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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은 '모죽'을 키우는 일

한국과 중국, 일본에 자생하는 모죽이라는 대나무가 있습니다. 이 대나무는 심은지 5년이 지나도록 아무리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해도 큰 변화가 없답니다. 그렇지만 5년이 지나면 하루 70~80cm씩 자라기 시작해 무려 30m까지 자라나 위용을 과시한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자라지 않던 대나무가 어찌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그렇게 짧은 시간에 30m 까지 자라나게 될까요?

많은 학자들은 혹 대나무가 쓰러지지는 않을까? 부러진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그런일은 없었답니다. 그래서 대나무의 뿌리를 조사했는데 모든 학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읍니다. 그 이유는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깊숙한 곳에서 30m 몇 배의 땅에 기초를 다져놓았기 때문이었답니다. 그렇게 5년을 숨죽인 듯 세상에 뻗어나갈. 날만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서 대나무는 그렇게 멋지고 당당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입니다.

교육의 성과도 위의 모죽처럼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후에야 그 성과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급하게 서두르면 교육이라는 대나무도 크게 자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 동안, 아니 수십 년 동안 공들여 반복학습을 하고 참으며 인내심의 뿌리가 뻗어야 비로소 성과가 나기 시작합니다.

3일, 3주, 100일, 6개월, 1년, 3년, 10년…. 질긴 기다림과 격려와 칭찬의 햇빛을 받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어느 날 부턴가 모죽처럼 쑥쑥 자라서 갑자기 글을 잘 읽기도 하고 어떤 분야에 재능을 보여주며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그러한 보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의 기쁨이 있기에 내 인생을 바쳐 살아온 교실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거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입학하던 날, 자기 이름도 못 그리던 아이가 이제는 받침 없는 글자를 하나씩 쓰는 모습, 아침독서 시간이면 힘들어서 도서실에서 잠을 자던 아이가 1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책을 읽는 기특한 모습, 점심밥을 먹을 때마다 편식으로 토하고 먹지 않으려던 아이가 식판을 깨끗하게 비우는 모습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 아이들은 지금 땅 밑으로 뿌리를 뻗느라 하루해가 짧습니다.

1학년 아이들이 5교시 정규수업을 마치고도 2시간의 방과 후 시간, 5시까지 돌봄 교실에 이어 7시까지 저녁 돌봄 시간까지 감당하면서도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길게는 아침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학교에 머무릅니다. 이제 겨우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이렇게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 앞에 놀라면서도 안쓰럽습니다.

자기 인생의 모죽을 키워 가는 아이들의 장한 모습, 그것은 엄청난 적응력입니다. 다만 미안한 것은 놀 시간이 부족한 것입니다. 잘 놀아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 할 텐데 너무 많이 잡아두는 것 같아 정말 미안합니다. 그래도 아무런 불평 없이 한 사람의 탈락자도 없이 잘 자라는 우리 반의 모죽들에게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
 
2학기부터는 학습장 쓰기 활동이 강화되어서 시간마다 알게 된 내용을 한 두 문장으로 띄어 쓰기까지 하면서 예쁜 글씨를 쓰려고 몇 번이고 지우고 다시 쓰며 배우려는 의지를 보이는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먼 후일 이 아이들의 모죽이 얼마나 크게 자라게 될 지 그 키를 가늠해 보며 해맑은 눈동자를 들여다 보는 이 기쁨을 곱게 간직해 두렵니다. 부디, 울창한 대나무로 자라는 그 날까지 건강한 모죽으로 인생의 바람을 잘 견뎌내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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