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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3만 담임의 ‘묵묵한 헌신’에 답할 때

생활·진학 지도, 잡무…등골 휘는데 ‘무한 책임’만
무고, 폭행 급증 “교권 바닥인데 사명감만 주문하나”
기피 1순위 진단만 말로 존중 풍토·처우개선 나서야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 담임인 A교사. 학교폭력, 생활지도로 교원컨설팅까지 할 정도로 경륜이 쌓여있지만 갈수록 담임 맡기가 힘들어진다. 그는 “과거에는 문제 있는 학생들이 전교에 1~2명이었다면 이젠 한 학급에 7~8명씩이나 된다”며 “교사에게 대들고 심지어 폭행까지 한다는 요즘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말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강제전학 등으로 6번이나 학교를 옮긴 학생을 맡으면서 신경 쓸 일이 더 늘었다. 학교폭력에 연루되면 피해·가해 학생은 물론 목격자 진술부터 학부모 상담, 학폭위 관련 서류 준비 등 담임이 처리해야 할 업무가 끝이 없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으로 교직에 대한 회의까지 들기도 한다. A교사는 “가정 내 갈등으로 학교생활에 불성실해진 아이 문제를 학교에만 책임을 요구하며 교육청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리는 어머니도 있었는데 무조건 학교에서 감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끼리 다퉈도, 학생 혼자 다쳐도 무조건 담임교사한테 ‘무한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 속에서 담임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해야 할 자리가 됐다. 이번 국감에서도 담임의 고충과 열악한 처우 문제가 지적됐다. 오죽하면 기간제 교사들이 담임을 맡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상이 됐냐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전국의 담임 중 기간제 교사가 9.1%에 이른다”며 “특히 경기도 중학교에선 30.4%나 됐다”고 밝혔다.
전국의 초중고 교사 37만6000여명 중 4만638명(10.8%)이 기간제 교사. 이 중 담임을 맡은 교사는 2만1000여명(53%)에 이른다.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정교사 중에서 최근 5년간 담임을 한 번도 맡지 않은 교사가 대전·충남 지역에서 1480명인데, 기간제 담임 숫자인 1142명보다 많은 숫자”라며 “비단 인력부족으로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것이 아니다. 담임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하다보니 젊은 기간제 교사들에게 담임 업무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12년째 제자리인 담임 수당 11만원, 차라리 안받고 안하겠다는 것이 교직사회의 분위기다.

서울 중학교 1학년 담임인 B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선 담임을 맡으면 주어진 수업시수 외에도 조·종례, 청소지도 등으로 매일 2시간, 일주일이면 10시간씩 일을 더 한다고 본다”며 “여기에 상담이나 학교폭력 등 사건이 터지면 방과 후나 쉬는 시간까지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장 업무도 힘들긴 하지만 담임을 맡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8만원 수당 받는 부장을 맡은 경우도 있다”며 “아이도 어리고 여건이 안된다며 30대 후반에 부장을 단 선생님도 있다”고 밝혔다.

고3 담임을 맡은 교원들은 사실상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도 어려울 정도다. 경기 지역 고3 담임인 C교사는 “최근에 수시접수를 하면서 36명 학생과 일일이 상담하며 대여섯 군데씩 지원할 학교를 정하다보니 10시 전에 퇴근할 수 없었다”며 “추석 연휴 때도 면접이나 논술 준비를 위해 학교에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요즘 대입에선 자소서나 추천서가 추가돼 벌써 11개의 추천서를 써야 했고, 학교생활기록부 비중도 높아 이를 마무리하려다보니 업무가 산더미다. 고3담임에겐 성과급 우대 조건까지 내걸었지만 차라리 안 받고 말자는 분위기다.

여교원이 늘면서 출산이나 육아로 담임을 기피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자기 아이를 늦게까지 맡길 곳도 없는 상황에서 담임 업무까지 맡기 어렵다보니 여교원들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학생 교육과 다소 무관한 각종 공문들이 일을 보탠다. 경기도 지역 D교사는 “사회에서 이슈가 되면 관련된 통계자료를 국회에서 하루 안에 해달라고 공문이 온다. 그것도 최근 5년치를 달라고 하는데 당시 담당자도 아니라 일일이 자료를 찾아야 하고 이미 학교정보공시 홈페이지에 나온 것을 자기네 입맛에 맞게 재가공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수업도 제대로 못한 채 서류에 매달려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실무사를 학교에 두곤 있지만, 행정실 소속이라 일을 맡기기도 애매하고` 일일이 설명하느니 직접 하는 게 더 낫겠다는 것이 대다수 담임들의 정서다.

담임에 대한 존경·존중은 내팽개처진 지 오랜 상황에서 사명감만 요구하는 외부 시선은 상처만 준다. 이에 따라 교총은 교권보호법 제정과 담임 수당 인상에 진력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가동된 ‘교원 및 공무원의 인사정책 협의기구’ 논의는 물론 청와대, 국회 요로를 통해 지속적인 정책활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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