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단일기

세상에는 '영원한 적국'도 없다는데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국가간에도 영원한 적국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문제는 한 국가의 지도자들이 주변 국가를 적국으로 끌고 갈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우호관계를 유지해 갈 것인가에 달려있을 뿐이다. 최근 마이클 히긴스 아일랜드 대통령이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일랜드 대통령으로 사상 첫 영국 국빈 방문이 이루어진 것이다. 히긴스 대통령은 이날 웨스트민스터 의회 연설에서 "두 나라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우정과 친밀함을 성취했다"며 "관계가 더욱 생산적이고 돈독해지도록 노력하자"고 연설을 통하여 강조했다. 

아일랜드는 영국에 비교하면 약소 국가이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 끝에 지난 192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독립 과정에서 영국 군인들은 무고한 아일랜드 시민들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과 방화를 일삼아 양국 간 앙금이 짙게 깔렸다. 이로부터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번 히긴스 대통령의 영국 방문은 지난 2011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에 이은 답방 형식으로 성사됐다고 한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은 독립 투쟁 희생자 기념비에 헌화하며 갈등의 과거사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오도노휴 대사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보여줬던 화해의 제스처가 양국 간 화해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영국과 아일랜드 양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EU 회원국의 외교와 재무, 국방장관 회담뿐만 아니라 정상회담도 수시로 열린다. 오도노휴 대사는 "EU라는 틀 안에서 공동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호 신뢰를 쌓았다"며 "입씨름보다는 자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와이트먼 대사는 "아시아 국가들도 EU처럼 아시아 전체가 직면한 도전을 함께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점에서 `원아시아`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견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기보다는 서로 파트너로서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민족도 일제의 침략으로 역사의 정체를 가져와 지금도 그 앙금이 남아 있는 현실이다. 점차 한일관계가 좋아지는가 했는데 다시 한일간의 파고는 더 높아만 가고 있다. 이같이 한ㆍ일관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잇단 망언으로 영국ㆍ아일랜드의 화해 무드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어느 때 보다 반한 적대 감정의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 환율의 변동도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일본인의 한국 방문은 급속히 줄고 있다. 어쩌면 일본인이 한국에 가면 테러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일본인도 있으니 말이다. 최근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한국이 일본 영토인 다케시마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고 교과서를 통하여 가르치는 것은 후손들에게고 길이길이 이 문제를 끌고 가겠다는 의로도 밖에 보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앙숙 관계를 청산한 비결에 대해 앙엘 오도노휴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갈등을 빚고 있는 국가 간 역사를 숨기려해서는 안 된다"며 "솔직해질 때 양국 정부와 국민끼리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는 "역사 갈등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 과제"라며 "양국 화해의 상징인 영국과 아일랜드 수반 간 왕래를 실현하기 위해서 서로 간 존중과 솔직함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를 일본의 정치가 들이 좀 배워 세계사의 흐름을 바로 보고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는 아베 정권이 새겨 들어야 할 교훈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