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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내 생애 최고의 김밥

봉사활동과 체육활동으로 체험학습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일찍 출근해 봉사활동 구역을 정하기 위해 학교를 둘러본 뒤 교무실에서 조 편성을 하고 있을 때, 한 녀석이 찾아왔다. 교무실 주위를 살피며 그 남학생은 김밥과 생수 한 병을 내려놓았다.

“선생님 제가 직접 싼 거예요. 맛있게 드세요.”
“손은 제대로 씻었니? 설마 김밥에서 담배 냄새 나는 건 아니겠지?”
내 말에 녀석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이 농담 한 거야.”
“선생님, 비닐장갑을 끼고 했으니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학기 초 담임을 맡으며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학생이었는데 그동안 흡연 문제로 사연이 많았다. 주위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이 많아 기대가 컸던 이 학생은 5월초 대대적인 단속기간에 화장실에서 흡연을 하다 걸려 처음으로 흡연사실을 알게 됐다. 2학년 때부터 피워오 던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다가 중간고사 성적이 좋지 않아 다시 피우게 됐다는 것이었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이후 이 녀석은 학생부 흡연 단속에 적발돼 학교봉사를 받기도 했다. 또 교내 흡연추방캠페인 기간에는 교감선생님에게 걸려 일장 훈시를 듣고 담임인 내게 인계되기도 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그리고 따끔하게 혼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반성문을 쓰게 했다. 그리고 부모님을 학교로 모시고 오라고 했더니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선처를 구했다.

그 때 녀석의 모습이 너무 진지해 담임이 책임을 지기로 하고 용서해주기로 했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던 녀석은 이제까지 그 진지했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상담을 할 때면 나던 그 거북했던 담배냄새도 사라진지 오래다.

점심 때가 됐다. 김밥을 열어보니 모양은 별로였다. 하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행여 담배 냄새가 날까 비닐장갑을 끼고 했다는 녀석을 말을 생각하니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강릉문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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