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제언·칼럼

공교육 신뢰도를 높이려면

 우리나라에서 아이들 교육에 절대적 영향자는 학부모이다. 교육 현상에 대한 진실을 전하여도 학부모는 거의 믿지 않느다. 그렇다고 학부모가 이를 확인해 보는 과정도 없다, 그만큼 교육과 학부모 사이에 불신이 가로막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정부는 우리 나라 교육을 개선할 목적으로 전국학부모지원단을 만들었다. 전국학부모지원단은 서울의 여러 구에서 실시하는 일종의 학부모 계몽운동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강의를 통해 부모들에게 많은 교육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공교육 종사자와 사교육 종사자의 강의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사교육 강사는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이 최고 전문가임을 당당하게 자처한다. 하지만 공교육에 종사하는 선생님은 자신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므로 무언가 부족해 보이기까지 한다. 전달하는 입장에서 겸손은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듣는자로 하여금 맥 빠지게 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이 결과 정보 전달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사교육 종사자들은 오로지 성과로만 판단되고, 실적이 나쁘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뚝 선 사람들이다.

이에 반해 공교육 종사자인 교사들은 사교육 종사자처럼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다소 긴장이 풀어져 있다. ‘철밥통’이라고도 표현될 정도로 여유가 있다 보니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교육 종사자들은 사교육 종사자들에 비해 프로의식이나 긴장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교사들은 사교육 종사자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현장 경험’이다. 교사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이라는 세월 동안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나눈다. 그러므로 학생 개개인에 대해 누구보다도 정확히 알 기회가 있다.

하지만 긴장감이 없다보니 건성으로 아이들을 보기 쉽다. 견(見)할 뿐이지 관(觀)하지 않는다. 단순히 보는 것이 견(見)이요, 교육관을 가지고 보는 것이 관(觀)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고 현장에서 노력하여 얻은 경험은 아름답고 진실해서 어떤 강의보다 설득력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학생들과 밀착해서 생활했기 때문에 개개인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고, 막혔던 갈등을 풀어줄 수도 있다. 또한 진학 문제를 놓고 학생 또는 학부모와 밀고 당기기를 한 현장 경험도 풍부해서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다.

나는 진학과 관련하여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하면서도 반드시 이 말을 덧붙인다. “진학 컨설턴트와 상담하더라도 반드시 담임선생님과 다시 상담해야 합니다. 담임만큼 아이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이다. 이런 점을 강조하는 것은 대입에서 명문대는 2단계에서 학생부 50%, 논술 30%, 면접 20%로 전형함에 따라 수능 경쟁력만으로 합격을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담임교사밖에 없다.

이제 시대가 변하여 교사 자격증 하나로 수십 년을 지탱하던 시대는 지났다. 일본, 중국, 미국도 교사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교육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더 연구하고 잘 가르치는 교사만이 경쟁력을 인정받아 살아남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교육이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교육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생존조차 불가능하다. 교사들은 교육에 있어서 프로페셔널이다. 교사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연구해서 경쟁력을 높일 때 공교육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수업 방식 개선을 위해 교사들의 수업을 모니터링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교사의 경쟁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취지 아래 많은 학교가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시작 초기에는 교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어느 누구라도 자신을 객관화시킨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많은 교사는 자신의 단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결국 모니터링은 단점을 파악하고 개선하여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프로는 늘 자신을 점검하고 모든 면에서 철저해야 하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같은 자세를 갖춘다면 학생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물론 공급자인 자신도 더욱 큰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공교육은 신뢰를 얻고 학부모는 학교를 신뢰하게 될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