을 제시하고 있으며, 2023~2026 서울교육 중기 발전 계획에서도 학생들을 위한 세계시민형 공존교육을 주요 방향으로 삼고 있다.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효과적으로 신장하려면 해외 친구들과 함께 배우며 연대하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제공동수업이 필수적이다. 국제공동수업은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온라인·대면으로 공동의 주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국제교류 수업이다. 그중에서 국제공동 프로젝트 수업은 깊이 있는 학습을 실현하는 협력적 융합 프로젝트 수업을 활용하여 국제공동수업을 기반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수업방법이다.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면 교류와 온라인 국제공동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지구촌 이슈에 관심을 높이고, 해외 친구들과 협력적으로 소통하며, 삶과 연계
최근 학교에서는 과거에는 경험하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장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노력한다. 그러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의지할 멘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선배 학교장들도 지금과 같은 문제는 처음 경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학교장들은 해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게 답을 얻지 못한다. 결국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이 학교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이처럼 오늘날 학교장 자리는 난제를 혼자 끌어안은 채 끙끙 앓아야 하는 힘겨운 자리로 변해가고 있다. 물론 시중에는 성공한 CEO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담은 경영서가 많다. AI 시대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인들에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참고서적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장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참고할 만한 책이 부재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것은 학교장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함을 의미하기에 학교장에게 독서는 더욱 필요하다. 진정한 독서는 감성을 자극하고
보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학교문화 3년 전, 경북 경산시 경산고등학교에 처음 부임하며 마주한 풍경은 대입이라는 목표 아래 쉼 없이 달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 10시 30분까지 학교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정작 학교는 삶의 여백을 채워줄 ‘보고 이야기할 만한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도서관을 통해 우리 학생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우선 도서관 자료를 전면 정비하고 RFID 시스템(자가대출반납시스템)을 구축하여 누구나 편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학기 초에는 폐기 도서를 활용한 나눔 행사를 열었고,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대학 전공 서적까지 상호대차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일요일 저녁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가정 연계 행복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건전한 주말 여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문계 고교라는 입시 위주의 환경 속에서도 결실을 보았습니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독서행사가 자리를 잡으며 도서관은 학교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도서관으로 달려오는 학생들의 진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