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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살아있는 우리는 슬플 뿐이다"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자식 있겠나
그저 마른 울음을 삼키며 죄스러울 뿐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줘…. 사랑해!” 차가운 어둠 속 선실에 갇힌 채 마지막 문자를 보내던 그들 심정은 어땠을까. 자식을 둔 부모라면 시시각각 들어오는 속보에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엄마, 아빠 잘 다녀올께요”라며 집을 나선 아이들. 출발 전날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 잠도 설쳤을 아이들. 그 길이 진달래 꽃비 내리는 슬픔의 길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가족들은 그래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들고 사고 해역을 하염없이 눈물로 바라본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아이들의 “엄마, 아빠 사랑해” 울먹이는 소리, 뒤집어진 선실 벽, 어둠과 차가운 바닷물의 공포에 울부짖는 소리, 이게 어디 환청이라 할 수 있을까.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을 망연자실 바라보아야만 하는 부모의 비통함은 차라리 미치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모든 국민들이 넋을 잃고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진도 앞바다 주변 물길은 파도까지 치고 조류가 거세어 특수부대 SSU조차 선내 진입을 어렵게 만드니 그저 하늘도 야속할 따름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촌각을 다투는데 해상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다. 시시각각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며 실종자가 결국 사상자로 바뀌는 비보에 가족과 선생의 가슴은 찢어지는 고통 그대로다.

2003년 190여명이 희생된 대구 지하철 참사가 생각나는 이번 참사는 국민적 아픔이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1970년에도 수학여행 열차 사고가 있었고, 2000년과 2007년에는 버스 추돌과 추락에 의한 참사가 있었으며, 최근에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가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사고가 나면 사후약방문 식으로 책임소재를 따지고 안전 불감증 운운하며 법석을 부리고 나면 또 그 뿐. 이번에도 경기도교육청에서는 긴급 공문을 시행하며 체험활동을 전면 보류시키고 각급 학교의 안전사고 방지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사고를 예측할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으랴. 항공기도 위험하고 열차와 버스, 배까지 위험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체험활동을 폐지하자는 격한 의견도 있고, 전체 학생이 하나의 이동수단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체험활동을 보류한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폐지하는 것도 근본 대책은 아닐진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거울삼아 행정안전부에서는 항공사나 선박회사 그리고 관광버스 여행사 등에 강도 높은 안전검사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과거 ‘천안함’에서도 보았고 이번 ‘세월호’의 구조 활동에서 보듯이 해난사고에 대한 좀 더 신속하고도 과학적인 장비의 도입과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버스 한대를 계약하더라도 차량의 상태, 기사의 경력 및 출발 전 음주상태 등 안전성 여부를 최우선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자식 있겠는가. 어느 누구 사랑스럽지 않은 제자가 있겠는가. 살아있는 우리는 그저 슬플 뿐이다. 차갑게 식어버린 그들 가슴을 이제 우리는 우리의 뜨거운 가슴에 묻으며 살아야 한다. 그들이 피우지 못한 꿈을 살아있는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천붕(天崩)! 이것이 어찌 부모를 여의었을 때만 쓰는 표현이랴. 비통한 슬픔에 잠긴 가족과 해당 학교에 무슨 위로의 말을 준비하랴. 우리는 마른 울음 삼키며 그저 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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