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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문·이과 통합, 성급해선 안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 개선안이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그중에 2017학년도 수능에서 문·이과 융합이 어떻게 반영될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다. 취지는 좋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펴는 측이 있는가 하면 과학 기술의 발전은 어느 한 분야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이뤄질 수 있다며 융합안을 찬성하는 쪽도 있다.

2017년 시행은 시기상조

고교 교육과정부터 문·이과를 구분한 현행 교육체제는 전문화된 인재를 키우는 장점도 있지만 일찍부터 진로를 선택해 자기 적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성적에 맞춰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져 국제적 흐름은 융합 교육으로 가는 추세다.

교총에서 고교 교사 72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완전 융합안이 36.4%, 일부 융합안이 35.7%로 문·이과 구분안 26.1%보다 높았다. 정책변화에 신중한 교원도 융합교육 자체에는 긍정적 입장이다.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적 인재가 나오려면 인문과 과학을 아우르는 융합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회적 여론이다.

하지만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현장 교사로서 교육부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2017년에 맞춰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학교현장에 대한 준비 없이 실천에 옮기면 부작용과 함께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문·이과 융합교육이 이뤄지고 수능에 반영되기 위해선 외부적 동력보다 내부적 요소인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교육과정 개정, 교사 준비 부터

그런 점에서 수능에서의 문·이과 융합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육과정 개편이 수반돼야 한다. 지금은 문·이과가 구분돼 있는데 통합적 교육과정으로 개정하고, 거기에 맞는 공통 교과 및 교과서도 만들어져야 한다. 단순히 현재의 교과 체제에서 문․이과 교차 선택안을 대입 수능에 반영해 학문융합 추세를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시적인 접근이다.

교사의 역량이 부족하면 의도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에 교사 교육도 필요하다. 현재 교사들은 전공 중심으로 양성되고 교육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분과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문․이과 융합 체제에 대비해 새로운 사고로 전환하는 연수가 시행돼야 한다. 당장 교원양성기관에서도 통합 정신에 맞는 교과 지도 과정 등의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개편해야 한다.

대학 입시에 반영할 때에도 섬세한 점검이 필요하다. 융합형 수능으로 변경할 경우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과 성향의 상위권 학생들도 의대 진학 등으로 몰리면서 자연계의 기초학문 분야가 소외될 우려가 있다. 특히 수학 교과는 문·이과 공통 교육과정으로 접근하다 보면 기존 이과생들은 학력 저하라는 암초를 만날 수 있다. 또 정부발표에서 수능시험 체제는 학생 부담 경감을 표방하지만 융합형 수능으로 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할 과목이 늘어나 학습 부담이 증가한다. 이는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치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학문의 세계는 통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인문학과 기술의 종합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 교육도 국제적 수준에 맞게 고등학교에서부터 한쪽으로 치우친 공부를 하는 것보다 융합적인 이해와 사고를 통해 학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성급하게 가면 오히려 많은 문제만 양산한다. 교육의 핵심인 교육과정 개편, 교사의 준비 등 학교 여건을 충분히 조성한 후에 실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교육의 기본원리를 중시한 것이 아니라 입시와 같은 특정 정책에 치우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정책은 성급해서는 안 되고 차근차근 기본에 맞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에는 융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콘텐츠 개발 등 생동적인 변화 체계를 만들어 진정한 교육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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