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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보건교사와 체육교사


보건교사와 체육교사의 ‘보건과목’ 다툼이 드디어 체육계와 간호계까지 가세하는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미 보건교사라는 직명이 생길 때부터 예견되었던 문제가 터진 것이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일선교사들의 의사를 도외시하고 교육을 교육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한나라당 이주호의원처럼 일부 학부모나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에 의해 교육에 관한 법규가 제, 개정되는 와중의 하나가 학교보건법 개정이었고 이 싸움의 불씨인 것이다.

2002년 양호교사를 보건교사로 명칭을 바꿀 때 광범위하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할 일이었다. 학교에 양호교사 제도의 도입을 돌아보면 그 도입의 필요성을 금방 알 수 있는데도 교육의 눈으로 보지 않는 편의주의와 업적주의자들에 의해 교육이 망가진 것이다. 세월이 바뀌고 보건교육이 필요하다면 양호교사를 보건교사로 바꿀 것이 아니라 체육교사에게 보건교육을 할 수 있는 제도의 확립이 필요한 것이었다.

아이들의 안전과 위생을 돌보는 것과 보건을 가르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가르치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에게 맡겨야하고 잘 가르치도록 뒷받침 해주는 것이 정치가나 행정가가 할 일이다. 양호교사가 양호교사로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하고 꼭 보건교사가 되어 가르쳐야 되겠다는 발상을 한 의도가 충분히 곡해 받을 소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학교 교과목이 잡다하게 나열된 느낌이 있다. 실제로 가르치다보면 과목간의 경계가 모호한 과목도 있다. 과목의 신설보다는 오히려 유사한 과목의 통합으로 아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행정가들의 편의에 따라 다른 과목으로 바뀔 수 있는 재량이라는 과목이 대표적이다. 표면으로는 가장 자유스럽고 아이들의 소질을 개발하기에 적당한 제도처럼 도입해 놓고 필요할 때 잘라서 그런 곳에 충당하는 과목들은 현장을 무시하는 교육행정가나 학자들의 이상론에 불과한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모두가 합심해야 할 것이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주장이 아니라 아이들을 생각하고 이 나라 교육을 생각하는 대승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아울러 앞으로 다가올 일들도 생각해야한다. 금방 다가올 일 중의 하나가 영양교사이다. 양호교사가 보건교사로 바뀌는 선례대로 영양사가 영양교사로 바뀌었다. 영양교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아이들의 비만과 영양불균형이 회자되고 그것을 영양전문가가 가르쳐야한다고 말했다. 보건교사 싸움의 결과 여하에 따라 영양교사도 새로운 과목의 도입을 주장할 것이고 거절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또 가정담당 선생님들과 대립하게 될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또 다른 과제가 등장할 것이고 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명칭의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나설 것이다. 물론 다양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의 전문지식을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람이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알고 있다고 모두가 다 잘 가르칠 수 없기에 교사의 양성을 국가에서 관리하고 조정하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지식이나 능력이 필요할 때는 교과목조정이나 시간 조정으로 교사들이 가르칠 수 있도록 연수방법이나 교사양성제도를 계속적으로 수정해가야 되고 교사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는 전문가를 키우는 교육과정이 아니기에 적정한 수준의 모든 과목을 교사가 지도할 수 있으며 중고등학교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전공교사가 있는데 새로운 과목의 교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교직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교원을 평가한다고 스승과 제자를 서로 불신하게 만든다든지 서양의 교육제도를 맹신하여 무자격 교장을 공모한다든지 교사 사회의 선후배를 경쟁시켜 가르치는 동료로 자신의 경험과 노력을 전수해 주던 아름다운 전통을 허무는 비교육적인 제도의 도입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그것보다는 우리의 정서를 이용해 가장 인간다운 인간을 양성할 수 있는 방법의 착안에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잘못된 법과 제도 때문에 공교육이 더 어려워지는 시작이 이 보건과목 신설 문제라 생각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다시 한 번 숙의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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