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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훈민정음과 세종학

엊그제가 한글날이었다. 한글은 창제 시기와 창제자, 창제 경위가 소상히 밝혀져 있는 세계 유일의 문자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은 훈민정음 해례본(이하 훈민정음)에 한글의 창제 시기와 원리 등을 자세히 담아놓았다. 그래서 국보 제70호로 지정됐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고 귀하기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됐다.

한글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고, 글자를 발음할 때 일어나는 발음기관의 상호 작용이 그대로 반영된다. 또 한글은 기본 글자 외의 글자들을 기본 글자에서 파생시켜 만들었기 때문에 글자 사이에 유기적인 관련성이 있다. 한글이 과학적이라는 표현은 이와 관련된 것이고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의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 교수는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없다.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알파벳”이라고 말했다.

빛나는 유산‧업적, 얼마나 알고 있나

한글 창제는 자주 정신의 실현이다. 그리고 백성을 위한 것으로 민본사상의 실천이다. 자주 각성을 통해 민족 문화 창달의 길을 열고, 백성을 정치적 주체로 보는 민본, 위민, 민생의 철학 정신은 오늘날 정치와 사회 문화 등에서도 거울로 삼을 만하다.

세종대왕은 집현전을 확충해 학자를 키우고 주자소를 설치해 인쇄 문화를 발전시켰다. 기타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천문, 군사, 농사, 의약, 음악 등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그에 관한 저서를 남기게 해 조선 역사 및 문화생활에 큰 업적을 남겼다. 율곡 선생은 “세종 같은 성인은 전조에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만년의 복조는 세종에서 처음으로 기초를 마련한 것입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우리는 훈민정음과 세종대왕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훈민정음은 몇 년 전부터 고교 교과서에서도 읽을 수 없다. 겨우 세종의 ‘서문’과 제자 원리 등만 실려 있지 자세히 배우지 않고 있다. 대학에서도 세종대왕이 이끌었던 문예 부흥과 과학적 업적 등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기회가 드물다.

최근 우리나라는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중·고등학교 학생과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인문학 도서 읽기에 빠져있다. 대형 서점의 인문학 쪽에는 케케묵은 고전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서적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다. 서울대는 종합적 판단력과 비판적 사고력 함양을 위해 대학생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 100선을 선정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논어, 맹자에 서양 고전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런 책들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

인문학의 주제로 부흥시키자

‘훈민정음과 세종학’을 우리 인문학에 담아 봤으면 한다. 훈민정음이 담고 있는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의미가 깊다. 그리고 문자가 만들어진 과학적 원리 등을 통해 우리 문자의 우수성과 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창제 정신에 담긴 것처럼 우리 역사에서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한 임금이다. 건국 초기 국경을 튼튼히 해 자주 국방을 도모하는 등 백성이 잘살고 편안히 사는데 힘썼다. 집현전을 보강해 유능한 인재를 널리 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흔히 인문학이라 하면 문학, 역사, 철학을 말한다. 최근에는 자연과학까지 포함해 영역을 보다 넓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인간의 지적 욕망은 인간의 본성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분야에 대한 관심이 인문학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글 창제와 세종대왕이 남긴 업적은 우리 민족사에 영원히 빛나는 문화유산으로 인문학의 첫 번째 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금 인문학의 대중화 시대에 ‘훈민정음과 세종학’의 부흥을 일으켜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게 했으면 한다. 우리가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전통을 이룩하는 동력으로 삼는다면 지속 가능한 한류 문화의 중심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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