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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나의 길을 찾다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았다. 지친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고 시원한 물도 건넸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걷느라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이윽고 들어선 숲길, 시원한 바람에 탄성이 터진다. 이미 70km를 넘게 걸어왔기에 모두가 지친 상태였지만 오늘의 목적지인 물왕저수지에 다다르자 햇살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물결을 보고 또 한 번 탄성이 터진다. “조금만 더 힘내자, 대흥중 파이팅, 파이팅!”을 외치며 마지막 기운을 북돋았다.

경기 대흥중(교장 허단) 교사, 학생, 학부모 40여 명이 5~7일까지 학교가 위치한 시흥 일대를 걷는 ‘시흥 사랑 100km 걷기 대회’를 가졌다. ‘길에서 길을 묻고 길을 내가 간다’는 주제로 올해 3회를 맞은 이 행사는 학생들에게 내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내면적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허단 교장은 “국토대장정보다 학교가 있는 지역의 소중함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바라지 길은 300년 전 과거의 흔적과 현재가 공존하는 곳으로 역사적인 가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날은 ‘바라지 길’이라 알려진 연꽃테마파크, 갯골생태공원, 오이도 등을 걸었다. 바라지는 ‘돌보다’, ‘돕는다’, ‘기원한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시흥 고유의 말이다. 오이도부터 물왕저수지까지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7개의 생태 축을 일컫는다. 둘째 날은 시화방조제, 시화저력발전소, 영응대군묘, 영모재 등을 걸었고 마지막 날에는 매화동, 도창초, 안현사거리를 거쳐 은행사거리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2학년 이지수 군은 “100km 거리를 완주해 뿌듯하고 혼자라면 하지 못했을 것을 선‧후배들과 함께하니 더욱 의미 있었다”며 “몰랐던 학교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고장을 더욱 아끼고 관심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경수 인솔교사는 “아이들과 걸으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게 됐다”며 “교사와 학생이 교실을 떠나 함께 걸으며 같은 목표와 같은 성취감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올해 여정은 쉽지 않았다. 첫날부터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온몸이 젖고 진흙탕에 빠지며 체력이 고갈돼 갔다. 둘째 날은 강한 햇볕에 온몸이 땀에 젖고 걷는 내내 시원한 물 생각이 간절했다.

3학년 윤희준 군은 “힘든 여정이었지만 포기없는 도전정신을 배우고 간다”며 “졸업 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윤희 씨는 “하루만 걸으려 했다. 그런데 힘든데도 묵묵히 도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끝까지 같이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부모들은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3일 동안 아픈 다리를 이끌면서도 도전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절대 나약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터넷과 휴대폰에 매몰돼 자기 주변에는 관심이 없었던 우리 아이들이 지역을 알아가고 자연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길.

허 교장은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도전과 성취를 통해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선생님이 길을 알려주고 아이들은 길을 알아가며 학교와 마을이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이루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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