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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올해의 사자성어 ‘旁岐曲逕’

‘샛길과 굽을 길’이라는 뜻…正道 외면한 세태 꼬집어

올해 한국 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샛길과 굽은 길’을 뜻하는 ‘旁岐曲逕’(방기곡경)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8~14일 교수신문 필진,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전국대학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216명 가운데 43%가 ‘방기곡경’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고 20일 밝혔다.

‘旁岐曲逕’(곁 방, 갈림길 기, 굽을 곡, 지름길 경)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로, 바른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인다. 조선 중기 유학자 율곡 이이가 ‘동호문답’에서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소인배는 “제왕의 귀를 막아 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방기곡경’을 추천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세종시법 수정과 4대강 사업, 미디어법 처리 등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해온 행태를 적절하게 비유한다”며 “한국의 정치가 올바르고 큰 길로 복귀하기 바라는 소망까지 반영한 사자성어”라고 말했다.

손주경 고려대 교수(불문학)는 “올해는 긴 안목으로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과연 모든 이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를 성찰하지 않았던 한 해”라고 지적했다.
 
이영석 광주대 교수(영문학)는 “여러 사회적 현안을 진솔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려는 인상이 강했다”면서 “우리 사회가 겪은 혼란은 정부와 집권 정당의 이런 자세 때문에 심화됐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에서는 ‘방기곡경’ 외에 서로 옳음을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한다는 뜻의 ‘重剛不中’(중강부중),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한다는 의미의 ‘甲論乙駁’(갑론을박), 가는 세월이 물과 같다는 ‘逝者如斯’(서자여사), 숯불을 안고 있으면서 서늘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목적과 행동이 다른 경우에 사용하는 ‘抱炭希凉’(포탄희량) 등도 후보로 제시됐다.

한편 2008년에는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싫어함을 비유한 ‘호질기의’(護疾忌醫), 2007년에는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의미로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도덕불감증 세태를 풍자한 ‘자기기인’(自欺欺人)이 각각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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