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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교는 안녕하신가?

"교원들이야말로 교육을 맡아줄 가장 중요한 일꾼이다. 일꾼을 부려먹으려면 잘 먹여야 하고, 사기를 북돋워주어야 한다. 학생의 학습권·선택권도 중요하지만 교원의 교수권·자율권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나는 이미 학교를 떠난 사람이다. 3년 전에 정년퇴임을 했으니 돌아갈 길조차 아예 막힌 사람이다. 그러나 전직이 선생이므로 나는 학교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고 아직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더러는 현직에 있는 후배들과 만나 요즘 학교 돌아가는 형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은 날더러 ‘좋은 시절 선생을 하고 잘 물러났다’는 투로 이야기를 한다. 학교가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다.

우선, 학교의 풍토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상호이해와 협력으로 공동선을 이루는 풍토보다는 상호감시하고 견제하는 갈등의 풍토로 바뀐 듯하다. 언제든 갈등이 없었을까. 현직에 있을 때도 나름 갈등은 없지 않았다. 갈등은 주로 교육의 주체들 간에 일어난다. 교사, 학생, 학부모 삼자간의 이해가 상충되고 요구사항이 서로 달라 가끔은 불협화음이 나곤 했다. 거기다가 교원단체와 교육행정기관의 갈등이 얹혀지곤 했다.

그러나 요즘의 갈등은 그런 단순한 갈등이 아닌 아주 사나운 갈등 같아 보인다. 그것은 주로 평가의 문제에서 발생되는 듯하다. 평가란 본래 실천한 내용에 대한 확인절차요, 더 잘해보자는 의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지만 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게 사실이다. 교원의 평가 체제가 달라졌다고 한다. 하향식 평가가 아니라 상호평가로 바뀌었으며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까지 가미되어 끝내는 교원을 재교육하거나 퇴출시키겠다는 의도다.

다음은 학생에 대한 평가다. 학교나 교육청 단위로 이루어지던 평가를 전국단위로 확대, 정해진 학년에게 일제평가(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부모들에게 밝혀짐은 물론 학생 간, 학급 간, 학교 간, 교육청 간, 더 나아가서는 전국적으로 그 차이점이 드러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하여 초기엔 일부의 교육주체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이제는 새로이 선출된 소수 시·도 교육감까지 가세하고 나서 중앙정부의 교육부서와 시·도 교육청 책임자간의 대립과 충돌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바라보는 일반인들로서는 여간 당황스럽고 머쓱한 게 아니다. 이게 과연 교육자치의 이상적 발전상이란 말인가?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일. 지금이야말로 교육이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자기 확인이 있어야 할 때다.

교육이란 본래 성숙자인 어른(교사)이 미성숙자인 학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것은 유경험자가 미경험자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이 만든 제도나 발명품 가운데 가장 훌륭한 세 가지를 들라면 나는 선뜻,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민주주의와 학교제도를 들겠다. 그런데 이대로 가다가는 교육의 산실인 학교가 깨질 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교육 위기론이 있었으나 이제는 학교 위기론까지 번지고 있는 형편이다.

마땅히 교육의 주체들, 특히 교육행정을 맡은 중앙부서나 지방교육의 책임자들이 심사숙고하여 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어느 쪽으로든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식은 곤란하다. 나만 좋은 대로 하겠다는 고집불통도 마찬가지다. 상호절충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민주주의라지만 상하의 질서도 무시되어서는 안 될 일. 언제든 최선만이 좋은 것이고 오로지 최선은 아니다. 차선이 때로는 최선보다 최선일 때가 있고 좋을 때가 있다.

그러나 전직 교사 입장에서 한 마디만 보탠다면 요즘의 학교에서는 너무나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교원들이야말로 교육을 맡아줄 가장 중요한 일꾼이다. 일꾼을 부려먹으려면 잘 먹여야 하고 사기를 북돋워주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학습권, 선택권도 중요하지만 교원의 교수권, 자율권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누구는 또 가재 게 편든다 할 것이요, 퇴물 교원의 노파심이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교육주체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오늘의 학교는 안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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