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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한국이 노벨상을 아직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나라에서 현재 최고의 대학은 서울대학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내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은 할 수만 있다면 서울대학교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또 교사들도, 학교도 자신들의 명예가 걸려있기에 서울대학에 보내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데 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 것일까 매우 궁금하였다.
 
때마침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연구자가 있었다. 서울대 연구교수와 미시간대 객원교수를 지낸 ‘교육과 혁신 연구소’ 이혜정 소장은 2009년 학점을 잘 받는 학생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로 있던 이 소장은 학점 4.0 이상 서울대 2~3학년 학부생 46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교육학 전공자인 그는 서울대 학생 중에서도 높은 학점을 받는 이들은 특별한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기대는 당혹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수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할수록 학점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A학생을 예로 들어 연구결과를 설명했다. 심층 인터뷰에서 A학생은 “1학년 때는 모든 수업에서 교수가 전달하는 내용보다 내 생각을 드러내려 했었다. 그랬더니 학점은 ‘참혹했다’”는 것이다. 부모 성화에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그는 공부법을 바꿨다. 교수의 강의 내용 위주로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성적은 1학년 때와 정반대로 껑충 뛰었다. 고학점 학생들의 공통점은 예습은 전혀 하지 않고 복습만 한다(80%), 교수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다 적는다(87%)는 것이었다. 본인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아도 교수의 의견과 다르면 시험이나 과제에서 자신의 의견을 포기한다는 대답은 무려 89%였다.

이 소장은 “이는 미국 미시간대 객원교수로 근무할 때 했던 비슷한 조사 결과와 전혀 반대였다”고 말했다. 미시간대 최상위권 학생들에겐 모든 강의 내용을 필기하는 것 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교수와 의견이 다를 때 포기한다는 대답은 41.5% 뿐이었다. “우리가 과연 교육을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동료 연구원들에게 물어봤더니 예습보다 복습에 익숙한 학생, 가르치는 내용을 최대한 동일하게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우리가 사장이라면 뽑고 싶을까? 다들 선뜻 답을 못 하더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이런 현실은 학생들의 탓은 아니다. “현재의 대학 수업에 학생들이 적응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에서 ‘생각을 꺼내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며 “교수가 강의 진행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학생들이 한시간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예습을 해 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또 “창의적 사고와 수용적 사고는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동시에 교육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연구 내용과 대안을 담아 최근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출간했다. 이는 일본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2002년 출판한 '동경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의 서울대판인 셈이다.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은 지금의 정답이 결코 미래의 정답이 될리가 없다. 교수에 얽매인 대학생들, 곧 학교 성적은 우수해도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지 못하는 대학생은 미래를 개척할 지도자는 아닐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엄청난 국제경쟁 무대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 나라가 아직도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교육을 하고 있는 대학이 어디에 있는가 제대로 찾아 지원할 수 있는 정부와 국민의 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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