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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 혁신교육지구 ‘교육자치 훼손’ 논란

지자체들 예산지원 빌미 인원동원, 공문보고 직접 지시
정치적 치적 쌓기에 교원 업무만 증가…예산도 낭비

# 지난해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된 관악구 내 A고는 구청으로부터 학생 동아리 예산을 받고나서 프로그램 기획부터 운영까지 한 뒤 결과보고에 정산서까지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구청 측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학생만 보내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학교 관계자들은 황당했다. 교육청 목적사업과 유사한 일을 지자체로부터 하달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업무를 처리하며 고생했지만 보람도 못 느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 역시 혁신교육지구인 도봉구 내 B중 교장은 지자체로부터 직접 내려온 공문들을 보면서 한 숨부터 쉰다. 도봉구청이 도봉구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하니 가정통신문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최근에는 ‘관내 중학교 교장단과 도봉구청장의 면담’이라는 안내 공문이 발송됐다. 혁신교육지구라는 이름으로 지자체가 직접 명령하니 일이 두 배로 늘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진보성향 교육감과 지자체장이 함께 당선된 지역 가운데 일부 운영 중인 ‘혁신교육지구(이하 혁신지구)’가 교육자치를 훼손, 교육을 과거로 회귀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해당 지자체가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학교에 직접 업무를 지시하고 떠넘기는 등 ‘제2의 교육청’으로 군림하면서 부담만 늘려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장이 학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혁신지구 내 C중 교장은 지자체가 직접 공문 보내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장은 “학교로 보내는 공문이라면 교육청 협조를 얻어서 발송해야만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만약 교육청에서 각 동사무소나 주민센터로 동장이나 센터장을 호출하는 공문을 보낸다면 지자체장들은 어떻게 답을 할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교장은 “학교는 이제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뿐만 아니라 이렇게 지자체에서 내려오는 공문도 처리해야 하는 이중의 업무를 떠안게 됐다”며 “구청장의 지위가 학교장을 지도 감독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혁신지구 내 예산 사용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교육청이 7.5억 원씩 지원하고, 자치구가 5억으로 총 20억 원이 소요되는 교육 사업이 지나치게 ‘홍보성’으로 매몰되는 경향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D초 교감은 “지자체가 교육 사업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환영할 일이지만 대부분 사업이 낭비성 행사가 되는 것 같다”며 “교육청이 직접 내려주는 운영비로는 간식, 준비물 등에 쓸 수 없도록 하면서 혁신지구 내 활동에는 피자, 치킨 등 비용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E고 교감 역시 “돈이 없어 학교시설 보수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들 이권사업과 같은 곳에 예산이 낭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직선제 지자체장에게 학교 문을 열어주면서 발생한 현상인 만큼 그 정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도 전망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장학관 출신 F고 교장은 “요즘 지자체의 학교 교육 참여가 도를 지나칠 만큼 확대되고 있는데 자신들의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점점 더 노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혁신이란 이름하에 교육자치가 퇴보하는 아이러니”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